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내수시장 국산차 판매량이 집계되었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전년 동월 대비 만 명 이상 늘어나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매량 상위권에 오른 자동차들을 살펴보면 불경기라는 말도 무색할 정도다.
가장 많이 판매된 차는 그랜저였으며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G80이 무려 4위에 올라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어떻게 6천만 원이 넘는 제네시스 G80이 국산차 월간 판매량 4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월간 판매량으로 살펴본 제네시스 G80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2019년 5월 13만 3,718대
2020년 5월 14만 6,130대
지난 5월 내수시장 국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불경기라는 말이 무색했다. 5월 한 달 동안 판매된 국산차 총 대수는 14만 6,130대로 전년 동월 13만 3,718대와 비교해보면 무려 만대 이상이 더 판매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상위 5위권 내에 진입한 차량들이다. 지난달 가장 많이 판매된 국산차는 ‘현대 그랜저’로 1만 3,416대를 판매했다.
그랜저는 3달 연속 판매량 만 대를 돌파하여 전례가 없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3월부터 5월까지 3달 동안 4만 5천 대를 판매했으니 “잘하면 올해 그랜저를 10만 대에 가까운 정도로 팔 수도 있겠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그랜저 판매량은 대단하다.
2위는 9,297대를 판매한 ‘기아 신형 쏘렌토’가 차지했다. 출시와 동시에 많은 계약자들이 몰린 신형 쏘렌토 역시 기본 3천만 원대로 시작하며 많은 소비자들이 4천만 원 이상으로 출고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월 9천 대 수준으로 판매되는 건 대단한 것이다.
3위는 8,969대를 판매한 ‘현대 올 뉴 아반떼’가 차지했다. 더 뉴 아반떼의 굴욕을 시원하게 만회한 신형 아반떼는 파격적인 스타일과 다양한 수요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뛰어난 상품성 덕분에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아반떼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차량은 다름아닌 ‘제네시스 G80’이었다. G80은 지난달 7,516대를 판매해 국산차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구매가격 6천만 원이 넘으며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8천만 원도 훌쩍 넘기는 프리미엄 세단이 판매량 4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충분히 주목해 볼 만한 일이다.
정말 단순하게 가격으로만 비교해서 생각해보자면 벤츠 E클래스가 한국 전체 판매량에서 4위를 한 거나 다름없다. 거기에 최근 신형 G80의 결함과 관련된 이슈들이 꽤 크게 터지고 있어서 소비자들의 여론 역시 그리 좋지 못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G80이 이렇게 잘 팔려 판매량 4위까지 기록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 국산차 중엔 이보다 나은
선택지를 찾기가 어렵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국산차 중에 G80보다 나은 마땅한 선택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는 기아 K9이 가끔씩 언급되기는 하지만 K9은 엄연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이므로 E세그먼트에 속하는 G80과 동급으로 비교할 자동차가 아니다.
그랜저보다는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후륜구동 세단을 원하지만 플래그십 급은 아닌, 그런 국산차를 찾는 소비자라면 G80의 대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2. 실제로 차가
잘 나오긴 했다
두 번째는 실제로 차가 정말 잘 나오기는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네시스 패밀리룩 디자인이 적용된 신형 G80은 출시와 동시에 국내외 소비자들의 매우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이제는 수입차와 직접적으로 비교해도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꿀리지 않을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적용된 편의 사양고 옵션 역시 국산차 중 최고 수준을 자랑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제네시스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결함만 없었더라면 정말 좋은 차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최근 G80과 관련된 다양한 결함들이 계속해서 이슈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브랜드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켜봐야 한다.
3. 동급 수입차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가성비가 매우 좋다
세 번째는 가격과 유지비 때문이다. G80은 신형으로 변화를 맞이하며 가격도 그에 걸맞게 기존 보다 더 올라갔다. 이에 “국산차가 너무 비싸졌다”라며 불평하는 소비자들도 있었지만 동급 수입차들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같은 가격대에선 최고의 스펙과 가성비를 자랑한다.
5천만 원대로 시작하는 기본 사양을 택하더라도 천만 원 이상 더 비싼 수입 E세그먼트 세단들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양을 자랑하며 6기통 급으로 비교해 봐도 비슷한 사양 기준으론 G80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속한다. 유지비와 정비 부분 역시 수입차보다는 아직 국산차가 훨씬 우월한 영역이기 때문에 실구매자 입장에선 충분히 G80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4. 국내에선 충분히
고급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제네시스는 충분히 고급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유중 하나에 포함된다. 제네시스 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수입차를 이미 경험했거나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것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외에선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 인지도가 제로에 가깝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충분히 고급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대기업의 고위 임원들의 법인차로도 많이 이용되며 일반인들 역시 제네시스를 타면 수입차와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 되어있다.
5.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법인, 렌트 수요가 매우 많다
마지막 이유는 바로 G80의 소비층 분석이다. 차량의 특성상 개인 구매자들보다는 법인 리스 비율이 매우 높은 G80이기 때문에 개인 소비자들이 갑자기 차를 많이 사서 판매량이 4위까지 치고 올라갔기보다는 법인차로 새 차를 출고하려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렌트 물량으로 빠지는 차량들도 매우 많기 때문에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렌트는 법인 수요가 주인 장기 렌트 물량과 일반 영업용 렌터카를 포함한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잘 팔릴 수밖에 없는 G80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