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당연하다. 더군다나 사람이라면 월급을 최대한 많이 받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받아도 너무 많이 받는다”라고 비판받는 직장이 한 군데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다.
현대차의 월급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중 최고 수준으로 유명하다. 세계 1위인 토요타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BMW은 “그렇게 월급을 주고도 수익이 나는가?”라고 의문을 표한 적이 있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BMW도 놀랐다는 현대차의 월급 수준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기자
BMW도 놀란
현대차 연봉
5년 전, BMW 인사, 노무 관계 총괄 사장은 현대차 근로자들의 연봉이 1억에 가깝다는 말을 듣자 매우 놀라며 “그렇게 주고도 수익을 낼 수 있나요? 정말 대단하네요”라고 말했다.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천만 원이 넘는다고 하며, 대리급 이하 신입사원 들의 평균 초봉도 5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직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 또한 성과급과 상품권, 주식 등 기본급 이외에 받는 것이 상당한 편이다.
BMW의 숙련된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한화로 5~6천만 원 정도며 독일에서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2015년 기준 BMW 근로자들은 주당 35시간을 일하며, 연장/주말 근무가 거의 없는 편이다. 반면 현대차는 주당 정규 근로 시간이 대략 42.5시간에 야간, 주말 근무를 합치면 50시간 정도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과 독일의 2015년 1인당 국내 총생산이 각각 2만 7,105달러, 4만 1,139달러로 격차가 큰 것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임금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지난해, 한국과 독일의 1인당 국내 총생산이 각각 3만 2,047달러, 4만 6,284달러로 여전히 격차가 크다.
옛날부터 꾸준히
품질과 관련된 논란이 많았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의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대차가 훌륭한 상품성과 품질을 갖춘 차를 생산해 판매한다면 연봉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옛날부터 꾸준히 조립 불량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연봉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동차 결함은 모든 제조사에서 발생하는 거지만 현대차의 경우에는 부품이 잘못 끼워지는 기본적인 조립 불량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편이다.
최근 사례만 해도 상당하다. 신형 아반떼 도어트림이 앞뒤 다른 색으로 조립되어 인수거부를 한 사례가 있으며, GV80 도어 트림의 내장재가 잘못 조립되었지만 그대로 전시차로 활용된 적이 있다. 신형 G80 시승차에서는 사이드 휀더 부분의 방향지시등 패널이 외장 컬러와 다른 색상이 조립되어 있었다.
이외에 초기품질 논란에 시달렸던 것으로는 GV80 후진 오류, K5 도어 잠금장치 불량 이슈, 더 뉴 그랜저 시동 문제 등이 있다. 이런 결함들이 끊임없이 나오다 보니 돈은 많이 받으면서 품질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며 혹평을 받고 있다. 특히 조립 불량의 경우 QC 과정에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해 더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현대차 노조들
2016년, 현대차 노조들은 연봉 9천만 원도 부족하다고 말한 적 있었다. 고정급은 5~6천만 원 정도고 나머지는 성과급, 특근, 잔업을 했을 때 받는 돈이라고 한다. 경기가 나빠지고 차가 안 팔리면 성과급도 줄어들기 때문에 기본급을 올려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매년 임금 등 다양한 문제로 파업을 진행해 왔다. 연평균 16.2일 파업했으며,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이 연평균 8만 3천여 대, 손실 금액도 1조 8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파업은 옛날부터 쭉 이어져 왔었다. 1987년 출범한 노조는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9년을 제외하고 모두 파업에 나섰으며, IMF 직후인 1998년에는 최장기간 36일 동안 전면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1년 가운데 1개월 동안 공장을 멈추게 되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전면 파업보다는 조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잔업을 거부하는 부분 파업으로 축소되었지만 이에 따른 생산 차질과 손실 금액은 과거보다 커졌다. 생산 효율성이 높아졌고, 1대당 원가와 판매금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업으로 인해 출고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와이파이 논란
노조 무력화 시도?
꾸준히 조립 불량과 관련된 이슈가 제기되자 현대차는 지난해 연말, 와이파이 접속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그동안 공장 내에서 5~6대를 빠르게 한 번에 조립한 후 쉴 시간을 만들어 동영상을 시청하는 내려치기와 동영상을 보면서 지나친 5~6대를 뒤에 있는 차부터 앞차까지 빠르게 조립하는 올려치기가 성행하고 있었다.
동영상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립 불량에 대한 이슈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현대차는 작업 시간 안전사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조 무력화 시도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특근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현대차는 결국 2일 만에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조치가 해제되자 노조도 특근 거부를 철회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노조 내에서도 “현대차 노조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주변에서 비웃을 일”이라는 등 반발 역풍을 맞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에도 앞서 언급한 불량 사례들이 나오면서 “와이파이를 쓰면서 조립하는데 불량이 안 나올 리 없다”라며 규탄하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문제
외국 기업들도 투자를 망설여
이렇듯 현대차 노조들이 파업을 벌여가며 임금 또는 성과급 등이 계속 오르는 반면 효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HPV가 현대차 국내 공장 26.8시간, 토요타 24.1시간, 포드 21.3시간, GM 23.4시간보다 길다.
효율이 낮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이윤이 줄어들어 적자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차 값을 올리거나 원가를 절감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 기업들도 현대차에 투자하고 싶지만 고비용 저효율 문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이미 올린 임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이대로 계속 가게 된다면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