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이슈플러스 아무리 결함 많아도 국내에서 무려 10만 대나 팔렸다는 4천짜리 국산차의 저력

아무리 결함 많아도 국내에서 무려 10만 대나 팔렸다는 4천짜리 국산차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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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에도 여느 때처럼 많은 신차들이 출시되었다. 어려운 정세 속에서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신차들을 선보였으며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에 힘입어 전년 동월과 비교 시 오히려 판매량이 상승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올해 상반기에 출시된 많은 신차들 중 가장 눈에 띈 다크호스는 현대 그랜저였다. 그랜저는 원래 잘 팔리는 차량이라지만 올해 판매량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곧 10만 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판매 호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결함 논란 속에서도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한 그랜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상용차를 제치고 그랜저가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 판매량 1위에 등극한 영광의 주인공은 현대 더 뉴 그랜저였다. 1월부터 6월까지 총 7만 7,405대를 판매한 그랜저는 2위 포터 2를 3만 대 이상 격차로 크게 따돌리며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중산층에겐 성공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그랜저가 이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국민차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판매한 총 대수 32만 3,241대중 그랜저가 차지한 점유율은 24%에 달한다. 단일 차종으로 이 정도면 분명 대단한 수치라고 볼 수 있겠다.

전체 판매량의 41%
2.5 가솔린이 가장 많이 팔렸다
트림별 판매 실적을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올해 상반기 판매된 더 뉴 그랜저는 2.5 가솔린이 3만 1,644대로 점유율 41%, 2.4 하이브리드가 1만 2,848대로 점유율 16%, 3.0 LPG가 9,923대로 점유율 13%, 3.3 가솔린이 7,302대로 점유율 10%를 차지했으며 6월 판매량 1만 5,688대는 아직 트림별 판매량이 분류되지 않았다.

2.5 가솔린 엔진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택시와 렌터카 비율이 높은 LPG 점유율이 1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영업용이 아닌 일반 자가용으로 그랜저가 매우 많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뉴 그랜저에 대적하는 같은 집안 라이벌 기아 K7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총 2만 6,721대로 그랜저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순위로 보자면 K7도 10위를 차지해 결코 적게 팔린 게 아니지만 그랜저는 K7의 세배를 판매했으니 그만큼 더 돋보이는 것이다.

K7도 트림별 판매 비율을 살펴보면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2.5 가솔린이 1만 1,256대로 점유율 42%, 2.4 하이브리드가 4,525대로 점유율 17%, 3.0 LPG가 2,682대로 점유율 10%, 3.0 가솔린이 2,151대로 점유율 8%를 차지했으며 6월 판매량 6,107대는 아직 트림별 판매량이 분류되지 않았다. 이로써 국산 준대형 세단은 2.5 가솔린 엔진이 주력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돈으로는 그랜저급
준대형 세단을 살 수 없다
그랜저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실제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그랜저와 비슷한 가격대로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겐 이만한 차를 찾기가 어렵다.

실구매가 기준으로 3천만 원 중반대부터 시작하여 옵션을 조금 넣다 보면 4천만 원이 넘어가는 그랜저이지만 이 돈으로 5미터에 가까운 가솔린 고급 세단을 구매하려면 사실 같은 집안 K7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4천만 원 대로 수입차를 구매하려면 엔트리급 세단이나 소형 SUV 정도로 한정되기 때문에 패밀리카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세단을 찾는다면 그랜저만 한 차가 없다.

‘쏘나타 3,000만 원 시대’도
그랜저 소비를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그랜저 아래 급 차량들이 워낙 비싸진 것 역시 그랜저 소비를 부추기는데 크게 한몫했다. 국민차로 불리던 쏘나타는 아무런 옵션도 적용하지 않아 볼품없는 외관을 자랑하는 기본 사양도 2,489만 원으로 시작하며 조금 탈만한 수준으로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중간 등급인 프리미엄 패밀리로 가더라도 2,945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다.

“어느 정도 탈만한 쏘나타”를 사려면 3천만 원을 줘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3천만 원 주고 쏘나타 살바에 300만 원 더 주고 그랜저 사지”라고 생각하며 그랜저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예산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요즘은 신차 구매 시 저금리 할부금융제도가 워낙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쏘나타를 사려던 소비자들이 큰 부담 없이 그랜저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진= 자동차 리콜센터에 등록된 그랜저 결함 리스트)

많이 팔려서 그만큼
문제가 더 발생하는 걸까?
하지만 이렇게 많이 판매되는 그랜저의 이면에는 결함과 품질 불량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출시하는 신차들에선 어김없이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판매되는 그랜저 역시 이런 부분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랜저 동호회 회원들은 크래시패드 주저앉음, 헤드램프 도장 박리, 단차와 조립 불량 증세 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자동차리콜센터에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그랜저 결함 신고 건수만 해도 약 350건에 달한다.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엔진오일 감소 문제
이중 가장 큰 문제는 가장 많이 팔린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서 발생하는 엔진오일 감소 문제였다. 그랜저 엔진오일 감소 문제는 신차 출고 후 가득 채워져 있던 엔진오일이 약 1,000km 주행 후 절반 이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3,000km 정도를 주행한 새 차의 엔진 오일 게이지를 확인해보니 low 이하로 내려가 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엔진오일 감소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상적인 차량이라면 엔진오일 감소 현상 자체가 발생해선 안되며, 보통 오래된 차량들이거나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오일 감소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제 갓 출고한 신차에서 1,000km만에 엔진오일이 반이나 사라져 버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제조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제조사 측은 아직까지 그랜저 오일 감소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차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그랜저 동호회에 접속해보면 동일 현상을 겪는 차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여 조치를 받은 후기들 역시 수십 건에 달한다.

오일 감소 현상을 확인한 뒤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면 엔진오일을 보충해 주고 엔진오일 게이지를 뺄 수 없도록 봉인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고 일정 km 수를 차주가 주행한 뒤 다시 서비스센터에 들러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절차로 대처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오일 감소 현상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증상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차량으로 로드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신형 그랜저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차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차를 구매하기 전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는 소비자들이라면 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도 있지만 아직 대다수의 구매자들은 이러한 부분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차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엔진 오일이 감소하여 주행 중 시동 꺼짐 증상이 발생하거나 엔진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대처가 없는 상황이다. 결함이 발생해도 제대로 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조금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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