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발표된 미국의 J.D 파워 리포트에 의하면 현대자동차 그룹 산하 브랜드들은 뛰어난 신차품질을 가지고 있어 북미시장에서 타 브랜드들을 제치고 품질 부분 상위권에 랭크되는 영광스러운 결과를 맞이했다. 현대차는 매년 J.D 파워의 결과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해외에서 국산차 품질이 뛰어남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어필 중이다.
하지만 이를 확인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국내에선 그렇게 많은 결함과 품질 문제가 발생하는데 결과에 대한 괴리감이 크다”며 반박을 제기했다. 2020년 현재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출시한 신차들에선 연이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판매하는 현대기아차는 내수용 모델과는 다르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걸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 품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J.D 파워 조사 결과
현대차 그룹 브랜드들이
품질 부분 상위권에 안착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미국 소비자조사 기관인 JD 파워(J.D.POWER)의 조사 결과 2020년 신차 품질 조사에서 해외 유수의 브랜드를 제치고 뛰어난 결과를 기록했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점은 닷지와 함께 1위를 차지한 기아차다.
기아차에 이어 제네시스는 5위를 기록했고 현대차는 10위에 올랐다. 국산 브랜드가 모두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간 미국 내에서 품질이 좋기로 유명했던 토요타나 렉서스를 제친 것이 눈에 띄는 결과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3개월간 고객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223개 항목에 대한 품질 불만 사례를 집계해 100대당 불만 건수를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불만 건수가 집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점수가 낮을수록 신차 품질에 대한 불만이 적고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문은 온, 오프라인으로 약 30페이지 가량의 설문지를 통해 진행되었다.
신차 품질에 이어
감성 부분에서도
중, 상위권에 올랐다
이어서 7월 22일 공개된 2020 APEAL(Automotive Performance, Execution and Layout)’ 순위에선 프리미엄 브랜드 부분에서 제네시스가 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 가운데 10위, 기아차는 6위에 랭크됐다.
APEAL은 신차를 구매한지 3개월이 지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량 성능을 포함한 브랜드 만족도를 평가한 것으로 자동차에 탑승하여 주행을 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때의 느낌 등 감성적인 요소까지 포함한 37개 항목에 걸친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다. 신차품질만큼의 뛰어난 결과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국산 자동차 브랜드들의 위상이 결과로만 보자면 꽤나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이어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국내 상황
현대자동차 그룹 산하 브랜드들의 신차품질이 좋다는 결과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의문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에 선보인 신차들은 뛰어난 품질과는 분명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매월 자동차 판매량은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으나 출시되는 신차들에선 연이어 품질 문제를 포함한 중대한 결함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 품질이 좋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차량 한두 대에서 간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없는 차를 찾는 게 더 어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 뉴 그랜저는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오일 감소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SUV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신형 쏘렌토는 최근 방전 문제 때문에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미시장에도 판매할 신형 아반떼는 조용히 넘어가는 듯했으나 최근 연이어 무상수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한 제네시스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선 현대기아차가 신차품질조사 결과 상위권에 랭크되었다고 하니 국내 소비자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J.D 파워의 조사 결과를 접한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는 신차마다 결함투성이에 전부다 리콜도 아니고 무상수리에 쉬쉬 거리는 데 저 차는 어디 차냐?”, “토요타보다 현대가 더 점수가 높은 저 순위를 믿으라고?”, “미국에서 늘 순위, 평가는 높은데 팔리지는 않는 신묘한 현대차”, “우리나라 현대기아랑 외국에 있는 현대기아는 다른 회사죠?”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현대기아차는 북미시장에서
밸류카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현대차가 북미시장에서 신차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현대차가 북미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북미 시장에서 밸류카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라이벌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과 품질은 괜찮은 차량, 다시 말해서 가성비가 좋은 자동차로 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 역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J.D 파워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흔히 독일 명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같은 브랜드들이 현대기아차보다 품질이 더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중대함과 관계없이
모든 결함은 한 건으로 처리된다
또한 번외로 “J.D 파워 지수 자체를 크게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소비자들도 꽤 많았다. J.D 파워 지수는 단순하게 결함 발생 건수로만 집계를 한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엔진 미션에 고장이 나는 것과 간단한 부품이 고장 나는 것을 동일하게 결함 한 건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은 조사 결과를 크게 신뢰할 수 없으며, 결함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30페이지가 넘으며 224개의 항목에 대답해야 하는 J.D 파워의 질문지 특성상 소비자들이 정성스럽게 답변을 이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품질과 감성 만족도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 보면
납득할 수 있다
품질과 감성 만족도를 이어서 생각해보면 결과가 납득된다는 주장도 존재했다. 초기 품질은 그럴싸하게 잘 만들어서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초기 품질 대비 시간이 지난 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품질에 대한 만족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J.D 파워가 조사하는 차의 감성적인 부분들 속엔 품질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신차 품질조사에 참여했던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잡지나 딜러, 지인을 통해 신차에 대한 정보를 얻던 시절엔 전문 잡지를 통해 주로 소개되던 J.D 파워의 영향력이 상당했지만 최근엔 신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매우 다양해져 소비자들의 J.D 파워 의존도가 많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어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30페이지에 걸쳐 차량의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에 충실히 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비교적 저렴한 차량의 경우 불만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현대차가 미국에서 아무리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도 결정적인 문제는 이것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매년 J.D 파워의 결과를 매우 심도 있게 다루며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에서만 좋은 차를 파나보다”라며 오히려 제조사를 비판하는 태도를 보인다. 북미시장에서 역시 소비자들이 과연 J.D 파워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해서 현대기아차 품질이 정말로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들을 대하는 제조사의 태도 또한 전혀 변함이 없다. 마케팅 수단으로 보이는 이런 부분들보다는 조금 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개선들이 이루어져야 소비자들도 현대기아차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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