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S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세계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회사들또한 적극적으로 디스플레이를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언급된 독일 회사들의 헤리티지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내 인테리어를 채우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였으나 각자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멋진 디자인을 매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의 적극적인 반영으로 인해 기존 팬들의 반발심을 사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얼마 전 인테리어가 공개된 차세대 S클라스가 그러하다. 메르세데스도 이러한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플래그십 세단의 교과서로 불리는 S클래스의 인테리어를 디스플레이로 도배하다시피했다.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오늘 오토포스트는 점점 과열되고 있는 자동차 회사 간 디스플레이 전쟁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Joseph Park 수습기자
실내에서 기존의 것들을 덜어내고 그 부분을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부분이 오로지 심미성과 관련이 있었다면 사람들의 불만은 이렇게 거세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들로 인해 사람들은 그토록 불만을 표하는 것일까?
첫번째 이유는 불편하다는 점이다. 10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는 물리적인 장치들과 함께 해왔다. 드르륵하며 변속되는 기어와 딸깍하며 눌리는 여러 장치들에 익숙해져 있던 기존 세대들이 아직까지는 많다. 터치식으로 바뀌어가는 인포테인먼트들의 변화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어색한 건 당연지사이다.
두번째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이다. 운전자는 운전을 하며 공조장치를 포함한 여러 가지 장치들을 조작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터치패드는 물리적인 접촉이 없기 때문에 운전자는 버튼이 제대로 눌렸는지, 진동으로 손끝에 전달된다고 한들 제대로 된 버튼을 눌렀는지 알 방법이 없다. 자연스레 시선은 센터패시아나 하단부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곧 전방 주시에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든다. 이러한 불만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회사들이 터치식 디스플레이를 적극 채용하는 이유는 아래에 있다.
자동차 산업과 IT 산업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기반하여 실내 공간도 그에 발맞춰 첨단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전의 자동차 인테리어는 미적인 것이 우선시 되었다. 이로 인해 플래그십 세단들은 고급 가죽으로 차량 내부를 감싸고 크롬 장식과 화려한 패턴들을 수놓았다.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는 자율 주행 기술이 탑승자와 차량 간 인터페이스를 통해 안전과 편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자동차 내부도 이러한 부분을 더욱 추구하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ADAS 부품, HUD 등 자동차 산업과 IT 산업의 경계선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협력을 통해 기존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디스플레이 기반 단조로운 형태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공간 활용의
이점
기존의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는 수십 개가 넘는 버튼을 인체공학적 요소를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해야만 했다. 이는 디자이너의 자유도를 크게 떨어트렸다. 하지만 LCD 패널 기반으로 디자인되는 차량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더 큰 이점을 가져간다. 개방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토대로 아늑하고 탁 트인 공간을 꾸며내는 것이 최근 디자인의 추세와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안전 문제 때문에 LCD 패널에 변속기를 넣는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할 수 없지만 버튼식 기어가 이를 대신한다 봐도 무방하다. 존의 기어 스틱은 물리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 필요로 했고 사람이 쥐어야 한다는 특성상 센터패시아 디자인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를 간단한 버튼이나 조그 휠로 대체함으로써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국산 브랜드의 대표적인 예로 팰리세이드를 들 수 있는데, 기존의 맥스크루즈와 비교해보아도 공간 활용도가 월등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가 더 이상 이동 수단이 아니라 거주성이 강조되는 또 다른 공간의 개념이 부각되며 불필요한 기계식 장치들을 제거하고 그 공간을 수납공간 등으로 채워 넣기 시작한 것의 일환이다. LCD 패널도 하나의 패널을 통해 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익숙한 경험의
연장
이 글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보는 독자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전담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비슷하게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스마트카’가 아닌 ‘커넥티드 카’라는 명칭이 통용될 뿐이다.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커넥티드 카’는 운전자의 일상적인 생활 패턴을 차량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운전에 대한 경험을 높여주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자동차 회사들의 커넥티드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스마트폰처럼 사용자를 돕는 여러 기능들을 수행하기 위해 자동차는 발전한다.
물리적인 버튼으로 도배된 센터패시아보다 넓은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수월하다. 기존의 장식적이고 물리적인 기능 위주의 인테리어보다 장점이 더 크다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디스플레이 전쟁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의 차량들은 차별화를 위해 독특하고 럭셔리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실내를 꾸며놓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가?
차별화를 통해 비싼 값을 정당화하는 프리미엄과 럭셔리 브랜드가 더 이상의 차별화를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전원이 꺼지면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로밖에 보이지 않는 디스플레이가 전방위로 통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는 어떻게 차별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
그들은 운전자의 경험에 기반한 첨단 기술로 차별화를 이루어 내려고 한다. 메르세데스는 자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 내부에 디스플레이를 대거 적용하였다. 이로 인해 이전보다는 럭셔리한 느낌이 줄어들었지만 이를 대신할만한 첨단 기술로 채워 넣었다.
증강현실 기반의 내비게이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차량조작을 음성인식, 스와이프, 손동작으로 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 연동성 또한 대폭 증가하여 진정한 커넥티드 카로 거듭났다. 이제 더 이상 호화스러운 장식들보다는 기술력 기반 직접적으로 운전자의 편의를 돕고 안락한 공간을 제공하며 보다 깊은 교감을 하는 것이 미래의 럭셔리고 프리미엄이라는 커넥티드 카의 개념을 잘 보여준 것이다.
핸드폰의 역사와 발전방향은 자동차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이미 배터리 탈착식의 전기 자동차가 대륙을 지나고 있으며 승객과의 커넥티드 기술 또한 10년 전과 비교해보아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화면 전체가 액정이었던 스마트폰이 어색했던 것 처럼 현재 디스플레이가 주가 되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어색할지라도 시대를 따르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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