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통과 6기통은 감성의 차이가 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4기통이라고 할지어도 6기통 특유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은 따라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요즘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여 4기통 엔진으로도 충분히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구현해 낼 순 있으나 태생적인 한계는 사실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은 다운사이징이라는 대세에 맞춰 배기량을 낮추고 기통을 덜어내는 중이다. 이는 국산차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고급차에 속하는 제네시스 신형 G80의 주력 트림은 2.5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반면, 현대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는 상위 트림으로 V6 3.3리터 가솔린 엔진을 제공한다. 두 차량의 가격차이는 약 700만 원, 그랜저 풀옵션과 G80 하위 트림 중 어떤 차를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실구매 리포트는 그랜저와 G80 가격 비교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전륜구동과 후륜구동
차이가 큰 두 세단
사실 두 자동차가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애초에 두 자동차는 동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G80은 그랜저보다 윗급으로 구분되는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다. 구동방식 역시 그랜저는 전륜구동, G80은 후륜구동 베이스이기 때문에 주행 질감에서도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다만 단순히 제원만 놓고 비교해 본다면 두 차량 모두 5미터에 가까운 E세그먼트 세단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에서 고급차로 인식되어 기업 입원의 법인차로 이용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랜저의 상위 등급에 V6 3.3 람다 가솔린 엔진을 선택하게 되면 G80의 I4 2.5 가솔린 터보 엔진과는 기통수 차이가 나게 되기 때문에 감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6기통 그랜저가 더 낫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G80에서 6기통 가솔린 엔진을 누리기 위해선 5,907만 원부터 시작하는 3.5 가솔린을 선택해야 하며 실구매 가격은 6천만 원 초반대까지 올라가기에 6기통 그랜저를 4천만 원 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은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저렴한 맛에 6기통 그랜저를 선택하는 것과 돈을 더 주고라도 G80 기본 사양을 구매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지 비교해 보았다.
흔히들 “쏘나타 풀옵션 살 돈으로 그랜저 산다”라며 쏘나타를 계약하기 위해 전시장에 찾았다가 결국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음을 확인하고 그랜저 하위 트림을 산 고객들의 후기가 한때 많이 올라왔었다. 이번엔 등급을 높여 그랜저 풀옵션 살 돈으로 제네시스 G80을 선택하게 되면 어떨지 알아보는 것이다.
금액적인 측면에선 쏘나타와 그랜저의 갭보다 조금 더 커졌다. 그랜저 3.3 가솔린 캘리그래피는 4,430만 원에 옵션 330만 원이 추가되어 4,760만 원이지만 제네시스 G80 2.5 가솔린 기본 사양은 5,247만 원으로 약 8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각각 두 차량을 선택했을 시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그랜저도 그랜저 나름의
네임밸류가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랜저는 엄연한 고급차에 속한다. 지금은 제네시스라는 상위 브랜드가 생겼지만 한때 그랜저는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다. 현대차 브랜드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고급 세단인 만큼 기본 사양도 탄탄하며 4,287만 원부터 시작하는 그랜저의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를 선택할 시엔 내장 컬러를 원하는 색으로 변경할 수 있다. 선택지는 총 3가지로 브라운과 블랙 모노톤, 카키 원톤이 제공되며 대부분 화사한 느낌을 선사하는 브라운을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풀옵션인 만큼 옵션도 매우 탄탄하다. 현대차에서 제공하는 모든 옵션들이 총 집약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고속도로 주행보조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9에어백 시스템, 12.3인치 FULL LCD 클러스터, 뒷좌석 스웨이드 목베개, 인조가죽 감싸기 크래쉬, 퀄팅 인조가죽 감싸기 도어트림, 리얼 알루미늄 도어트림 가니쉬, 스웨이드 내장재,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12스피커), 앰비언트 무드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 장비가 탑재된다.
G80은 제네시스라는
코리안 프리미엄이 존재
반면 제네시스 G80은 본격적인 후륜구동 베이스의 고급 세단을 원하는 수요층들을 공략하는 프리미엄 세단이다. 기본가격 역시 5,247만 원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현대차에서 누릴 수 있는 어지간한 옵션들은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 사양이므로 내장재 컬러 선택은 불가능하며 블랙 원톤 인테리어가 제공된다.
차급이 있다보니 기본 사양임에도 FULL LED 헤드 램프, 앰비언트 무드램프,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9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조수석 워크인 디바이스, 고속도로 주행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 등 많은 사양이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랜저 풀옵션에도 공통적으로 이미 포함되어 있는 사양들이다.
오히려 사운드 시스템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썬루프, FULL LCD 클러스터, 좌석 스웨이드 목베개는 제네시스 기본 사양에는 없는 옵션들로 기본적인 옵션 구성만 놓고 보자면 제네시스보다 그랜저가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제네시스가 그랜저보다 뛰어난 사양은 14.5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10개의 에어백 정도다.
3.3 자연흡기 가솔린과
2.5 가솔린 터보 엔진
변속기는 8단으로 동일하다
두 차종의 파워트레인도 비교해보자. 그랜저 풀옵션은 290마력, 35.0kg.m 토크를 내는 3,342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공인 복합 연비는 9.6km/L다.
이에 맞서는 G80 기본 사양은 304마력, 43.0kg.m 토크를 내는 2,497cc I4 가솔린 터보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공인 복합 연비는 10.8km/L다. 엔진 기통수는 그랜저가 2개 더 많지만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장착된 G80 2.5 가솔린 터보가 출력과 연비 모두 우세한 수치를 자랑한다.
다음은 크기 제원 비교다. 그랜저 3.3 가솔린 크기 제원은 길이 4,990mm, 너비 1,875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885mm, 그리고 공차중량은 1,660kg이다.
G80 2.5 가솔린 터보의 크기 제원은 길이 4,995mm, 너비 1,925mm, 높이 1,465mm, 휠베이스 3,010mm, 그리고 공차중량은 1,785kg이다. 높이를 제외하면 모든 수치가 G80이 더 크다. 다만 G80은 후륜구동 베이스라 휠베이스가 더 김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레그룸 자체는 그랜저가 더 넓다.
마지막으로 두 차종의 가격을 비교해보자. 실구매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차이일 것이다. 그랜저 3.3 캘리그래피 풀옵션 트림 기본 가격은 4,287만 원, 별도로 발생하는 옵션 비용은 330만 원이다. 여기에 재구매 등 조건부 할인이 적용되며 발생하는 취등록세는 334만 1,920원, 실구매 가격은 4,951만 1,920원이다.
G80 2.5 가솔린 기본 사양 가격은 5,247만 원, 별도로 발생하는 옵션 비용은 없다. G80에도 그랜저와 동일하게 재구매 등 조건부 할인이 적용되며 발생하는 취등록세는 379만 2,460원, 실구매 가격은 5,626만 2,460원이다. 두 차량의 가격차이는 약 700만 원, 풍부한 옵션을 자랑하는 그랜저와 후륜 구동 베이스의 G80, 어떤 차를 구매하는 것이 현명할까? 이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셔도 좋다. 오토포스트 실구매 리포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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