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슈퍼카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는 꽤 오래전부터 들려오던 이야기다. 현대차도 이제 대중적인 모델이 아닌 고성능 슈퍼카를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준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현시점 현대차가 만드는 슈퍼카에 대한 소식은 아직까지도 들려오지 않는다.
현대차가 슈퍼카를 ‘안’만드는 것인지 ‘못’만드는 것인지에 대해선 항상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 과연 둘 중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둘 다 해당되거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자동차가 슈퍼카를 내놓지 않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꽤 오래전부터 현대차가
슈퍼카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려왔었다
오래전부터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 왔었던 것은 현대자동차가 슈퍼카를 안 만드는 것인지 못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부 마니아들은 “이제 현대도 슈퍼카를 충분히 만들 능력이 있지만 돈이 되지 않아서 안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마니아들은 “아직 현대는 슈퍼카를 만들 정도로 고성능 차를 제작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저것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둘 다 옳은 소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현대차가 슈퍼카를 안 만드는 이유와 못 만드는 몇 가지 이유를 소개해본다.
시장의 수요가
없기 때문에
안만드는 것이다
우선 잘 알려졌듯이 현대가 슈퍼카를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시장엔 이를 구매할 수요층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열심히 슈퍼카를 만들어 출시해 주었더라도 슈퍼카는 억 단위의 고가가 될 것이며 현대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슈퍼카를 억 단위 금액을 지불하고 선뜻 구매할 소비자는 사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혹시나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급 슈퍼카들을 압도하는 성능으로 출시가 되더라도 현대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는 슈퍼카를 전 세계 글로벌 시장의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소요되는 연구개발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안 만드는 게 당연하다
두 번째 이유는 연구개발비용과 이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이다. 현대차가 꾸준히 고성능 차를 만들어왔던 브랜드라면 고성능 차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썬 딱히 현대가 슈퍼카급 차량에 활용할만한 데이터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지상태에서 연구개발을 실시해야 하며 여기에 쏟아붓는 비용과 인력, 시간 등 모든 제반 요건을 생각한다면 큰 리스크를 안고 현대차가 슈퍼카를 개발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언제 결과물이 완성될지조차 알 수 없다.
슈퍼카 시장은
성능과 더불어
브랜드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페라리를 뛰어넘는 어마 무시한 성능으로 현대차가 새로운 슈퍼카를 만들어 냈다 하더라도 전 세계의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현대 슈퍼카보다 기존에 본인들이 선호하던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슈퍼카 시장에선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맥라렌을 보면 알 수 있다. 맥라렌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뛰어넘는 수준의 어마 무시한 성능을 가졌지만 결국 브랜드 가치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이길 수 없었고 슈퍼카 시장에선 일인자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 맥라렌이 이 정도인데 현대는 오죽할까.
냉정하게 따지자면
기술력 부족이다
안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못 만드는 이유도 있다. 씁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 제대로 된 고출력 고성능 차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슈퍼카를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투자비용과 연구 시간이 소모된다.
아직은 슈퍼카급 차량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력이 없다는 것이다. 슈퍼카를 만들기 위해선 엔진과 미션부터 모든 것을 제작해야 하는데 현대차가 가진 엔진과 미션을 살펴보면 아직 슈퍼카에 사용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트레인이 없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아직 눈에 띄는
고출력 엔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현재 현대차가 출시하고 있는 N브랜드 자동차들 보면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하였으며 전 세계의 많은 제조사들이 이미 적용하고 있었던 습식 듀얼클러치는 이제야 벨로스터 N에 적용될 예정이다. 엔진과 미션 모두 2.0리터 급 정도까진 대응이 가능하지만 슈퍼카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대기아 양산차에 적용되는 가장 강력한 고출력 엔진인 V6 3.5 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도 다른 제조사들의 동급 배기량 엔진과 비교해보면 내구성을 위한 세팅인지 출력이 현저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슈퍼카는 내구성과 성능이 동시에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대가 가진 엔진을 당장 활용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핵심 부품들을 사 와서
슈퍼카를 만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엔진과 미션을 사 오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 기술 수준에선 성능과 내구성을 모두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자사 기술력으로 개발하여 슈퍼카를 출시해야 기술력을 과시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주요 부품을 사 와서 슈퍼카를 만드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페라리의 엔진을 수혈받고 포르쉐의 미션을 사서 슈퍼카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그래서 현대는 당장 실현 가능한 N브랜드로 저 배기량 스포츠카 시장부터 단계별로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018년부터 RM 테스트 카를 운용하며 현대에서 미드십 스포츠카가 출시될 것이라는 발표를 했었지만 결국 양산 단계로 이어지지는 못해 현재는 소식이 사라진 상황이다.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드림카로 불리는 슈퍼카
흔히 슈퍼카라고 불리는 자동차들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고출력 엔진을 장착해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자동차들을 일컫는다.
요즘은 고성능 패밀리 세단도 500마력이 훌쩍 넘는 시대이기 때문에 슈퍼카에 대한 경계가 애매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슈퍼카 하면 머릿속에 떠올리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일반인들은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비싸고 그에 걸맞은 어마 무시한 성능을 자랑하는 자동차들이다.
한때 소문으로 돌았으나
현대기아차는 슈퍼카를
만들지 않고 있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그룹에 속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그간 꾸준히 대중들이 탈 수 있는 다양한 자동차들을 출시해 주었으며 최근엔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꿈꾸는 ‘슈퍼카’는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만들 계획이 없어 보인다. 한때 현대에서도 이제 슈퍼카를 개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그저 소문으로만 돌고 끝난 이야기”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슈퍼카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구매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싸고 개발비용도 많이 드는 슈퍼카 개발에 왜 많은 브랜드들이 매진하는 것일까. 슈퍼카는 해당 브랜드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증표이자 브랜드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옆 동네 일본 브랜드만 살펴보더라도 렉서스는 보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깨버린 슈퍼카 LFA를 출시하여 기술력을 과시하였고 닛산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성능 GT-R을 출시하여 인정받았다. 물론 이 두 차량도 많은 시간과 투자가 이루어져 만들어진 슈퍼카들이다.
현대차도 N 브랜드를 통해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최근 고성능 N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스포츠성 시장에 뛰어드는듯했지만 아직까지 슈퍼카급이라고 불릴만한 고성능 자동차는 선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 N 브랜드가 처음 선보인 ‘I30N’은 유럽에서 해치백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당하며 좋은 평가를 얻어왔기에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현대차가 생산하는 고성능 차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성능 차와 펀카는 엄연히 다르다. ‘고성능 차’는 400마력 이상의 슈퍼카급 성능을 가진 자동차를 뜻하는 것이며 ‘펀카’는 출력이 낮더라도 즐거운 운전을 즐길 수 있는 I30N 같은 차량들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이제 펀카에 만드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슈퍼카는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쯤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선보여줘도 좋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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