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시하는 현대차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적인 아반떼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신차들까지, 이전까진 계속해서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려 혹평이 주를 잇던 현대차 디자인들과는 정 반대인 분위기다.
최근 등장하는 현대의 신차 디자인에 대한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번 역대급 디자인을 갱신 중이라던 현대차 디자인이 요즘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급변하는 현대차 디자인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말 그대로 호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요즘 출시되고 있는 현대그룹 신차들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첫 주자는 제네시스 GV80이었는데 브랜드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SUV였던 GV80은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하여 “수입 SUV 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라는 디자인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GV80에 이어 출시된 세단 G80은 역대급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호평이 자자한 모델이다. 동급 수입 E세그먼트 세단들과 직접 비교되며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을 정도이니 G80 디자인이 잘 나왔다는 의견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을 전망이다.
쏘나타 뉴라이즈부터 일명 삼각떼, 쏘나타의 후속 모델인 DN8까지 최근 몇 년간 현대차가 공개한 신차들은 대부분 디자인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는 차들이 많았다. 특히 쏘나타 뉴라이즈와 신형 쏘나타는 호불호가 매우 강한 디자인이었으며 아반떼 AD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삼각떼라는 별명을 얻어 “역대 최악의 아반떼”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조금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분명 아반떼 MD와 페이스리프트전 AD, YF 쏘나타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 디자인에 대한 평은 대체적으로 좋았었으나 최근 몇 년간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신차가 등장할 때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번 엇갈렸다
한창 패밀리룩을 구축해 나가면서 디자인에 급진적인 변화를 주던 2010년대 초반부터 현대차는 모델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보통 소소한 변화에 그치는 페이스리프트 때도 디자인 변화의 폭을 크게 준 차량들이 많았었는데 대부분 원작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으며 “현대차는 페이스리프트만 하면 차가 이상해진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새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일관성 없이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준 이유는 아직까지 현대차는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확립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어떤 디자인이 좋은 것인지 감을 찾아나가는 일종의 과정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갈렸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급변하는 현대차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나쁜 디자인은 빨리 없애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라는 의견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자동차임에도 매번 디자인이 너무 크게 달라지니 브랜드 정체성과 줏대가 없다”라는 의견이 대립한 것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관에 따라선 둘 다 맞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물론 현대차 입장에선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왔던 것으로 해석되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현대 신형 쏘나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마저 급진적인 디자인 변화로 호불호가 매우 심한 디자인이었으니 아직 현대차는 정확한 디자인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파격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그런데 올해 출시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신차들은 이례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번에 등장한 신차들 역시 기존 모습과는 다른 파격적인 새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것은 동일하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법도 했지만 이번엔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어가고 있다.
제네시스 신형 G80은 세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패밀리룩이 잘 녹아들었고 삼각떼라고 불리던 구형에서 신형으로 환골탈태한 아반떼는 파격적인 새 디자인을 적용하여 “아반떼에 잘 어울리면서 개성 있는 좋은 디자인”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신형 아반떼 디자인은 기존에 혹평이 이어지던 삼각형 디자인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다른 어떤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디자인을 구현해 내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마치 이전 삼각떼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신형 아반떼는 차체 곳곳에 삼각형 디자인 요소들을 사용하여 준중형급에서 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스타일을 가지는데 성공했다.
아반떼는 물론 삼각떼라고 불리던 이전 모델 디자인이 너무 혹평을 받아왔었기에 신형이 상대적으로 더 예뻐 보이는 후광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전 모델보다 신형의 디자인이 더 나아졌다”라고 인정하니 환골탈태라는 표현을 써도 부족하지 않겠다.
현대차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잘 녹아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최근 출시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신차 디자인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2015년, 2016년 현대자동차에 합류한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디자이너의 스타일링이 이제 현대차에 제대로 녹아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두 디자이너의 결과물이 이제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제네시스인 2세대 G80 DH는 2013년에 등장하였기에 그들의 디자인 감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모델이었다.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신형 제네시스는 벤틀리를 디자인했던 두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쳤고 다행히도 새로운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은 좋은 반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계속해서 겪어왔다. 이상엽 전무가 디자인을 책임진 신형 쏘나타와 팰리세이드,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는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여전히 많이 갈리고 있어 아직까지 과도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이 많기 때문이다. 세 자동차 모두 파격적인 디자인이라는 의견에 대해선 수긍할 수 있으나 “이것이 좋은 디자인인가”라는 질문에는 섣불리 그렇다고 답하기는 조심스럽다.
자동차 디자인은 디자이너 한명이 모든 것을 다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함께 많은 부서 간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자동차 디자인이 나쁘거나 호불호가 심하다고 해서 디자이너만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해당 차량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수정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감은 항상 존재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디자이너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만인이 인정하는 훌륭한 자동차 디자인을 해왔던 디자이너들이다. 이는 그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상엽 디자이너가 GM에서 근무하던 시절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쉐보레 ‘콜벳 C6’와 범블비로 유명세를 치른 ‘카마로’를 디자인했으며 7세대 콜벳인 ‘스팅레이’의 컨셉카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 후 2010년 폭스바겐 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2013년부터는 벤틀리 외관 디자인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의 디자인 실력이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에서도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는 지금의 제네시스 GV80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원조 벤틀리 SUV 벤테이가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벤테이가를 디자인한 인물이 GV80을 만들어 내었으니 어느 정도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루크 동커블케는 이상엽 디자이너와 함께 벤틀리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두 디자이너가 합을 맞추어 탄생한 차량은 벤틀리 플라잉스퍼, EXP 10 스피드 6, 컨티넨탈 GT 정도가 있어 사실상 현재 출시되는 신형 벤틀리 디자인을 모두 담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벨기에 국적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는 폭스바겐 그룹인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를 거쳐 피터슈라이어의 부름을 받고 2015년 11월 현대자동차에 영입되어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역임하였다. 그가 디자인한 주요 모델들을 살펴보면 21세기 람보르기니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 가야르도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후 두 디자이너는 현대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대중적인 모델들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틀리를 디자인했던 디자이너들인 만큼 현대차를 포함한 제네시스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의해나갈 충분한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이고 있는 신차들의 디자인에 대해 좋은 평가가 이어지는 것은 약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방황하고 있던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이제서야 제대로 정립할 기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나가 현대차, 그리고 제네시스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서도 좋은 디자인은 유지하고 나쁜 것은 빨리 버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신형 아반떼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삼각떼 같은 디자인들은 과도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현대차보다는 앞으로 출시될 현대차들의 디자인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도 디자인으로는 꿀리지 않는 멋진 국산차가 더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