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은 국내 미니밴 시장의 절대 강자이다. 1998년 1세대 모델의 출시를 시작으로 22년간 명실상부 국산 미니밴 강자로 기아자동차를 지탱해왔다. 넓은 실내 공간과 많은 좌석 수를 기반으로 ‘아빠 차’로 불리며 오랜 시간 패밀리카로서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4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SUV 시장이 확대되고 수입 미니밴들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었지만 여전히 카니발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니발이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아빠들이 카니발을 사는 현실적인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인턴
국내 시장에서는 승승장구
북미 시장에서는 깜깜무소식
지난 한 해 동안 카니발이 기록한 판매량은 6만 3,706대다. 이는 국내 미니밴 시장 판매량 1위이자 전체 판매량 5위인 카니발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심지어 ‘국민차’ 쏘나타와 ‘요즘 대세’ 소형 SUV들보다도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해 북미에서는 1만 5,931대 밖에 팔리지 않았다. 북미 미니밴 시장 꼴찌라는 저조한 판매량이다. 바로 위 순위에 있는 토요타 시에나의 판매량은 7만 3,585대로 카니발 판매량과 6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카니발이 사실상 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카니발은 유독
국내 시장에 강하다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카니발이 왜 북미에서는 힘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까? 차체가 너무 약해 승차감과 주행 성능 등의 기본기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승차감과 주행 성능은 운전자가 가장 많이 체감하는 부분인 만큼 카니발 특유의 “구토 유발 승차감”과 “스펀지 같은 브레이크”가 북미 시장에서의 도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반대로 북미에서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카니발이 왜 유독 국내에서만큼은 막강한 위력을 보여주는지도 궁금해진다. 요즘 시장은 SUV가 장악하고 있어 카니발 같은 미니밴이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는데도 말이다. 어떠한 이유들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1. SUV급 실용성과 다양한 혜택
카니발은 미니밴으로서 리어 슬라이딩 도어 형식을 채택한 국내에 몇 안 되는 차다. SUV보다 낮은 차고를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슬라이딩 도어와 낮은 차고 덕분에 승객들이 승하차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특히 자녀를 둔 소비자라면 자녀들이 안전하게 차량에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
카니발의 넓은 실내 공간과 많은 좌석 수는 이미 유명하다. 실내 공간이 넓으니 짐을 싣기에도 수월하고 승객들도 편안하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좌석 수가 많기 때문에 패밀리카로 재격이다. 넓은 실내 공간과 많은 좌석 수는 소비자들이 SUV를 찾아보다가 결국 카니발을 구매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혜택도 카니발의 판매량에 한몫한다. 카니발은 승차 인원에 따라 세제혜택을 받는다. 9인승 이상부터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10인승 이상부터는 승합차로 등록되기 때문에 취등록세가 7%에서 5%로 감소한다. 다자녀 가족인 경우 세제혜택은 더욱 커진다. 11인승 모델은 취등록세가 전액 면제되고 7, 9인승 모델은 85%를 감면받을 수 있다. 카니발이 패밀리카로 애용 받는 이유이다.
도로교통법상 9~12인승 승용, 승합차는 6명 이상 승차할 경우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할 수 있다. 카니발은 9인승 이상의 모델부터 6인 이상 탑승 시 이에 해당된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혜택이다. 특히 주말이나 명절에는 더더욱 그렇다.
2. 타 모델 대비 뛰어난 가성비
국내 미니밴 시장에 많은 수입차들이 발을 들였지만,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시작 가격을 기준으로 혼다 오딧세이는 5,647만 원, 토요타 시에나는 5,520만 원,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는 4,336만 원이라는 상당히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다. 반면 카니발의 시작 가격은 현행 모델을 기준으로 2,880만 원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쓸만한 옵션 같은 걸 추가해도 3,150만 원 정도로 여전히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하다.
카니발의 전장은 5미터가 넘으며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GV80보다 더 높다. 휠베이스나 실내 공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서도 국내 여타 SUV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요즘 패밀리카로 SUV 대신에 카니발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SUV가 대세를 이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카니발이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다.
3. 경쟁자 스타렉스와의 노선 차이
앞서 설명했듯 국내에서 수입 미니밴들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국내 미니밴 시장은 오래전부터 카니발과 스타렉스의 양립 체제였다. 시장만 놓고 본다면 카니발과 스타렉스가 나름 접전을 펼칠 것 같지만, 두 차는 서로 노선 자체가 다르다.
카니발이 승용차라는 노선을 통해 패밀리카로 자리매김했다면 스타렉스는 상용차 노선을 택했다. 스타렉스는 실제로 승객석과 짐칸을 분리한 3, 5인승 밴 모델이 따로 존재한다. 인테리어나 옵션을 보더라도 스타렉스는 승용차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패밀리카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라면 당연히 스타렉스보다는 카니발을 택할만한 대목이다.
카니발 4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 조만간 출시된다. 외부 디자인에 수평적 구조를 택해 안정감과 일체감을 극대화했다. 얼핏 보면 SUV 같기도 하다. 크기는 더욱 커져 K9보다 긴 차체를 가지게 되었다. 휠베이스가 길어지면서 레그룸 및 실내 공간이 더 넓어졌고 카니발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면서 출시 전부터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스타렉스도 내년 완전 변경 모델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둘은 국산 미니밴 시장에서 재격돌할 예정이다. 그러나 두 차량의 노선이 다른 만큼 소비자들은 여전히 카니발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SUV 모델들과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카니발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어떤 파란을 몰고 올지 기대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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