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엔 배출가스 조작 혐의가 드러나면서 환경부가 과징금 776억 원을 부가했음에도 벤츠 코리아는 이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대명사로 불렸던 벤츠이기에 이런 조작 혐의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벤츠 코리아의 만행 때문인지 여론은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벤츠 코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 브랜드, 벤츠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 때도
벤츠는 배출가스를
조작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디젤차 배기가스 불법 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한 번에 깨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환경부는 지난 6일 C200d, S350, GLE350d, GLC220d, ML350등 많은 벤츠 경유 차량들의 배기가스 불법 조작 사레를 적발하여 7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엔 최근에 판매하는 디젤차들이 아닌 길게는 10년이 넘은 자동차들도 배출가스 조작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알게 모르게 오랜 기간 동안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하며 그들만의 잘못된 방법으로 디젤차를 판매해 왔던 것이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때 거의 유일하게 조작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당시 “역시 벤츠는 남다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폭스바겐 그룹이 모두 무너질 때 벤츠 디젤 엔진은 멀쩡했다”,”벤츠의 브랜드 신뢰도는 최상급”이라며 브랜드 충성 고객들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소비자들을 기만한 행위였기에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오랫동안 검사에서 걸리지 않도록 배출가스를 교묘하게 조작해 왔던 벤츠의 행태에 최근 한 소비자단체에선 고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환경부의 검사 결과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체면을 구긴 메르세데스 벤츠는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아닌 환경부의 검사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환경부가 발표한 배출가스 조작 기준 차량들은 모두 생산이 중단된 과거 유로 6 배출 가스 기준 차량에만 해당하는 사안으로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신차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배출가스 조작 혐의가 적발된 벤츠는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결함 시정 계획서를 제출해 승안 받아야 하며, 조작 논란에 해당되는 차량 차주들은 계획서에 따른 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하지만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EGR 장치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기존 차량들의 연비와 출력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에 차주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여기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총책임자인 실라스키 사장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오는 9월 미국으로 발령받아 떠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임기 만료를 이유로 떠난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큰 문제가 터진 현시점에 갑자기 발령이 난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벤츠 코리아의 경영진이 한국을 떠나게 되면 이러한 불법 사실들이 밝혀져도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은 조사와 그에 따른 처벌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를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미국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벤츠를 믿어왔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벤츠 코리아의 태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통해 벤츠의 이미지엔 큰 손실이 있었지만 그동안 꾸준히 소비자들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대비 한국에 재투자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또한 그들의 장사 방식과 소비자들에게 보이는 태도는 “배짱 장사를 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미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왜 소비자들은 벤츠가 배짱 장사를 한다고 이야기해왔던 것일까?
1. 벌어들이는 수익 대비
재투자가 거의 없다
첫 번째는 바로 재투자 관련 이야기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랫동안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많은 돈을 챙겼다. 작년 한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해도 2,18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벤츠 코리아는 한국 시장에 별다른 재투자를 하지 않았으며 라이벌로 분류되는 BMW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벤츠는 870억 원 정도 규모의 부품 센터를 만든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재투자가 없다.
BMW 코리아는 유독 한국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꾸준히 재투자를 진행해 왔고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에도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고객들의 정비 편의를 위해 안성에 신규 부품 물류센터를 짓는데 1,600억 원을 사용하였고 영종도엔 자사 드라이빙 센터를 895억 투자해 만들어 냈다. 이외에도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차량을 만들기 위해 200억 원 규모의 R&D 연구 개발센터를 설립하거나 물류센터를 만드는 등 벤츠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2. 사회 공헌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된다
재투자와 이어지는 사회 공헌 부분 역시 BMW와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 역시 타의 귀감이 되는 BMW와는 다른 행보다. BMW 코리아는 꾸준히 사회환원을 진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미래재단을 운영하며 건강한 미래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친환경 리더십, 글로벌 인재 양성,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목적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특별히 주문 제작한 맞춤형 X5를 기부하기도 했으며 지속적인 투자가 같이 이루어져 인력 채용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BMW RCD에는 약 120명이 근무하며 RDC 내 직접 근무인원 및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약 600명의 직간접적 고용 창출이 발생했다.
3.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판매 정책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만은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판매 정책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옵션이나 사양은 해외에 판매되는 모델보다 뒤떨어지는 차량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출시된 중형 SUV GLE는 9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해외에서 장점으로 어필되었던 에어 서스펜션이나 반자율 주행 시스템 같은 첨단 사양들이 모두 빠진 채로 출시되어 배짱 장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당시 벤츠 코리아는 “왜 옵션이 부족한지를 설명해달라”라는 질문에 “한국에 최적화된 사양을 맞춰서 판매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보고 추후에 다른 모델을 더 들여오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기업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먼저 달라져야
많은 논란과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행보는 당분간 큰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어찌 되었든 판매량은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판매량에 큰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산 브랜드인 현대기아차가 오버랩 되는 순간인데 브랜드가 어떤 행보를 보이더라도 결국 차는 잘 팔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물론 앞으로도 큰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큰 문제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벤츠 코리아 경영진들은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해외로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이 그대로 떠난다면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며 결국 없던 일로 잊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업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과감하고 신중한 변화가 필요하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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