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stagram ‘남자들의 자동차’ @motorsjason | 제보자 ‘윤정규’님)
사진만 보아도 포스가 느껴진다. 그간 포착되었던 슈퍼카 사진과 달리 사진 한 장만으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네 개로 나누어진 테일램프, 중앙에 있는 거대한 머플러… 문자로만 표현하면 단순하지만 눈으로 보면 분명 그간 봐왔던 슈퍼카와 다르다.
긴 서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오늘 오토포스트 스파이샷 플러스는 최근 국내 도로에서 포착된 ‘부가티 베이론 16.4 그랜드 스포트’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 자동차의 일대기와 사후 이야기는 덤이다.
글 김승현 기자
Top Gear : Bugatti Veyron vs Euro Fighter – Top Gear – BBC
부가티 베이론과
유로파이터의 대결
자동차 마니아라면 위 영상 속 장면들을 기억하실 것이다. 영국 ‘탑 기어’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다. 리처드 해먼드는 “베이론의 명예가 걸려 있는 대결이다”라며 리뷰를 시작했다. ‘부가티 베이론’의 상대는 당시 지구상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최첨단 기술로 제작된 전투기로 꼽혔던 ‘유로 파이터 타이푼’이었기 때문이다.
유로 파이터 전투기의 최고 속도는 2,400km/h에 달했다. 부가티는 이 대결을 위하여 탑 기어 측에 베이론을 두 대 보냈었다. 한 대로는 불안했던 모양이다. 상대가 페라리나 파가니 정도였으면 굳이 두 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대결은 링컨셔에 위치한 RAF 메인 활주로에서 진행됐다. 대결 방식은 2마일(약 3.2km) 드래그 레이스였다. 베이론은 출발선에서 출발하여 터닝 포인트를 돌아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유로 파이터는 가능한 한 빨리 수직으로 이륙하여 거리에 도달하면 다시 수직으로 착륙하여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출발 후 유로파이터가 땅에서 이륙할 때까지는 부가티 베이론이 앞섰다. 유로 파이터는 땅에서 떨어지자마자 수직으로 상승했고, 베이론은 불과 18초 만에 303km/h라는 속도에 도달했다. 역사상 가장 멋진 장면을 보여줬던 대결, 결과는 위 영상에서 확인 가능하다.
캡틴 슬로는
최고 속도 기록에 참여했다
‘캡틴 슬로’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메이는 최고 속도 기록에 참여했다. 비록 별명은 ‘느림보 대장’이지만 속도 기록 관련 에피소드는 제임스 메이가 거의 도맡았었다. ‘부가티 베이론’의 최고 속도 에피소드, 그리고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트’의 최고 속도 기록 에피소드도 모두 제임스 메이가 진행했다.
베이론 슈퍼 스포트의 제로백은 2.5초로 일반 베이론과 동일했다. 그러나 0-160km/h은 4.5초로 일반 베이론과 전혀 달랐다. 이는 ‘포르쉐 911 GT3’의 제로백과 동일한 수치다. 베이론의 출력은 1,000마력, 슈퍼 스포트의 출력은 1,200마력이다. ‘골프 GTi’ 한 대의 파워가 더해졌지만 속도는 약 8km/h 빨라졌다. 제임스 메이는 이에 대해 “빨리 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론 슈퍼 스포트의 가격은 약 24억 원이다.
Bugatti Super Sport Speed Test – Top Gear – BBC
테스트는 독일 ‘나르도’ 서킷에서 진행되었다. 이 서킷은 21km 길이의 타원형 트랙과 8.85km 길이의 직선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최적의 컨디션을 위해 하루 중 공기가 가장 가벼울 때를 기다렸다. 이 테스트를 위해 베이론 슈퍼 스포트가 신은 타이어는 한 세트에 무려 337만 원짜리였다.
제임스 메이의 목표 속도는 414km/h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베이론이 최고 속도에 도달하면 1분에 약 6.4리터의 기름을 소비하고, 라디에이터는 1시간에 4톤에 달하는 공기를 빨아들인다고 한다.
제임스 메이는 과거 일반 베이론을 타고 기록했던 최고 속도를 순식간에 지나쳤고, 411km/h가 되자 “차가 조금씩 흔들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로 두었던 414km/h를 기록한 뒤에도 계속해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제임스 메이가 최종적으로 기록한 속도는 417km/h다.
제임스 메이는 기네스북에 이름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메이가 주행을 끝낸 후 부가티는 그의 속도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자사 테스트 드라이버를 보냈다. 부가티 테스트 드라이버가 기록한 속도는 431km/h다. 이 에피소드에서 베이론 슈퍼 스포트는 ‘굼퍼트’를 제치고 1분 16초 8이라는 기록으로 탑 기어 트랙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담이지만 이들이 진행하는 탑 기어를 그리워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들은 현재 새로운 자동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001마력, 127.4kg.m
2.5초, 7.3초, 16.7초
기사 첫머리에서 보았던 국내에서 포착된 부가티는 ‘베이론 그랜드 스포트’다. 국내에 돌아다니는 것은 2011년식 모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론 그랜드 스포트는 1,001마력, 127.4kg.m 토크를 발휘하는 7,993cc W16 쿼드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한다.
그랜드 스포트는 제로백을 2.5초 만에 해결한다. 공식적으로 0-200km/h은 7.3초, 0-300km/h은 16.7초 만에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랜드 스포트는 2008년 페블 비치 이벤트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고, 1호 자동차는 약 40억 원에 거래되었다.
2단, 145km/h
420km/h, 407km/h
기어 2단에서 무려 145km/h까지 달릴 수 있다. 그랜드 스포트는 기존 베이론보다 리어 스포일러의 높이를 높게 설계하여 다운 포스를 증가시켰다. 리어 스포일러는 220km/h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에어 인테이크는 이 속도를 지나면 공기를 더욱 활발하게 빨아들인다. 마치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까”라고 말하는 것 같다.
베이론의 속도계에는 420km/h까지 쓰여있다. 부가티가 공식적으로 밝힌 최고 속도는 407km/h다. 잘 달리는 자동차는 잘 멈추어야 하는 법. 베이론 그랜드 스포트는 일반 자동차 수준의 제동력을 발휘하는 에어 브레이크도 모자라 네 바퀴에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도 장착하고 있다.
전 세계 5% 미만 슈퍼리치
150대, 24억 원, 40억 원
수많은 파생 모델 중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트’는 150대 한정 생산되었다. 기본 가격은 20억 원을 넘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1호 차는 무려 40억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래되었고, 나머지 차량들은 약 24억 원짜리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왔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이 자동차는 ‘슈퍼 리치’만 구매할 수 있는 자동차다”라며, “슈퍼 리치라는 말은 전 세계에서 5% 미만의 선택받은 자만이 ‘부가티 베이론 16.4 그랜드 스포트’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라고 소개했었다.
마지막 450번째
‘라 피날레’ 오픈 톱
부가티 베이론은 10년간 450대가 판매되었다. 자기, 수정, 희귀 가죽 및 목재, 황금, 백금 등 보통의 자동차에는 잘 쓰이지 않는 특별한 소재들이 부가티의 개인화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었다. 부가티가 밝힌 전 세계에 판매된 베이론 450대의 옵션 포함 평균 가격은 약 28억 원이다.
450대 중 쿠페는 300대, 오픈 톱 모델은 150대다. 그중 부가티가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라 피날레’는 베이론의 마지막 150번째 오픈 톱 모델이다. 마지막 베이론은 레드 카본 파이버 보디워크와 함께 최초의 ‘베이론 16.4’를 오마주로 하여 블랙과 레트 투 톤으로 외관을 장식했다.
마지막 베이론의 실내는 2005년 오리지널 모델을 따라 연베이지색 실크 소재를 사용했다. 디자이너와 커스터머의 선택으로 붉은 톤의 핫 스퍼가 함께 조화를 이뤘다. 센터 터널과 센터 콘솔, 도어 배털, 시트 쉘, 시트 사이 수납함 커버에는 레드 카본 파이버가 더해졌다.
슈퍼 스포트의 오픈 톱 모델 ‘비테세’를 기반으로 개발된 ‘라 피날레’는 다른 비테세 모델과 마찬가지로 1,200마력, 153kg.m 토크를 발휘하는 8.0리터 W16 쿼드 터보 엔진을 탑재한다. 제로백 2.6초, 공식 최고 속도는 410km/h다.
1,500마력, 163.2kg.m
2.5초, 6.5초, 13.6초
‘베이론’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EB110’의 시대가 저문 뒤 베이론이 등장했듯, 베이론의 시대가 저문 뒤 ‘시론’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 부가티는 지난 2016년 베이론의 후속 모델 시론을 공개했다. 부가티는 시론을 “지구상 가장 강력하고 빠르며,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양산형 슈퍼 스포츠카”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시론은 1,500마력, 163.2kg.m 토크를 뿜어내는 8.0리터 W16 쿼드 터보 엔진을 품는다. 베이론과 같은 엔진이지만 출력이 무려 300마력 강해졌다. 부가티가 제한을 둔 공식 최고 속도는 420km/h, 시론 계기판에 쓰여있는 최고 속도는 500km/h다.
시론은 ‘Lift’, ‘EB Auto’, ‘Autobahn’, ‘Handling’, ‘Top Speed’ 등 총 다섯 가지의 주행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중 Lift는 과속 방지턱을 통과하거나 차량을 트레일러에 실을 때 사용하고, Handling은 민첩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사용한다.
EB Auto는 50km/h 이하의 저속 주행에서, 180km/h 이상의 고속 주행 때는 Autobahn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참고로 최고 속도는 Top Speed 모드에서 발휘된다.
시론은 카본 파이버 모노코크 섀시, 티타늄 배기, 부가티가 다시 개발한 7단 DSG 기어, 초고성능 클러치, 최대 8피스톤 캘리퍼와 카본 실리콘 카바이드 디스크로 구성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춘다. 타이어는 285/30과 355/25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를 신는다.
시론은 AWD 시스템과 함께 제로백을 2.5초 만에 해결한다. 이는 베이론과 같은 수치다. 3,800rpm부터 터보차저를 두 기씩 순차적으로 투입시키는 2스테이지 터보차징 기술로 터보 랙을 잡아내어 0-200km/h 6.5초, 0-300km/h는 13.6초 만에 해결한다. 시론의 공식 가격은 약 32억 원이다.
더 민첩한 코너링
카본 파이버 와이퍼
작년 3월에는 ‘시론 스포트’를 출시했다. 일반 시론보다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적용받고, 리어 액슬 디퍼렌셜과 조향 시스템을 코너링에 더욱 최적화하였다. 이와 더불어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타이트한 커브길에서 우수한 민첩성을 발휘하도록 했다.
시론 스포트는 새로운 경량 휠을 장착한다. 스태빌라이저, 인터쿨러 커버, 윈드스크린 와이퍼는 카본 파이버 소재로 변경하였다. 또한 유리 소재를 더욱 가벼운 것을 사용하여 체중을 18kg 덜어내기도 했다. 부가티에 따르면 와이퍼를 사본 파이버로 만든 것은 양상 차량 중 시론 스포트가 처음이라 한다.
시론 스포트는 일반 시론과 동일한 엔진에서 동일한 힘을 발휘한다. 부가티에 따르면 그럼에도 나르도 테스트 트랙에서 시속 200km/h 코너링 속도를 달성하고, 일반 시론보다 5초 빠른 랩타임을 달성했다고 한다.
사진 속 붉은 시론 스포트는 2018 제네바 모터쇼에 출품됐었다. 가격은 무려 약 40억 원, 이는 트림 패키지와 옵션 보디 컬러 비용 등을 모두 더한 가격이다. 기본 가격은 약 35억 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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