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70년째 같은 디자인?
1948년에 제작된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마지막 작품인 포르쉐 356를 시작으로 둔다면 포르쉐 911의 개구리눈 디자인은 올해로 벌써 72년이 된 것이다. 이후 1963년 지금 911의 1세대 모델인 901을 발표했다. 볼록 튀어나온 헤드라이트와 리어로 급격히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이 모델에서 확실히 자리 잡게 된다. 푸조의 간섭이 없었다면 아마 901이라는 모델명을 현재까지 유지했을 것이다.
1974년 포르쉐는 930을 발표하며 2세대 911을 공개했다. 모델 930은 최대출력 231마력의 엔진을 탑재하여 1세대 911보다 우수한 운동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1990년 3세대 964가 출시되고 약 30년의 시간 동안 4번의 풀체인지를 거쳐 현재 8세대 992에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혁신과 각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였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원형의 헤드라이트와 루프라인, 그리고 곡선이 주가 되는 풍만한 바디볼륨들은 그 결을 달리하지 아니한 채 포르쉐 911 헤리티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글 Joseph Park 수습기자
국산차는 사골
포르쉐는 헤리티지?
국내 모델들이 디자인이 바뀌지 않고 부분적인 수정만 거친 뒤 계속 판매가 된다면 언제나 ‘사골’ 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국내 브랜드의 대표적인 예로는 기아자동차 1세대 모하비 (2008년~2015년), 쉐보레 1세대 크루즈 (2008년~2016년), 르노삼성 2세대 SM3 (2009~2020년) 등이 있다.
보통 풀체인지 없이 5년 이상 동일 모델이 판매된다면 사골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위에 언급한 모델들은 애초에 한 디자인을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한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풀체인지가 늦춰진 것뿐이다. 그래서 사골이라 조롱당한 것이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와 보급형 브랜드의 디자인 변화를 놓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 같은 경우는 매스티지 브랜드로서 유행에 민감하고 행동이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릴을 이용한 패밀리룩 구축 외에는 포르쉐처럼 한 가지 디자인을 유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따라서 현대 기아자동차 같은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무게가 없을 수밖에 없다. 몇 년간 유지하던 틀과 형태도 자본주의식 소비처럼 금방 사라지고 대체된다. 이점이 포르쉐같이 수십 년간 한 가지 철학과 디자인 랭귀지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전위하는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자동차 대표
헤리티지 브랜드, 포르쉐
헤리티지란 말 그대로 오랜 세월 동안 한 브랜드가 만들어낸 탄탄한 유산과 브랜드 가치를 의미한다. 그 가치는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중간에 방향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브랜드 문화와 디자인의 뼈대를 꾸준히 지탱한다.
다시 말해 헤리티지는 마케팅도, 브랜딩도 아닌 브랜드 문화 구축 활동의 결과물이자 브랜드 ‘문화’ 그 자체를 뜻한다. 따라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는 헤리티지 브랜드들을 보면 오너가 바뀌어도, 디자이너가 바뀌어도 그 브랜드의 가치와 생명력이 꾸준히 유지된다.
포르쉐 같은 경우는 자사가 만들어온 헤리티지를 언제나 그들의 진정한 플래그십 모델인 911에 가장 먼저 투영한다. 911에 포르쉐의 아이덴티티를 입히고, 그들이 개발해온 기술의 축적을 이 모델을 통해 세상에 공개한다.
그들은 그들의 철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노력한다. 포르쉐 디자인의 근간이 되는 문장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이다. 그래서 이유 없는 디자인 쓰임새 없는 디자인을 포르쉐는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포르쉐의 디자인의 여러 디자인 요소들은 그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화려하기만 한 디자인이 아닌 보다 단단한 디자인이 되었다. 심지어 돌출되어 있는 포르쉐의 헤드램프 디자인은 트랙에서 차폭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포르쉐뿐만 아니라 여러 헤리티지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고집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절대 꺾이지 않는 브랜드 철학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이러한 브랜드 구성원들의 노고와 결과물은 당연히 소비자들에게도 전달되며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자부심에 기여한다. 그렇게 포르쉐는 단단한 팬층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한 그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 그들의 철학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적합하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느냐 또한 헤리티지 브랜드로서 꼭 갖춰야 할 자질이다. 이러한 예는 패션업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루이비통과 에르메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헤리티지 브랜드들은 자극적이고 소비자들을 시선을 잠시 잡아두려 만들어진 단편적인 이야깃거리가 아닌 자신들의 역사를 전설화 시킨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에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아무리 헤리티지 브랜드라고 한들 과거에 머물러있으면 그것은 곧 도태로 이어지게 된다. 헤리티지는 시대를 초월해야 하지만 시대를 거스른다는 말과는 엄연히 다르다. 탄탄한 역사에 기반한 훌륭한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을 위해 포르쉐는 매번 911을 통해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선보인다. 똑같고 비슷한 디자인 같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계산으로 디자인된다. 바디패널에 어느 한 부분도 날서있는 부분은 없지만 이러한 디자인을 위해 포르쉐 디자이너들은 누구보다 섬세하고 날카롭게 작업에 임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과 함께 포르쉐는 새로운 고객을 최신 트렌드와 기술로 환영하며 기존 팬들 또한 배신하지 않는 형태와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럭셔리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헤리티지는 하루하루 더 견고해져 간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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