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QM3의 후속 모델인 캡처가 지난 13일 출시됐다. XM3에 이어 출시된 캡처는 르노삼성 마크가 아닌 로장주 엠블럼을 달고 있으며 전량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되어 수입되는 수입차다. 국내에서 현지화를 거쳐 판매하는 XM3와는 다르게 유럽 감성이 물씬 배어있는 캡처는 XM3보다 탄탄한 주행감각과 세팅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는데, 르노삼성이 XM3와 캡처를 통해 투 트랙 전략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해외에선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르노 캡처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르노의 신차 캡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유럽에선 6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르노 캡처는 유럽시장에서 6년 연속 소형 SUV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주행 질감뿐만 아니라 차량 내, 외부 디자인과 적용된 사양 모두 실용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르노 캡처는 국내에선 QM3로 판매되던 차량의 후속 모델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QM3 시절 실루엣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뜻 페이스리프트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차는 완전히 바뀐 신형 모델이다. QM3는 뛰어난 연비와 경제성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으나 동급 소형 SUV들 대비 작은 크기, 떨어지는 사양 때문에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유럽시장에선 베스트셀러였으나 국내시장에선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신형 캡처는 기존 QM3에서 지적받았던 부족한 편의 장비와 반자율 주행 시스템의 부재 등을 개선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디젤만 판매하던 기존과는 다르게 TCe 260 가솔린 터보 엔진과 1.5 dci 디젤 엔진 두 종류가 탑재되어 선택지의 폭도 넓혔다.
TCe 260 가솔린 엔진은 XM3에 적용된 1.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동일한 사양으로 최대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kg.m을 자랑하며 이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조합을 이룬다. 공인 복합연비는 13.0km다. 1.5리터 디젤 엔진은 최대출력 116마력, 최대토크 26.5kg.m을 발휘하며 같은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조합을 이룬다. 공인 복합연비는 17.7km/L로 여전히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XM3에선 디젤을 선택할 수 없기에 차별화되는 사양이다.
인테리어와 편의사양 역시
XM3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실내 디자인은 XM3와 닮아있어 큰 이질감은 없다. XM3가 캡처의 실내를 참고하여 비슷하게 만들었으니 두 차종의 인테리어가 비슷한 건 당연한 일이다. 운전자를 위한 편의/안전 장비도 QM3와 비교하면 대폭 강화되었다.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차간거리 경보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이 모든 트림에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다.
고속도로나 국도 주행 시 피로감을 덜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가솔린 모델 모든 트림에 기본 장착되며 디젤 트림에는 아쉽게도 장착되지 않는다. 또한 르노 차량들에 두루 적용되는 오토 클로징/오토 오프닝,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후방카메라, 전방/후방 경보 시스템, 전 좌석 원터치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는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되어 상품성을 강화했다.
캡처의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XM3와 거의 동일한 사양을 갖추었다. 세로형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은 이지 커넥트 9.3인치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었으며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모두 지원한다.
또한 XM3와 동일한 10.25인치 TFT 디지털 계기판이 적용되며 T맵 내비게이션과 연동할 수 있는 맵인 클러스터 기능 역시 탑재되었다. 평소 T맵을 자주 사용하는 운전자라면 유용하게 활용 가능한 기능이다.
르노 캡처는 QM3와 비교해보면 길이는 105mm 길어졌고, 너비는 20mm 늘어났다. 따라서 실내 공간 역시 기존 모델보다 개선되었으며 뒷좌석 시트를 앞뒤로 이동할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면모를 갖추었다.
물론 XM3와 비교해보면 길이만 350mm가 차이 난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르노 캡처이지만 XM3보다 작은 크기는 판매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캡처의 엔진 사양별 가격은 1.5 디젤 젠 트림이 2,413만 원, 인텐스 트림이 2,662만 원이며, TCe 260 가솔린 인텐스 트림이 2,465만 원, 에디션 파리 트림이 2,748만 원으로 트림을 간결화하였고, XM3와는 다르게 별도의 염가형 트림이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한 유럽형 캡처
현지화를 거친 XM3
르노 캡처가 출시되기 전부터 많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캡처가 한국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한국인의 취향에 맞춰져 현지화를 거친 XM3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보다 작은 유럽형 콤팩트 SUV 캡처가 경쟁력을 갖추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출시후 소비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저 돈이면 XM3 사지”라는 반응이 이어진 것이다.
캡처와 XM3는 같은 소형 SUV 세그먼트에 속하지만 두 차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했음에도 르노 캡처는 유럽형으로 세팅되어 승차감과 주행 질감 모두 XM3보다 직관적이며 다소 거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적용된 편의 사양 역시 한국 소비자들보단 유럽 소비자들에게 맞추어져 있어 통풍시트 같은 옵션들은 캡처에서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흠이다.
반면 한국 현지화를 완벽하게 거친 XM3는 좋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출시 초기 많은 소비자들이 걱정했던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세팅을 통해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구현했으며 소형 SUV 세그먼트에는 없던 쿠페형 SUV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도입하여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1,700만 원 대로 시작하는 기본 가격 덕분에 가성비가 좋다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XM3는 한국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 분석을 제대로 하여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르노 캡처는 XM3를 견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앞서 언급한 이유로 유럽 시장에 최적화된 르노 캡처는 국내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차의 상품성이 잘못되었다며 폄하하거나 가치를 섣불리 깎아내리는 건 위험하다.
국내에도 분명 탄탄한 유럽 스타일로 세팅된 콤팩트 SUV를 원하는 수요층들이 존재할 것이며 르노 캡처는 이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뿐이다. 조금 더 한국적이고 부드러운, 그리고 옵션이 좋은 소형 SUV를 원한다면 XM3나 셀토스, 여타 국산 소형 SUV를 선택하면 된다. 르노 캡처의 상품성과 가격 구성은 전혀 틀린 것이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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