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수익성 문제로 인해 유독 스포츠카 분야에 투자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제네시스 쿠페 단종 이후 스포츠카를 출시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스포츠카에 가장 가까운 벨로스터가 명맥을 잇고 있지만 판매량은 많지 않다. 게다가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와 G70마저도 단종설이 나온 적이 있었다.
20여 년 전, 많은 젊은이들은 티뷰론을 드림카로 꼽았다. 당시 국내에 스포츠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았으며, 국내 모터스포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후속 모델인 투스카니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이때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티뷰론과 투스카니를 요즘 성능으로 다시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20여 년 전 풍미했던 티뷰론과 후속 모델 투스카니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기자
젊은이들의 드림카
현대 티뷰론
1996년, 현대차는 스쿠프 후속 모델로 티뷰론을 출시했다. 아반떼의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했으며, 전작인 스쿠프와는 달리 곡선을 많이 사용했으며, 스페인어로 상어를 뜻하는 티뷰론 이름에 걸맞게 상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엔진은 1.8 가솔린과 2.0 가솔린 두 가지가 존재했다. 1.8 가솔린은 133마력, 17.1kg.m을, 2.0 가솔린은 150마력, 19.5kg.m을 발휘했다. 변속기는 5단 수동변속기 또는 4단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 가솔린 모델은 낮은 스포일러를 장착하고 롱 기어비로 최고 속도를 중시한 SRX와 높은 스포일러를 장착하고 숏 기어비로 가속력을 중시한 TGX 두 가지로 나뉘었다.
티뷰론은 2.0 모델 기준으로 공차중량이 1,170kg에 불과해 무게당 출력비가 높았으며, 국산차 최초로 포르쉐와 공동 개발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적용해 훌륭한 주행감각을 지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1997년에는 현대차 창사 30주년 기념으로 티뷰론 스페셜을 500대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당시 WRC 포뮬러-2 경기에 출전하려면 500대 이상 생산한 양산차라는 조건이 있었기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 내놓은 모델이다.
티뷰론 스페셜은 루프와 쿼터 패널을 제외한 차체의 모든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25kg을 감량했다. 그리고 에어덕트 내경을 키웠으며, 배기계통 용량을 18리터로 증대시킨 트윈 머플러를 적용해 배기 저항을 감소시키고 육중한 배기음을 표현했다. 출력도 154마력, 20.0kg.m로 소폭 증가했다.
외장 색상은 블랙과 블루, 레드 3가지가 존재했으며, 스트라이프 두 줄 데칼이 적용되었다. 특히 블루 색상의 경우 흰색 데칼과 조화로 인해 포카리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실내는 모모 기어 노브와 모모 핸들, 전용 메탈 컬러 센터패시아가 적용되었다.
1999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티뷰론 터뷸런스가 출시되었다. 전면과 후면이 대폭 변경되었으며, 엔진은 이전과 동일한 1.8 가솔린과 2.0 가솔린 두 가지가 적용되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에 수출되기도 했다.
국내 튜닝 문화와 모터스포츠는 티뷰론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했다. 티뷰론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튜닝 문화과 활성화되었다. 티뷰론은 1997년부터 랠리에 출전해 포르투갈 랠리, 그리스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WRC 뉴질랜드전 우승, WRC 중국 랠리 1,2위 석권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2000년대까지 아마추어 레이서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티뷰론 뒤를 잇다
현대 투스카니
2001년, 티뷰론 후속 모델로 투스카니를 출시하게 된다. 아반떼 XD를 베이스로 개발했으며, 스쿠프로부터 시작된 전륜구동 스포츠 쿠페의 마지막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이후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는 후륜구동을 채택했다.
엔진은 2.0 가솔린과 2.7 가솔린 두 가지가 있으며, 2.0 가솔린은 143마력, 19.0kg.m, 2.7 가솔린은 175마력, 25.0kg.m을 발휘했다. 변속기는 2.0 가솔린은 5단 수동, 6단 수동, 4단 자동 3가지를, 2.7 가솔린은 6단 수동과 4단 자동을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2.7 엘리사 모델이 인기가 많았다. 2.7 엘리사 모델은 최대 222km/h, 제로백 8초로 당시 국산차 중에서는 매우 빠른 편이였다.
이외에도 독일 삭스에서 만들어진 댐퍼와 스프링, 스태빌라이저를 장착했으며 국산차 최초로 파워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어 더 강하고 안정적인 제동 성능을 갖췄다. 티뷰론과 마찬가지로 튜닝이 매우 활발했다.
해외 반응도 괜찮았다. 탑기어에서는 베이비 페라리로 평가했으며, 미국에서는 가성비가 좋으면서 괜찮은 외관을 가진 차로 인기가 많았다. 투스카니는 두 번의 부분변경을 거친 후 2008년, 제네시스 쿠페 생산을 앞두고 단종되었다.
제네시스 쿠페 이후로
스포츠카가 전무한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단종 이후로 현대차는 좀처럼 스포츠카 모델을 내놓고 있지 않다. 벨로스터 N이 있긴 하지만 스포츠카보다는 핫 해치에 가까운 모습이다.
아무래도 수익성이 부족하다 보니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도 개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스포츠카보다 잘 팔리는 분야인 스포츠 세단, 스팅어와 G70도 판매량이 낮은 편으로 한때 단종설이 나온 적도 있었다.
요즘 성능으로
다시 출시하는 것도 괜찮다
스타크래프트 등 옛날 인기 게임을 리마스터해서 재출시하는 것처럼 티뷰론이나 투스카니도 요즘 성능으로 다시 출시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한때 주목을 많이 받았으며, 지금도 티뷰론과 투스카니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상당이 많다. 거기에 현재 국산 스포츠카가 전무하다 보니 출시하게 되면 꽤 많은 수요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고성능 N 브랜드도 가지고 있는 만큼 고성능 스포츠카로 티뷰론 N, 투스카니 N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아도 괜찮아 보인다.
현재 현대차는 대중적인 라인업을 상당히 많이 거느리고 있는 데다 해외에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이젠 대중적인 모델보다는 마니아 성격이 강한 스포츠카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어떨까? 당장은 수익 면에서 손해를 보겠지만 스포츠카를 통해 세계에 기술력을 홍보하면 미래에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해외 브랜드들이 스포츠카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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