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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못 맞춰요” 현대차가 타이밍을 놓친다고 평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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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출시 가장 많은
국산 자동차 브랜드
그런데 타이밍을 못 맞춘다니?
말만 들어선 황당할 수도 있다. 국산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신차 출시가 활발한 현대자동차가 타이밍을 못 맞춘다니 말이다. 그간 비판 키워드로 ‘타이밍’이 나오는 것은 한국지엠이 주제일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에겐 두 가지 타이밍이 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한 가지는 비교적 잘 해내고 있으나, 다른 한 가지는 계속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밀리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현대자동차가 풀어 나가야 할 남은 한 가지 타이밍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1. 국내 신차 출시 타이밍
국산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적절히 잘 잡는다
현대차에겐 두 가지 타이밍이 주어져 있다. 첫째는 국내 신차 출시 타이밍이다. 국산 자동차 브랜드 중 신차 출시 타이밍을 가장 적절히 잘 잡는다. 그리고 자동차 라인업도 가장 많다. 현대자동차그룹에 포함되어 있는 기아자동차까지 더하면 경차, 소형 세단, 소형 SUV, 중형 세단, 중형 SUV, 대형 세단, 대형 SUV, 미니밴까지 다양하다.

국산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차 개발 여건이 가장 좋다. 자동차 개발에도 결국 돈이 필요한데, 매출 규모 역시 국산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크다. 신차 출시 타이밍을 적절히 잡기 위한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

2.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혁명’이라 불릴만한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타이밍
그런데 시선을 세계 시장으로 돌려보면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부분이나 분야가 꽤 여럿 있다. 물론 국산 자동차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해외에 진출해있는 규모나 신차 출시 시기 역시 가장 앞서고 있지만, 다른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놓고 보면 현대차가 잡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라 불리는 규모 있는 제조사들은 저마다 ‘혁명’이라 불릴만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자동차 선진국이라 불리고 있는 유럽, 미국, 일본 기업들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차 기술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가.

고성능 차처럼 친환경차도
일종의 기술력 과시로 통한다
이름 있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성능 자동차를 만든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AMG 브랜드가 있고, BMW는 M 브랜드가 있으며, 쉐보레는 콜벳과 카마로를 만들고, 포드는 GT와 머스탱을 만든다. 토요타렉서스는 LFA를 만들었고, 지금은 LC를 만든다. 혼다는 NSX를 만든다. 닛산은 GT-R을 만든다.

고성능 자동차는 한정된 마니아들을 위해 만들어진다. 일반 자동차들보다 수요가 적고, 개발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가며, 수익은 더 적다. 그럼에도 이들이 고성능 자동차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일종의 기술력 과시다. V12 슈퍼카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그리고 V8 머슬카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를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엔 고성능 자동차를 넘어 친환경 자동차가 제조사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비가 더 높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한 번 충전했을 때 더 오래갈 수 있는 전기자동차, 그리고 가격이 저렴한 수소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경쟁한다.

더 빠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자동차 제조사 싸움에서 이제는 북극곰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자동차 제조사 싸움으로 넘어갔다. 이 싸움의 승자가 중요한 이유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다.

선도해 가느냐
뒤따라 가느냐
기업 경쟁에서 기술을 선도해 가느냐’와 뒤따라 가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선도해 가는 자는 비어있는 시장을 먼저 장악할 수 있다. 뒤따라 가는 자는 이미 장악되어 있는 시장에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기술을 선도해가는 기업이 곧 미래를 장악할 확률이 높아진다. 바로 몇 분 뒤에 일어날 일도 모르는 세상이지만 자동차 업계만큼은 눈에 보이는 시장이 매우 뚜렷하다. ‘친환경 자동차’라는 키워드는 이미 미래 기술로서 분명하게 자리를 잡았고, 이제 이 안에서 ‘전기’와 ‘수소’ 중에 각자가 갈 길을 선택하면 된다. 지금 현대자동차는 미래 기술을 얼마나 선도하고 있을까.

1. 하이브리드 자동차
일본 자동차가 강세다
1세대 친환경 자동차라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 자동차 제조사, 그중에서도 토요타렉서스가 가장 널리 장악하고 있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들 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제 뉴욕 택시도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보다 ‘프리우스 V’가 더 많이 보일 정도다.

그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자동차에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고급 브랜드를 막론하고 ‘토요타 캠리’, ‘RAV4’, ‘아발론’, 그리고 ‘렉서스 ES’, ‘UX’, ‘RX’ 등 거의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존재할 정도다. 현대자동차에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그랜저 하이브리드’,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이 있다.

2. 전기자동차
미국, 유럽, 일본뿐 아니라
이제는 중국까지 치열하다
전기자동차 시장도 이제 슬슬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테슬라가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유럽은 아우디폭스바겐을 비롯하여 BMW, 메르세데스 벤츠까지 별도로 전기자동차 브랜드를 내세우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토요타 프리우스가 오래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장악해왔다면 ‘닛산 리프’는 전기 자동차 시장을 장악해왔다. 현대자동차에겐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쏘울 일렉트릭’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차 열풍이다. SUV를 비롯하여 대형 픽업트럭까지, 국토 면적이 큰 나라 작은 나라 할 것 없이 강한 대형차 바람이 불고 있다. 전기자동차도 점점 대형화 추세다. 아우디는 E-트론 브랜드 첫 양산 모델로 SUV를 내놓았고, 테슬라에겐 대형 세단 ‘모델 S’와 대형 SUV ‘모델 X’가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GLC’ 기반의 중형 SUV 전기자동차를 내놓았다.

현대차에겐 아직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등 비교적 작은 전기자동차만 존재한다. 일각에선 “전기자동차도 점점 크기가 커지는 것이 추세인데, 이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슈퍼카 브랜드도 파워트레인 전동화에 동참하고 있고, 순수 전기 슈퍼카 브랜드도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크로아티아 ‘리막’이 아닐까 한다. 이들은 ‘콘셉트 원’에 이어 최근 ‘C Two’를 선보였다. 1,914마력, 234.5kg.m 토크를 발휘하고, 제로백 1.85초를 기록한다. 최고 속도는 412km/h다.

순수 전기차만 만드는 슈퍼카 브랜드도 있을 정도로 사실상 이쪽도 거의 포화상태다. 즉, 비어있는 시장이라며 공략할 단계가 한참 지났고, 남아있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는 단계까지 이미 와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소 자동차 시장은 어떨까.

3. 수소 자동차
일본 자동차 제조사가
대중화에 앞서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서 지원해주고 있는 수소 자동차 시장도 자동차 기업들이 뛰어든지 오래다. 아직 전기자동차 시장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의 발전과 대중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현대차는 과거 ‘투싼’ 수소 자동차, 최근에는 ‘넥쏘’를 내놓았다.

투싼 수소 연료전지차는 2015년부터 유럽에서 일반 소비자 구매가 가능했다. 수소 가스탱크 두 개가 실려있고, 최고출력 136마력을 낸다. 제로백 12.5초, 최고 속도는 160km/h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차를 개발해왔다. 당시 투싼은 현대차의 4세대 수소 연료 전지 차였다. 가격은 2015년 당시 6만 7,985 파운드, 우리 돈으로 1억 원이 넘었다. 컨소시엄 펀딩 프로젝트 도움 등을 받아도 9,000만 원 정도였다.

대중화는 일본 제조사가 빨랐다. 토요타는 투싼보다 1년 빠른 2014년, 미국 시장에 수소 연료전지차 판매를 시작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대량 생산’ 수소 연료전지 차였다는 것, 그리고 투싼보다 1년이나 빨랐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인 6,400만 원 정도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방 정부 보조금 혜택 등을 받으면 5,000만 원 선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성능도 투싼보다 나았다. 전기모터가 135마력을 발휘하고, 차체 중량이 1,850kg인데 제로백 9.6초를 기록했었다. 토요타는 당시 “휘발유 자동차와 비슷한 퍼포먼스와 크루징 스피드를 제공한다”라며 차량에 대해 설명했었다. 충전 한 번에 최대 480km를 이동할 수 있고,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다.

혼다는 2016년에 수소 연료전지차 ‘클리어티 FCV’를 출시했다. 이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 출시되었다. 가격은 당시 766만 엔, 우리 돈으로 약 8,100만 원 수준이었다. 클리어티의 가장 큰 강점은 이 당시 세계 최장 주행 가능 거리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클리어티의 1회 충전 최대 주행 가는 거리는 750km다.

왜건에 가까운 패스트백 형태로 디자인되어 실용성도 우수했고, 수소탱크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3분 정도다. 또한 ‘Power Exporter 9000’이라는 외부 전원 공급장치를 이용해 일본 평균 가정에서 약 7일간 쓸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넥쏘도 대중화를 위한 요건은 거의 대부분 갖췄다. 1회 충전 항속 거리 609km와 요즘 자동차 수요 추세에 알맞은 SUV 형태를 갖췄다. 전기모터 성능은 154마력, 40.3kg.m 토크를 낸다. 차량 기본 가격은 6,890만 원부터 7,220만 원 사이다. 혼다 클리어티와 비슷한 수준이고,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자동차는 대중화 요소를 갖췄지만 그 외의 것들이 얼마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국에 수소차 충전소는 14개뿐이다. 수소버스 도입, 넥쏘 일반 판매 등이 최근 대중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지만 일본은 약 5년 전부터 이미 진행하고 있던 것들이다. 즉, 수소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해가려면 저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가능하고, 이와 더불어 국내 인프라도 일본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업이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이기 때문에
적절한 손해와 모험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이론 중 하나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형성된 집단이다”… 이 한 문장이 모든 사례에 맞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에겐 적절한 손해와 모험이 필요하다. 자동차 개발에 의한, 자동차 개발을 위한 손해와 모험 말이다. 다른 손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동차를 위한 손해와 모험이 필요하다.

이미 순위권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적절한 손해와 모험을 반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성능 AMG 자동차 개발뿐 아니라 F1 레이싱에 참가하고 있다. BMW 역시 고성능 M 자동차들을 개발하고, 토요타렉서스는 스포츠 쿠페 LC를 만든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이용하여 슈퍼카를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성공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적절한 손해와 모험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현대차 신차 소식을 받아볼 때마다 ‘과감한’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보았으면 한다. 단순히 개인적으로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에게 분명 필요한 키워드다. 지금의 한계를 넘어선 도전과 개발이 있어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데, 아직 현대차에게 ‘과감하다’라는 표현은 이른 것 같다.

얼마 전까지는 AMG를 잡을 수 있는 슈퍼카, M과 경쟁할 수 있는 스포츠카가 필요한 단계였으나 이제 그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친환경 기술을 맨 앞에서 이끌어갈 수 있는 도전과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그리고 국민들이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려면 어느 한 분야에서만큼은 1등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예컨대 전기자동차나 수소 자동차가 도입되면 대중교통 보급을 확대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었다 판단될 때쯤 일반인 판매를 시작한다. 구매 장려를 위해 보조금도 사용한다.

정부는 보다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친환경 차가 도입될 때마다 인프라 문제와 관련하여 잡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인프라가 안정적이라면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보도자료나 말로만 자동차 선진국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자동차 선진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모험하고 도전해야 한다. 혁명이라는 것은 틀 안에서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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