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이슈플러스 “벤츠 살 바에는…” 국산차 중 가성비는 갑이라는데 엠블럼이 모두 망친다는 차

“벤츠 살 바에는…” 국산차 중 가성비는 갑이라는데 엠블럼이 모두 망친다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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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 좋은 거 누가 모르나… 매력이 없으니 안 사지..” 최근 제네시스를 타고 있는 지인과 기아 K9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듣게 된 말이다. 대화의 주제는 “K9이 왜 이렇게 안 팔리는 걸까”였는데 둘의 대화에서 나온 결론은 “차가 좋은 건 알고 있지만 구매까지 이어질만한 매력이 없다”였다.

기아차가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K9은 가성비가 훌륭한 세단이다. 5미터가 넘는 G90급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국산차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양들은 죄다 탑재되어 있다. 또한 인기가 없어 할인도 많이 해준다. 그럼에도 제네시스 판매량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K9은 대체 왜 이렇게 안 팔리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K9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1세대의 아픔을 딛고
환골탈태한 2세대 K9
2012년 출시된 K9은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세상에 등장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2018년 4월, 기아차는 풀체인지를 맞이한 신형 K9을 공개했다.

이전 모델과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과감한 디자인 변화를 거쳤으며, 출시 당시 국산차 중 가장 높은 기술 수준의 반자율 주행기술이 적용되어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는 상품성 역시 갖추는데 성공했다. 1세대보다 디자인이 조금 더 숙성되어 한층 중후한 플래그십 세단에 어울린다는 평을 받기도 했으며 기아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출시 이후 월평균 1,200대
수준으로 판매되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 판매량은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8년 4월 출시 첫 달 성적은 1,22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으며 다음 달인 5월엔 1,705대를 판매하며 약간의 판매량 상승세를 이어가는듯싶더니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1,200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내려오면서 저조한 성적을 이어갔다.

현재 K9은 월 1,000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사실상 대형 세단 시장에서 도태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출시된 지
3년 정도가 지난 G80은
K9 판매량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2세대 K9이 출시될 당시 비슷한 가격대로 경쟁하던 제네시스 G80은 출시된 지 약 3년이 지난 모델임에도 K9보다 평균적으로 두 배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G80을 구매할 돈이라면 윗급인 G90에 버금가는 크기와 국산차 최고 수준의 편의 사양을 누릴 수 있는 K9을 구매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음에도 K9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2020년 현재 K9은
G80의 1/10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3세대 신형 G80이 출시되고 나선 판매량 격차가 비교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벌어졌다. 현재 K9은 월평균 600대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신형 G80은 신차효과에 힘 업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신형 G80이 출시된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 두 차량의 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K9은 2,791대, 신형 G80은 2만 6,026대를 판매하여 K9은 G80의 1/10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실구매가격 5천만 원 대로
살 수 있는 세단 중
가장 크고 고급스럽다
K9은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보면 분명 장점이 많은 차량이다. 하위 트림 기준 실구매가격 5천만 원 대로 구매할 수 있는 세단들 중엔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사실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을 5천만 원 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수준이다.

경쟁상대로 자주 언급되는 제네시스 G80과 비교해 보면 길이가 125mm 길고 휠베이스 역시 95mm가 길어 훨씬 쾌적한 뒷자리 공간을 누릴 수 있다.

K9은 소퍼 드리븐에
최적화된 플래그십 세단이다
소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의 경계 사이에 있는 G80과는 다르게 K9은 철저히 소퍼 드리븐에 맞춰져있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수평형 레이아웃은 공간감을 극대화하며, 값비싼 소재들을 아끼지 않은 실내에 탑승하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주 소비층도 기업 임원들을 위한 법인차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차량의 성향 역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단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한 승차감에 초점을 맞추어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세팅되었다. 그래서 K9은 실제 차주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차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산 수입차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가격표를
가지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역시나 가격이다. K9은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기본 사양에도 많은 옵션들이 적용되어 있어 5,478만 원짜리 3.8 가솔린 플래티넘을 선택해도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 방지 보조와 같은 반자율 주행 시스템과 이중 접합 차음 글라스(윈드 실드, 도어 글라스), 자외선 차단 글라스(전/측/후면 글라스), 앞/뒷좌석 히티드 시트,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독립 제어 풀 오토 에어컨(운전석, 동승석, 뒷좌석),12.3인치 UVO 내비게이션 등을 기본 사양으로 누릴 수 있다.

옵션을 추가하고 가격대를 높여보더라도 7~8천만 원대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입 세단들 중 동급 세단을 사려면 1억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가성비가 매우 훌륭한 편이다. K9은 판매량이 적기 때문에 기본 현금 할인 3%가 적용되며 재고 차에 따라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어 금액적인 메리트는 매우 큰 편이다.

“기아차라서 안 팔린다”
플래그십 세단은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가 우선이다
K9이 가성비가 매우 좋으며 국산차 기준으로는 나름 잘 만든 플래그십 세단이라는데는 크게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차가 잘 안 팔리는 이유는 기아차이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세단은 가성비와 상품성이 아닌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가 갈리게 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만든 이유 역시 현대차와는 다른 프리미엄 독자 브랜드를 론칭하며 고급차 전용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K9은 별도 브랜드 론칭이 아닌 대중적인 기아차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외치기엔 태생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고급 세단 수요층을 상대로
가성비를 내세운 것은 모순이다
또한 장점으로 언급되던 가성비 역시 역으로 생각하자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저렴한 맛에 타기 좋은 차”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것은 이미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차를 타는 수요층은 그만큼 자동차를 통해 보여지는 시선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본인이 타고 있는 차가 저렴한 자동차로 인식된다면 섣불리 차를 구매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고급 세단 수요층을 상대로 대중차 브랜드를 달고 가성비를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다소 아쉬운 디자인 역시
단점으로 지적된다
마지막으론 다소 아쉬운 디자인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기아차가 출시하는 신차들은 연이어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으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K9은 1세대와 2세대 모두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은 모델이다.

2세대 K9은 1세대와 비교하면 비교적 단정하게 정리가 되었고 보기 좋아졌다는 평을 받았지만 여전히 타사의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하면 웅장함과 고급스러운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가 아직 고급차 디자인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일까? 다음 세대 K9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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