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9일 쏘렌토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의 사전 계약을 재개했다. 전용 외장 디자인이 추가된 고급형 트림 ‘그래비티’도 선보였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터보 엔진과 구동 모터 조합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kgf.m의 힘을 가진다. 국내 최초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 재등장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가격이 인상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소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격이 높아져서 돌아오니 아쉬움을 표현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사전 계약이 재개된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가격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인턴
친환경차 인증 실패
세제 혜택이 사라졌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해 2월 20일에 출시되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루 동안만 약 1만 2,000여 대가 사전 계약되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갑자기 판매가 중단됐다. 정부의 친환경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 문제였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3km로 정부의 친환경차 기준인 리터당 15.8km를 통과하지 못했다. 따라서 친환경차에 부여되는 최대 233만 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기아차는 세제 혜택을 받은 경우의 가격을 공지했고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고서는 사전 계약을 즉시 중단했다.
사전 계약이 하루 만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기아차는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 사과문에서 기아차는 “고객들에게 혼선을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사전계약 고객에게는 별도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사전 계약 중단 선언 2주 만에 보상안을 내놓았다. 보상안의 내용은 사전 계약 고객에 한해 친환경차의 세제 혜택을 기아차가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기아차는 약 3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트림별 93만 원씩 인하
실구매가는 오히려 증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개소세 3.5%를 기준으로 프레스티지가 3,534만 원, 노블레스가 3,809만 원이다. 시그니처는 4,074만 원이며 새로 출시된 그래비티는 4,162만 원이다. 이로써 신설된 트림인 그래비티를 제외한 모든 트림이 재출시 전보다 93만 원씩 인하된 가격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친환경차에게 부여되는 세제 혜택은 여전히 받을 수 없다. 소비자들은 개별 소비세, 취득세 등을 포함한 최대 233만 원의 세금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즉, 실구매가는 최대 140만 원 정도 비싸진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이유다.
높아진 실구매가에 대해서 기아차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가격을 불가피하게 조정했으나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93만 원을 인하한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친환경차 인증 실패로 인한 233만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소비자와 나누어 부담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실구매가는 상승했으므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내연기관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차이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 세제 혜택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7월 이후에 출고하는 사전 계약 최초 피해자들에게는 원래 가격 그대로 판매하기로 했다. 취득세 90만 원도 대신 부담하기로 하면서 개소세 관련 혜택 보상 143만 원까지 총 233만 원을 정액 보상하기로 하면서 이후에 구매하는 구매자들은 영 탐탁지 않을 것이다. 판매 중단 선언 후 발표한 구체적인 보상안과 일치하여 최초 예약자들은 “다행이다”라는 반응이다.
5개월이나 기다렸는데
세제 혜택이라는 매력이 사라졌다
판매 중단 선언 후, 많은 소비자들이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재출시를 기대하고 있었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았기에 많은 해결 방안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연비 개선에 실패하여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당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출시 이전 기아차는 가격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전 트림 93만 원 인하라는 방안은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구매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기아차의 기술력 부족 때문에 실구매가가 높아진 것은 문제가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인 세제 혜택을 잃었으니 매력이 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반응이 판매량에 큰 타격을 줄지 궁금하다.
신뢰 잃은 기아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실추
다만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통과하면서 2종 저공해차에 대한 혜택은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쏘렌토 하이브리드 구매자들은 수도권 공영 주차장과 전국 공항 주차장 요금 50% 감면과 혼잡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국내 최초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것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좋은 매력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아직 좋은 선택지이기에 판매가 재개된 9일 오전에만 무려 3,000여 대의 사전 계약 건수를 올렸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판매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기아차의 친환경차 인증 실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마주한 ‘대형 악재’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하여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되찾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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