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에쿠스는 국내에서 ‘부의 상징’,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을 뿐만 아니라 2005 APEC 정상회담, 2010 G20 정상회의때 각국 정상들에게 의전차로 제공되는 등 국내 대표 자동차로서 많은 활약을 했다. 현재는 제네시스 브랜드로 넘어가 G90이라는 이름으로 에쿠스의 명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G90 이전 모델인 에쿠스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 심지어 G90을 아직까지도 에쿠스라고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에쿠스 이야기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기자
F세그먼트 세단이 필요해져
그랜저보다 상위 모델로 출시
에쿠스는 1999년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하여 출시한 차다. 일본에서 세단은 미쓰비시 프라우디아로, 리무진은 미쓰비시 디그니티로 판매했다. 해외 수출은 모두 현대 브랜드로 수출되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센테니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랜저와 다이너스티의 통합 후속 모델로 개발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고급차 시장은 기아 엔터프라이즈, 쌍용 체어맨 등 F 세그먼트급 차량이 등장하여 E 세그먼트급이었던 그랜저와 다이너스티를 강하게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그랜저 및 다이너스티의 상위 모델, 7시리즈나 S 클래스 등 F 세그먼트급 플래그십 세단의 필요성을 느껴 기존 그랜저, 다이너스티 후속 모델에서 상급 모델로 에쿠스를 출시하고, 기존 그랜저는 쇼퍼 드리븐 지향에서 오너 드리븐 지향으로 변경해 그랜저 XG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다이너스티는 현행 모델 그대로 이어가되 에쿠스와 겹치는 3.5리터 모델을 단종시켰다.
출시 초기에는 미쓰비시의 V6 3.5리터 엔진과 V8 4.5리터 엔진을 탑재했다. 당시 국산차 최대 배기량이었던 엔터프라이즈의 3.6리터 배기량을 뛰어넘었으며, 국산차 최초로 V8 엔진이 탑재되었다. 이후 V6 3.0리터 엔진을 탑재한 엔트리 모델을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확장했다.
에쿠스의 가장 큰 특징은 F 세그먼트급 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전륜구동이 채택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빗길과 눈길, 경사로에 강한 전륜구동 방식이 후륜구동방식보다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던 시기였지만 플래그십 모델에 전륜구동을 적용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는 공동 개발한 미쓰비시가 전륜구동 및 전륜구동 기반 AWD 전문 회사였던 영향이 컸다.
에쿠스는 다이너스티와 마찬가지로 국내 고급 세단 소비자층에서 주로 요구하던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이 강조되었기에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신 승차감에만 치중했던 탓에 코너링 성능이 좋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에쿠스는 스포츠카처럼 모는 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던 모델이다. 한국에서는 최고급 세단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반면, 일본에서는 판매량이 저조해 2000년대 초 단종시켰다. 이로 인해 에쿠스에 대한 모든 권리는 현대차가 모두 가져갔다.
2003년, 디자인이 변경되고 통풍 시트가 적용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되었으며, 2005년에는 3.8리터 람다 엔진 추가 및 3.0 시그마 엔진을 단종시켰다. 2006년에는 3.3리터 람다 엔진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지상파 DMB가 제공되었다. 오랫동안 현대차의 기함급 세단으로 활약했지만 2008년, 체어맨 W가 나오면서 체어맨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플래그십 세단의 진화
2세대 에쿠스 출시
1세대 에쿠스가 오래되고 체어맨 W가 출시되면서 점차 밀리게 되자, 제네시스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하던 프로젝트 VI을 완성시켜 2009년 3월에 에쿠스 2세대 모델로 출시했다. 기존 전륜구동에서 후륜구동으로 변경되면서 좀 더 플래그십 모델 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이전까지 미쓰비시와 맺었던 플랫폼 및 기술 종속 관계를 완전히 청산했다.
2세대 모델은 V6 3.8리터 람다 엔진과 V8 4.6리터 람다 엔진을 장착했다. 리무진 모델에는 4.6리터 엔진 대신에 5.0리터 타우 엔진을 탑재했다. 이후 2011년, 4.6리터 엔진을 삭제하고 세단과 리무진 모두 5.0리터 엔진으로 통일했다.
2세대 에쿠스에는 2열 시트를 2인 좌석으로 변경할 수 있는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1세대에도 해당 시트 옵션은 존재했지만 2세대에서는 중앙 콘솔박스에 냉온장고가 추가되며, 후석 헤드레스트가 좌우 각도 조절이 가능한 날개형으로 변경되고 상석에는 안마 기능과 다리 받침대가 추가된다. 이를 통해 S클래스, 7시리즈 등 수입 F세그먼트 플래그십 세단과 견줄만한 상품성을 갖추게 되었다.
에쿠스는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상당히 넓은 것이 특징이다. 숏 휠베이스 모델인 VS380이 W221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과 비슷한 뒷좌석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트렁크에는 꽉 채운 이민 가방 2개를 넣고도 공간이 넉넉히 남을 정도라고 한다.
2012년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되었다. 기존에 너무 과하다고 평가받았던 크롬 장식들을 제거하고, 그릴 및 필러 부분의 크롬 몰딩을 무광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최하위 VS380 모던 트림을 제외하고 모두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 면발광 테일램프가 적용되었다. 인테리어가 대폭 변경되었으며, 내비게이션 크기를 9.2인치로 확대, 블루링크 시스템 탑재,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 뷰, 8단 자동변속기 등 편의 사양들이 대거 추가되었다.
국산차 중에서는 최고로 평가받았지만 S클래스, 7시리즈 등 수입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했을 때 큰 경쟁력이 없었고, 쇼퍼 드리븐 이미지가 오래 박혀 있었다 보니 부담스러운 이미지와 보수적인 틀이 박히면서 구매력을 가진 4~50대 오너 드리븐 구매층에게 큰 어필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3세대 후속 모델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나 후속 모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었고, 이름을 G90으로 변경해서 출시했다. 다만 에쿠스 후속 모델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국내에서는 EQ900으로 시판했다.
국제적인 행사에서
의전차로 활용되기도 했다
에쿠스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의전차로 많이 활용되기도 했다. 2005년 APEC 정상회담 때 BMW 7시리즈와 더불어 1세대 에쿠스가 의전차로 제공되었다.
2010 G20 정상 회의와 2012 핵 안보 정상 회의 때에는 2세대 에쿠스가 의전차로 제공되었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일반인들에게 판매되기도 했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부산 한-아세아 특별 정상 회의 때에도 의전차로 제공되었다.
당시 에쿠스의 위상은
수입차만큼 대단했기 때문
현재 제네시스 G90이 에쿠스 후속 모델로 명맥을 잇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에쿠스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에쿠스가 국내에서 위상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수입차가 대중화되어 S클래스나 7시리즈는 기본이고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도 간간이 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2000년대에만 해도 수입차가 거의 없었으며, 가격도 상당히 비쌌기 때문에 에쿠스의 위상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1세대 모델은 각진 디자인이었던 탓에 경쟁 모델이었던 오피러스와 체어맨과는 비교할 수 없는 포스를 자랑했던 탓에 사람들이 동급 모델 대비 높게 평가했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적인 행사에서도 많이 활용했다. 심지어 현재 시판 중인 G90을 여전히 에쿠스로 부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토요타에게 좋은 사례가 있다
렉서스 LS와 토요타 센추리
토요타의 경우 내수 및 해외 전략 차종으로 렉서스 LS를 판매하고 있으며, 내수 전용으로 센추리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토요타의 사례를 참고해 에쿠스를 국내 전용 럭셔리 모델로 판매하고 제네시스를 해외 전략 브랜드로 가는 방향도 있다.
토요타 센추리는 열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릴 만큼 일본 내에서 최고급 세단으로 대우받고 있으며, 대기업 회장 또는 고위층 의전차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에쿠스를 센추리처럼 특별하게 만들어 부활하면 에쿠스를 그리워했던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일본과는 달리 국내는 F 세그먼트급 대형 세단의 시장이 커 S클래스와 7시리즈, A8을 비롯해 포르쉐 파나메라,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캐딜락 CT6등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G90급 대형 세단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수입 모델들과 고민하게 된다.
참고가 되는 토요타 센추리도 월 50대 판매를 목표로 할 정도로 판매량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며, 가격도 2억 정도로 매우 비싼 편이다. 방향을 바꿔 가성비 모델로 출시하자니 같은 그룹 내 K9이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에쿠스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부활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autopostmedia@naver.com
에쿠스의 부활이라….. 실현가능성이 가장 유력한건, G90기반으로 최고급형한정 파생모델을 생산해서 에쿠스 차명을 부여하는것.
G90을 기반으로, 휠베이스와 전장을 키우고, G90에 없는 고급옵션들을 충분히 넣어서, 벤츠마이바흐나 벤틀리플라잉스퍼와 경쟁하기에 충분하도록, 최고급소량한정생산하면 좋을듯(의전용, 재벌총수같은 초호화 수요층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