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헷갈린다” 전문가도 흔히 실수한다는 그 차, 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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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전문가’라는 말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전문가라고 느끼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단순히 자동차 종류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자동차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시장 동향을 잘 파악하고 분석해 주는 사람도 그렇고 자동차와 관련된 분야는 워낙 다양할뿐더러 기준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라는 단어를 놓고 논란이 생길 때가 많다.

    흔히 언론 쪽에서 자동차 전문가라고 칭한다면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나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람들을 칭할 수 있겠다. ‘박준영의 역사 플러스’ 2탄은 가끔씩 전문가들도 틀리는 페라리 코드네임에 대해 파악해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포럼이나 뉴스에서도 가끔씩 실수하는 페라리의 알쏭달쏭 한 코드네임에 대한 이야기다.

    박준영 기자


    페라리 창립 기념 모델
    F40부터 라페라리까지
    여기 있는 네 차종들은 모두 페라리 마니아들에겐 의미가 있는 차종이다. 페라리 창립 4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F40을 출발로 약 10년마다 페라리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모델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라인업이다. 1987년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어 엔초 페라리의 유작이 되면서 가치가 상승한 F40을 필두로 1995년 F50, 2002년 엔초 페라리, 2013년 라페라리가 출시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F40과 F50은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 보면 10주년마다 기념해서 출시되는 모델이라는 이유로 엔초 페라리를 F60으로, 라페라리를 F70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자동차 언론 기사에서도 심심찮게 F60과 F70으로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엔초 페라리의 유작
    페라리 F40
    페라리 F40은 한시대를 풍미한 슈퍼카였다. 지금도 수많은 페라리 팬들은 F40을 최고의 페라리라고 칭송하기도 하며 엔초 페라리의 유작인 만큼 가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겠다. 80년대 당시 288 GTO 후속으로 등장한 F40은 엔초 페라리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던 ‘이 차량’을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차량이었다.


    모든 대회,
    시장을 휩쓸고 있었던
    포르쉐 959
    80년대 포르쉐는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87년에 등장한 포르쉐 959는 당시 포르쉐의 모든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만들어낸 슈퍼카로 오직 고성능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2.8리터 트윈터보 6기통 박서엔진을 얹고 구동력 배분이 가능한 4륜 구동을 적용시킨 959의 성능은 어마어마했다. 당시 959의 4륜 구동 시스템은 후일에 등장하여 성능을 인정받은 닛산 아테사 4륜이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포르쉐 959의 최고 속도는 315km/h였고 오직 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고성능 슈퍼카였기 때문에 판매가보다 제조단가가 더 많이 드는 차량으로 유명했다. 원래 WRC 그룹 B에 참가하기 위해 개발된 차량이지만 그룹 B가 폐지되면서 이는 무산 되었고 방향을 틀어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여 86년에 참가하여 1,2,6위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새로운 4륜 시스템이 아주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자존심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엔초 페라리
    엔초 페라리의 자존심을 긁은 차량이 바로 포르쉐 959였다. 항상 페라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여야 하고 페라리보다 뛰어난 슈퍼카는 없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엔초 페라리이기 때문에 포르쉐 959는 엔초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엔초는 포르쉐 959를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F40을 만들었으며 최종적으로 F40이 완성되었을 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페라리. 진짜 페라리의 슈퍼카다!’라며 소리를 질렀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렇게 완성된 F40은 시장을 휩쓰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쉽게도 엔초 페라리는 같은 해 심부전증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F40은 엔초 페라리의 혼이 들어간 마지막 차량인 것이다.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은
    F40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F40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슈퍼카라는 평가를 받아오며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있다. 국내에도 F40이 소량으로 들여와 도로에서 포착되던 때가 있었는데 현재 국내에 있던 F40은 대부분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페라리 F40의 코드네임은 F120이었다. F40이라는 이름은 유명하지만 F120 이라는 코드네임은 생소하지 않은가?


    F40의 아우라 때문에
    빛을 못 본
    페라리 F50
    1995년 등장한 F40 후속 모델 F50은 F1 레이싱 기술이 접목된 차량이었다. 93년에 등장하여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로 이름을 알렸던 맥라렌 F1에 대적하기 위해 페라리는 F50을 출시한 것이다. 차량 디자인 역시 F1 디자이너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진도 F1 카에 사용되던 V12 엔진 배기량을 키우고 내구성을 갖추어 F50에 적용하였다. 그에 따라 총 출력 513마력을 뿜어내며 325km/h라는 무서운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직선 구간에서 맥라렌 F1보다 빠른 차 타이틀을 뺏어오는 데는 실패했다.


    94년도 371.8km/h라는 어마 무시한 속도를 기록하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타이틀을 가져간 맥라렌 F1의 기록은 2000년대 코닉세그 CCR, 부가티 베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페라리 F50은 실패한 페라리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총 349대 밖에 팔리지 않아 중고로는 상당한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중요한 우리가 알고 있는 F50의 개발 코드네임은 F130이었다.


    엔초 페라리는
    F60이 아니다
    2002년 F50 후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엔초 페라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창립자 엔초 페라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이다. F40, 50에 이은 후속 모델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엔초 페라리를 F60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페라리는 공식적으로 엔초 페라리를 F60이라고 칭한 적이 없다. 엔초 페라리는 별도의 코드네임이 존재하지 않고 엔초 페라리라는 이름 하나만을 가지고 있는 차량이다.

    페라리 창립자 엔초 페라리를 기념하여 사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이 차량에 대한 디자인은 상당히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사이버 포뮬러를 닮았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누군가는 사상 최악의 디자인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었다.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 보아도 엔초 페라리 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인 수석 디자이너 오구야마 켄이 디자인한 엔초 페라리는 후일에 등장한 다른 페라리 디자인에 패밀리룩 같은 요소를 심어주는데 역할을 했다. F430 역시 엔초 페라리가 떠오르는 후미등을 채용한 것이 그 증거다.

    코드네임 F60은
    F1 레이싱카, F60 아메리카가 존재한다
    2009년도 스쿠데리아 페라리 F1 레이싱팀의 머신이 바로 코드네임 F60으로 불렸었다. 따라서 페라리 F60으로 검색해 보면 이때 사용된 머신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60주년 기념 모델로 등장한 F12 베를리네타의 스페셜 모델 F60 아메리카라는 모델 역시 존재한다. 아무튼 페라리는 어디에서도 엔초 페라리를 F60이라고 칭한 적이 없다는 것이 팩트다.


    총 400대가 생산된 엔초 페라리는 한때 국내에서도 가끔 목격이 되었었으며 지금도 소수의 엔초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력한 V12 6.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하여 660마력과 0-100km/h를 3.14초에 끝내버리는 엔초의 성능은 강력했다.

    엔초 페라리는 돈만 있다고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이 아니었으며 페라리에서 직접 판매할 VVIP 고객을 선정하여 판매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중고시장에서의 가치는 더욱더 올라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F50 코드네임이 F130이었으니 엔초 페라리는 F140이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 코드네임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고 F140은 엔초 페라리에 적용된 엔진 이름이 되었다.

    그렇게 F140 엔진은 엔초 페라리를 이후로 여러 번 개량을 거쳐 599GTB, GTO, FF, F12 베를리네타, 그리고 현행 812 슈퍼패스트까지 이어지고 있다.


    F70이 아닙니다
    페라리 라페라리
    2013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라페라리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의 페라리 디자인 틀을 벗어난 스페셜 모델로 약 18억 원이라는 출시 가격을 가진 어마 무시한 페라리였다. V12 6.3리터 자연흡기와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 라페라리는 페라리 최초의 하이브리드 슈퍼카였다.

    합산 최종 출력 963마력과 91.8kg.m이라는 토크는 라페라리를 2.4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게 해주었다. 라페라리 코드네임은 F70이 아닌 F150이다. F150이라고 랩터를 생각하면 안 되지만 글을 쓰면서도 바로 포드 랩터가 떠올랐다.

    페라리를 신차로 5대 이상
    구매한 이력이 있어야
    구입 자격이 주어졌다
    라페라리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 수많은 고객들이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페라리는 신차로 페라리를 5대 이상 출고한 고객만 라페라리를 구매할 자격을 주었지만 그마저도 사람이 1000명을 훌쩍 넘어 실질적으로 라페라리를 구매한 사람은 10대 넘게 페라리를 신차로 구매한 고객들이 주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라페라리는 총 500대가 생산되어 완판되었으며 후일에 등장한 라페라리 오픈 모델인 아페르타는 209대가 생산되었다. 라페라리 아페르타 가격은 무려 40억 원을 호가했다고 하니 웬만한 부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을 모델인 것은 확실하다. 현재 국내에 블랙 라페라리 아페르타가 한대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라페라리 후속 모델은
    F80이 될 것인가
    2020년대 초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라페라리 후속 모델은 어떤 코드네임을 가지고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암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F80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어떤 이름과 코드네임을 가지고 나올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엔초 페라리는 창립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라페라리는 페라리 그 자체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이름을 사용한 만큼 과연 후속 모델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마도 라페라리의 후속모델이니 F160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페라리 코드네임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평생 페라리를 타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경험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 페라리는 말 그대로 수많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드림카인 것이다.

    적어도 페라리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많은 페라리들 중에서도 ‘의미와 역사가 깊은 이 네 차량에 대한 정보는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역사 플러스 두 번째 이야기로 코드네임 이야기를 선정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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