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말 그대로 밑바닥이다. 최근 출시한 신차들이 연이어 “품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엔진 진동이나 전기 장치 오류 등의 기술적 결함부터 단차나 도장 불량 등의 조립 결함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참다못한 소비자들은 “소비자를 농락하는 현대차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라며 날선 비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결국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는 품질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너무 당연한 것들이라 당황스럽다. 현대자동차의 품질 강화 대책은 무엇인지, 효과가 있을지, 또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자동차의 품질 강화 대책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인턴
근로자 해고 조치
현장 분위기 개선 시작?
현대차는 최근 울산 공장의 근로자 1명을 해고 조치했다. ‘상습적 조기 퇴근’이 그 이유인데 근무 태도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대차는 “반복적으로 조기 퇴근하고 사측에 이유에 대한 소명도 하지 않았다”라며 근로자를 해고한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장의 근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습적 조기 퇴근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올려치기” 작업이 대표적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는 이미 공장 내에 파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려치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생산 공정을 미리 거슬러 올라가 일을 일찍 끝내버리는 방식을 의미한다. 근로 시간을 채우지 않는 것은 단순히 근무 태만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지대하니 소비자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장 한 달간 테스트 후 출시
‘빠른 출시’보다 ‘품질 개선’
현대차는 “앞으로의 신차는 최장 한 달 동안의 테스트를 거쳐 출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빠른 출시’보다 ‘품질 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방안이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연달아 등장하는 신차의 품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빠른 출시를 위해 품질을 등한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불가피해 보였다.
실제 현대차 내부 분석에 따르면 출시 후 3개월을 기준으로 부분 변경 모델 100대 중 2, 3대에서 결함이 발생되었다. 완전 신차는 이보다 높은 100대 당 5대 정도의 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는 확실히 확인된 결함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기에 실제로 소비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아직 의혹이나 논란으로 남아있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결함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장 한 달 테스트 후 출시”
말장난처럼 들리는 이유
신차 발표 전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 결함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현대차가 당연한 일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대책으로 내놓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간도 최장 한 달이다. 겨우 한 달 동안의 테스트를 통해 신차의 품질이 개선될지 의문이다.
심지어 신차 테스트가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도로에 나와 있는 테스트 카들을 자주 발견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결함이 발견된다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의미한다.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현대차의 기술력이 심히 부족하거나. 어찌 됐건 현대차는 “한 달간의 테스트”라는 대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는 “올려치기”뿐만 아니라 “내려치기”와 “두 작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올려치기”와 반대로 “내려치기”는 공정이 밀릴 때까지 쉬다가 몰아서 작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두 작업”은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몰아서 하는 동안 나머지 한 사람은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근무 중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최악의 근무 태도를 가진 근로자들이 많다는 내부 증언과 증거 자료도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공장 관계자를 넘어 소비자들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면 도대체 근무 태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훤히 보인다. 이번 근로자 1명의 해고가 이례적인 것임을 고려하면 여태까지 근로자들의 근무 태도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 궁금하다. 이번 대처는 현대자동차가 노조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꼴이다. “귀족 노조”, “와이파이 노조” 등의 부정적인 별명이 생긴 것도 당연하다.
말장난 같은 해결책
효과는 미지수
이번 대책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당연히 해야 했던 것을 이제야 하고 있다는 걸 알린 셈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단순히 근로자 1명을 보여주기 식으로 해고 조치한 것으로 무너져버린 현장 분위기가 개선될지도 미지수다. 현대차에게는 더욱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 달간의 테스트를 거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겨우 한 달 동안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신차의 품질이 개선될지 미지수다.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마치 소비자들을 위해 시행하겠다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말뿐인 대책도 아니었거니와 당연한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대책도 아니었다.
여전히 싸늘한
소비자들의 반응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번 대책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무섭도록 차갑다. ‘상습적 조기 퇴근자 1명 해고 조치’에 대해서는 “결국 노조의 반발에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최장 한 달 테스트 후 출시 조치’에 대해서는 “말만 번지르르하다”, “소비자들을 농락하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바뀌겠냐” 등의 반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드디어 변화하기로 한 거냐”, “이번 결심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응이 부정적인 것을 보면 그간 말뿐이었던 대책들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나를 짐작할 수 있다.
신뢰를 되찾으려면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 대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현대차가 이미 많은 신뢰를 놓쳤다는 것을 대변한다. 내놓는 신차들마다 연이어 결함이 나타나고 이에 대한 원인을 투명하게 규명하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가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공분을 사면서 현대차의 앞으로가 걱정된다.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말이 아니라 실제로 신차들의 결함이 개선되는지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현대차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예쁘게 포장된 말로 소비자들을 달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등장한 결함에 대한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고 다음 신차부터는 결함이 없다는 것을 실제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결단이 실제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느냐에 현대차의 미래가 달려있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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