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엠블럼은 매우 중요하다. 그 브랜드의 이미지와 철학을 담아내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국산차 제조사들은 숱한 라이벌 제조사들 대비 항상 엠블럼에 독창성과 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아차는 엠블럼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꽤 오래전부터 꾸준히 나왔었는데 최근 기아차는 공식 발표를 통해 26년 만에 브랜드 엠블럼을 바꿀 것임을 알렸다. 기존 3D 엠블럼이 아닌 2D 엠블럼으로 변화를 맞이한 새로운 기아차는 과연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차의 약점으로 항상 지적받아왔던 엠블럼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엠블럼은 브랜드 가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자동차 엠블럼은 그 회사의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를 대변하기도 하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제조사들은 각 제조사의 철학을 엠블럼 속에 녹여내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긍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비슷한 가격대로만 놓고 국산차와 수입차를 비교해보면 국산차가 더 높은 세그먼트와 사양을 제공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부분들을 감안하고도 수입차를 구매한다. 물론 자동차를 구매할 땐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브랜드 파워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벤츠나 BMW 같은 수입차들을 엠블럼만 보고 사는 경우도 꽤 많다. 그 차가 어떤 차인지 잘 모르지만 단순히 “BMW니까 좋겠지”,”벤츠인데 당연히 좋지 않을까”라며 별다른 고민 없이 차를 구매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의 엠블럼 파워는 대단한 수준이다. C클래스와 3시리즈, E클래스와 5시리즈 구매를 고려하는 고객들 중 일부는 차량의 성능이나 사양보단 벤츠라는 엠블럼이 주는 브랜드 가치에 더 높은 점수를 주어 BMW가 아닌 벤츠를 구매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대중 브랜드에 수입차
엠블럼을 적용해 보니
“만약 국산차에 벤츠 엠블럼이 박혀있으면 느낌이 어떨까요”라며 과거 보배드림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사진에 대한 반응만 보아도 엠블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YF 쏘나타에 벤츠 엠블럼을 합성해 놓은 위 사진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역시 삼각별의 마법”,”벤츠 엠블럼은 신의 하수인 듯”,”국산차도 엠블럼 좀 멋지게 바꾸면 안 되나”라며 국산차 엠블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엠블럼 수난시대는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아 신형 K5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신형 K5에 다양한 제조사의 엠블럼을 합성해놓은 사진은 한때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인기글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때 역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기아차는 역시 엠블럼이 문제였다”,”외관 디자인은 역대급인데 이제 엠블럼에도 신경을 좀 써야 할 듯”,”미국차 엠블럼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다”라며 기아차 엠블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들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음에도 여태 현대기아차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제조사들은 시대에 맞게
엠블럼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5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를 살펴보면 그간 엠블럼에 변화를 준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브랜드의 철학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로고로 업그레이드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포르쉐는 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사진과 같이 엠블럼을 꽤 여러 번 변경해왔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현재 생산되는 포르쉐에 적용되는 엠블럼이 나온 것이며 이는 포르쉐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오래된 엠블럼을 다듬어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를 주는 경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에게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이유
“엠블럼과 브랜드 가치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 차만 잘 만들면 되었지”라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왜 중요한지는 하이엔드급 시장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슈퍼카 시장에서 맥라렌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와 대등하거나 모델에 따라 그들보다 더 우월한 성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슈퍼카를 구매하는 많은 소비자들은 더 빠른 맥라렌이 아닌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빠르고 차가 좋다고 하여 꼭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오랜 역사 동안 쌓아온 업적과 두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선사하는 엠블럼 속의 감성, 브랜드 가치는 분명 맥라렌보다 한발 더 앞서있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마이바흐와의 관계로도 설명할 수 있다. 마이바흐가 단독 브랜드였을 땐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었지만 현재 출시되는 마이바흐는 벤츠 S클래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럭셔리 세단이다.
벤츠의 부품을 사용하고 벤츠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대거 탑재되지만 많은 사람들은 S클래스와 차별화된 마이바흐를 인정하고 선택한다. 마이바흐가 독립 시절이었을 당시 출시되던 모델들도 W220 S클래스를 기반으로 제작되던 고급차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마이바흐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고 벤츠와 동급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브랜드 가치는 이렇게나 중요하다.
오죽했으면
“엠블럼이 차를 망친다”
라는 이야기까지 들어왔다
국산차 제조사 중 하나인 기아차는 유달리 엠블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브랜드다. 심지어 “기아차는 엠블럼이 차를 망친다”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니 진지하게 고민을 한 번쯤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 디자인은 그렇게 잘하는데 엠블럼은 왜 여태 고수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타원형 속에 KIA 스펠링을 적어놓은 기아자동차 로고는 대체적으로 너무 단조롭다는 평이 많으며 이는 비단 최근에 들려오는 이야기가 아닌 꽤 오래전부터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사안이다. 현재 기아차의 엠블럼은 제조사의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대변해 주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많은 기아차들 중 엠블럼이 차를 망친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라고 하면 주저 없이 ‘K9’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K9은 국내와 해외 판매량 모두 부진을 겪고 있다. 그나마 2세대 K9이 등장하면서 1세대 때보다는 판매량이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F세그먼트 라이벌들과 비교하면 매번 순위권에서 밀리게 된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는 F세그먼트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단조로운 KIA 엠블럼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실패 요인 중 하나라고 꼽는 소비자들이 굉장히 많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와 함께 아직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전혀 인지도가 없는 KIA 엠블럼이 그 차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대변해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국내가 아닌 영어권 국가에서의 의미였다. 기아자동차 엠블럼 속에 있는 KIA는 영어권 국가에선 killed in action(전사자)를 뜻하는 의미로 통하기도 한다. 자동차 엠블럼이 전사자라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니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영어권인 북미시장에서 여전히 KIA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으며 별다른 개선사항 없이 오랜 기간을 보내왔다는 것이 문제다. 분명 기아차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사제 엠블럼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의 소비자들 반응 역시 좋지 못하다. 꽤 오래전부터 엠블럼 자체가 너무 개성과 성의가 부족하다는 불만들이 이어져왔는데 타원 속에 KIA를 새겨 넣은 게 끝이니 이런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엠블럼에 불만을 느낀 많은 소비자들은 기아 순정 엠블럼이 아닌 브렌톤과 같은 사제 엠블럼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엠블럼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이다. 같은 형제 집안인 현대차는 기아차 대비 엠블럼을 바꾸는 비율이 현저히 적은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새로운 로고는
2D 형태로 변경된다
오랫동안 엠블럼을 변경하지 않았던 기아차는 최근 새로운 엠블럼을 발표하였다. 기아차는 “디지털화와 전동화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엠블럼을 변경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엠블럼 변경을 하고 있는 트렌드에 따라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기존처럼 3D 형태가 아닌 2D 형태로 제작되는 신규 엠블럼을 살펴보면 KIA 스펠링이 그대로 있었으며 서체만 새롭게 변화시킨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신규 엠블럼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바랬던 변화는 이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바뀐 엠블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살펴보니
이번에 새롭게 바뀐 기아차의 로고는 무언가 신선한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했던 많은 소비자들에겐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새로운 엠블럼에는 기존에 지적되던 KIA가 그대로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니셜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바랐으나 현실은 타원형을 없애고 서체를 바꾼 새로운 KIA 로고가 등장했다.
부정적인 반응을 먼저 소개해 보면 대부분 “기존 엠블럼에서 서체만 바꿨다”,”KIN 같은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지방 KNN 방송국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는데 “그래도 바뀐 게 어디냐”,”기존 딱딱하던 KIA보다는 나은 거 같다” 정도였으니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분들께 맡긴다.
기아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엠블럼이 필요하다
많은 소비자들은 기아차의 엠블럼이 변경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했으나 정작 새롭게 등장한 엠블럼은 서체를 바꾼 정도가 끝이라는 소식에 실망했다. 차라리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사진 속의 기아 엠블럼같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 적용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당시 저 엠블럼은 BMW를 카피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현행 기아 엠블럼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기아차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엠블럼을 바라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보수적인 변화보단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