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는 전형적인 패밀리룩의 틀을 깨고 있다. 같은 디자인으로 크기만 바꿔놓은 대, 중, 소 모델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으로 패밀리룩 보다 각 모델의 개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들은 자사의 SUV 라인업을 체스팀에 비유하며 과거 패밀리룩 도입으로 현대차의 공통 디자인은 유지되었으나 각 차의 특성이 약화되었다며 단순히 크기가 큰 차와 작은 차로 구분되는 결과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식 적으로 발표했다.
글 Joseph Park 수습기자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센슈어스 스포트니스)은 공유하되 기존 패밀리룩의 안정적이지만 보수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현대차 디자인 방향성을 녹여내는 동시에 각 차량만의 고유한 매력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들이 말하는 SUV 체스팀을살펴보면 공통되는 요소가 거의 없다. 캐스캐이딩 그릴, 엠블럼, 그리고 상하 분리형 헤드 램프 정도만 공유되며 각자 개성 있는 디자인을 뽐내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현재 SUV 라인업 뿐만 아니라 전 트림에 적용되고 있다. 쏘나타는 기존 크롬 벨트라인에 라이팅 기술을 접목시켜 탄생한 ‘히든 라이팅 램프’는 쏘나타만의 독특한 개성이 되었으며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경계가 모호해진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는 마름모 형태를 반복시켜 기존 자동차 디자인의 틀에서 벗어났다.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 또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태어났다. 풀체인지라도 무방할 만큼 내 외관 디자인이 큰 폭으로 바뀌었다. 특히 헤드 램프가 그릴과 연결되며 좌우로 길어진 그릴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부분으로서 “산만한 디자인”, “과격하다”라는 반응과 “실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라는 반응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선
“일본 차를 따라 한다”라는 평 나오기도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쏘나타 모두 이전에 보지 못하던 것들이 많이 시도된 디자인이었다. 감성 영역인 디자인인만큼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개성으로, 누군가에게는 기괴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개성만 중시하는 일본 차 디자인의 최근 기조를 따라가는 것이냐”라는 의견 또한 나오기도 한다.
일본차가 파격적인
디자인을 하는 이유
도요타, 닛산, 혼다 이 세 브랜드는 일본을 대표한다. 그들의 디자인은 일찍이 ‘Japanese Classic’라고 불리며 일본만의 정제되고 독특한 스타일링으로 전세계에서 사랑받았다.
그런데 2010년 이후로 그들의 스타일링은 과격하고 과장되었고 직설적이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럭셔리 브랜드는 논외로 하고 보급 모델들의 이야기이다.
기본적인 디자인 및 미술 교육을 받은 자들이 그려내는 자동차들일 텐데 그들의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분명 다른 무언가가 영향을 크게 끼친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상용차로 나오는지 또 판매가 이루어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고 자사의 미래 비전을 그리는 콘셉트 모델이라고 한들 조형미에 대한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 충격적인 디자인들만 연달아 출시되었다. 사람이 느끼는 보편적인 미의 기준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다.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최근 일본 브랜드의 정황을 살펴보면 가벼운 추측은 해볼 수 있다.
90년대까지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는 내구성과 일본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정갈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일본의 여러 브랜드들은 동아시아 오토 메이커를 대표하며 북미를 기점으로 입지를 전 세계에서 두텁게 다져갔다.
하지만 이후 한국 브랜드의 급성장과 더불어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까지 가세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윗급 브랜드들을 쫓기에 바빴던 일본 브랜드는 자신을 쫓아오는 브랜드들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원래 중간이 가장 힘든 법이다.
전 세계 브랜드들의 차종이 상향 평준화가 되어가니 일본 브랜드들의 입장에선 일본만의 무기가 있어야 했다. 일본 차가 자랑하던 내구성, 완성도, 디자인이 일본 차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독일 브랜드는 여전히 강세이고 최근 출시되는 미국차의 디자인과 마감새를 보고 있으면 예전의 미국차는 떠오르지도 않는다.
일본으로서는 마음이 급하다. 그리고 그들의 위기의식이 그대로 디자인에 투영된듯하다. 점점 위축되어가는 일본 브랜드는 계속하여 무리수를 두며 ‘나 좀 봐줘’라는 식의 존재감에만 집중한 디자인만 계속 해냈다.
최근 들어 일본 브랜드 내부에서도 너무 과격해져만 가는 디자인에 대한 고찰이 있었는지 기존의 어지러웠던 디자인들을 수습하며 정리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출시된 도요타의 대표 모델들을 살펴보자. 프리우스는 이전 세대 대비 훨씬 더 정리된 모습으로 출시되었으며 벤자 또한 양산 차임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얇은 리어램프와 더불어 슬릭한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일본 브랜드의 과격한 디자인을 보고 오니 현대차의 디자인은 온순해 보이기까지 한다. 일본 브랜드의 과격한 디자인들의 비하인드에는 기업 구조 같은 분명 더 복합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겠지만 위기의식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현대차의 디자인이 탄생하는 배경과는 그 결이 조금은 다른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차의 최근 디자인에서는 위기의식 보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유럽시장 점령은 일본기업들에게 오래된 염원이였다. 2019년 기사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서유럽에서 일본 도요타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유럽시장에서 현대차는 28만4천396대, 기아차는 26만8천305대 등 총 55만2천701대를 판매했다. 이 기간동안 도요타 그룹과 혼다 판매량을 합친 48만1천471대 보다 높은 수치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구도는 2012년 이래로 쭉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북미시장에서 현대차가 도요타를 따라잡을 날이 언젠가는 정말 올 수 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참인 북미시장에서도 현대기아가 도요타에 비해 선방했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는 2020년 6월 기준 작년 동월대비 13.8% 감소치를 보인데 반해 도요타는 26.6 % 판매량이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에서는 당연히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일본브랜드에 비해 선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올해 초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과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 담당 CEO(최고경영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서 북미시장에서 10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전세계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였다.
상품성 부족으로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고전했던 현대기아차는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왔는데 SUV라인업의 완성과 각종 신차가 투입된 결과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71만대의 완성차를 팔아 전년(67만7946대) 대비 4.7%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싼타페(12만7373대)가 전년 대비 8.8%나 판매량을 끌어올렸고, 코나(55.7%)·아이오닉(29.8%) 등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쫒는자와 쫒기는자, 그 둘의 입장은 분명히 다를 것이며 이러한 심리가 자사 디자인에 적용되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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