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쌍용차의 앞날이 어둡다. 지난해 야심 차게 출시한 신형 코란도는 제대로 된 신차효과조차 누리지 못한 채 시장에서 도태되었고, 그나마 경쟁자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렉스턴 스포츠가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쌍용차를 먹여 살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소형 SUV 계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티볼리도 이제는 라이벌 모델들 대비 경쟁력이 약화되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입장에선 큰 차가 많이 팔려야 그만큼 수익도 생기는 것인데 지난 2017년 출시한 2세대 G4 렉스턴은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연식 변경을 거치며 상품성을 개선했음에도 “그래봤자 안된다”라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나올 때마다 욕먹는다는 쌍용 G4 렉스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한때 국내 SUV 시장을
휩쓸었던 자동차였다
2001년에 출시된 쌍용 렉스턴은 국산 프리미엄 SUV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동차다. 당시 모기업이던 대우자동차에서 많은 공을 들여 개발했으며, 무쏘의 윗급 모델로 개발한 렉스턴은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담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당시 쌍용차를 상징하는 남성미가 넘치는 탄탄한 스타일을 가졌던 렉스턴은 현대 테라칸과 경쟁하며 국산 프리미엄 SUV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당시 레저활동을 즐기던 국내 소비자들은 렉스턴의 상품성을 인정했고, 무쏘 다음으로 쌍용차가 시장에서 성공시킨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모하비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좋은 분위기는 2006년 슈퍼 렉스턴이 나올 때까지 유지되었으나 2008년 기아 모하비가 출시되면서 제대로 된 경쟁자가 생겼다. 렉스턴은 풀체인지 없이 기존 모델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식으로 명을 이어왔었기에 완전한 신차로 출시된 기아 모하비에게 수요층을 일부 흡수당하면서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었다.
기아 모하비는 현대 베라크루즈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으나 두 차량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베라크루즈는 모노코크 바디 기반의 철저한 도시형 SUV라면 모하비는 험로 주파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프레임 SUV였다. 따라서 국산차 중에선 같은 구조를 가진 쌍용 렉스턴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기아 모하비 출시 이후 수요층 일부를 빼앗긴 쌍용 렉스턴이었지만 그래도 두터운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아 무려 2017년까지 연식변경을 통한 소소한 변화를 거치며 꾸준히 생산되었다. 물론 상품성 측면에선 라이벌 SUV들에게 밀려 구형 모델의 티를 벗어내지 못했으며, 기존 2.7리터 디젤 엔진 대신 유로 5 기준을 만족하는 2.0 디젤 엔진으로 교체되어 출력이 낮아진 점 역시 불만사항으로 제기되었다.
라이벌이었던 기아 모하비는 V6 3.0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었기에 렉스턴의 4기통 디젤엔진은 매번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되었으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사골 소리를 들으며 연명해온 렉스턴은 2017년 2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존 모델보다 덩치를 키우며 준대형 SUV에 가까운 몸집을 자랑하게 된 신형 렉스턴은 “국산 프레임 SUV를 새롭게 정의하겠다”라고 선언하며 야심 차게 출시됐다.
G4 렉스턴엔 국산 SUV 최초로 스마트키 윈도우 리모트 컨트롤 기능과 3D 어라운드 뷰를 탑재했으며, 지역에 따라 자동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바꿔주는 기능도 추가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모델에서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던 6기통 디젤엔진이 장착되지 않았으며 트림에 따라 서스펜션에 차별화를 두는 등 여러 부분에서 모하비보다 열세라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모하비에 이어 등장한
팰리세이드 역시
G4 렉스턴에겐 악재였다
2세대 G4 렉스턴이 출시된 바로 다음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출시했다. 일각에선 팰리세이드가 과거 베라크루즈의 뒤를 잇는 후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팰리세이드는 베라크루즈와는 관련이 없으며 싼타페 롱바디 버전이었던 맥스크루즈의 후속이다.
모노코크 바디를 장착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철저한 도심형 SUV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싼타페보다 큰 SUV를 원하던 많은 국내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아 출시와 동시에 어마 무시한 인기를 누렸다. 연식변경 모델이 등장한 지금도 팰리세이드를 출고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연식변경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을 뒤집지 못했다
결국 G4 렉스턴은 그다지 훌륭한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고 쌍용차는 2019년 9월 2일 연식변경을 통해 디자인에 살짝 변화를 주고 상품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그닥 매력이 없는 자동차”라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고 이런 소비자들의 반응은 곧장 판매량으로 직결됐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현재 G4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테스트카가 도로에서 포착되며 신형 모델 출시가 예고되었지만 소비자들은 “어차피 나와봤자 크게 바뀌는 것도 없다”, “이제 쌍용의 신차는 기대조차 되지 않는다”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모하비 더 마스터 출시 이후엔
판매량 격차가 두 배로 벌어졌다
국산차 중엔 G4 렉스턴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차는 대형 SUV로 분류되는 팰리세이드와 모하비다. 그중에서도 G4와 더 직접적인 라이벌을 손꼽자면 같은 프레임 바디를 사용한 모하비 더 마스터를 지목할 수 있겠다. 모하비는 렉스턴 못지않은 사골 자동차이지만 지난해 9월 풀체인지에 가까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큰 폭의 상품성 개선이 이뤄져 판매량에 다시 불이 붙은 상황이다.
물론 그럼에도 팰리세이드가 두 모델을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모하비 더 마스터가 출시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 차량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팰리세이드가 5만 1,993대, 모하비가 1만 9,892대, G4 렉스턴이 1만 703대를 판매했다. 팰리세이드와 모하비의 선전으로 인해 렉스턴은 소비자들의 관심사에서 더 멀어지고야 말았다.
냉정하지만 현재로썬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쌍용차에겐 정말 뼈아픈 한마디가 되겠지만 2020년 현재로썬 G4 렉스턴이 팰리세이드나 오래된 프레임바디를 사용하는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를 능가할만한 장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팰리세이드와 비교하자면 험지주파 능력은 G4 렉스턴이 더 뛰어나지만 그 외엔 마땅한 장점을 찾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로드나 레저쪽 니즈가 있는 소비자들이 렉스턴을 주로 선택한다.
모하비와 비교해 봐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 전 모델이었다면 G4 렉스턴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썬 다양한 첨단 사양들이 두루 탑재된 모하비를 렉스턴이 누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크기 제원은
팰리세이드가 가장 우세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비교해 보면 G4 렉스턴이 열세인 부분들이 드러난다. 먼저 크기 제원을 살펴보자. G4 렉스턴은 길이 4,850mm, 너비 1,960mm, 높이 1,825mm, 휠베이스 2,865mm이며 공차중량은 구동방식에 따라 2,060~2,170kg이다.
팰리세이드는 디젤 모델 기준 길이 4,980mm, 너비 1,975mm, 높이 1,750mm, 휠베이스 2,900mm이며 공차중량은 구동방식에 따라 1,955~1,965kg이다. 길이와 너비, 휠베이스 모두 팰리세이드가 더 길고 높이만 낮다. 무게 역시 팰리세이드가 더 가볍다.
이에 맞서는 모하비 더 마스터는 길이 4,930mm, 너비 1,920mm, 높이 1,790mm, 휠베이스 2,895mm이며 공차중량은 구동방식에 따라 2,250~2,305kg이다. 길이와 휠베이스는 모하비가 더 길고 너비와 높이는 G4 렉스턴이 우세하다. 무게는 G4 렉스턴이 약 200kg 정도 가볍다.
V6 디젤엔진의 부재는
G4 렉스턴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파워트레인 제원도 살펴보자. G4 렉스턴은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디젤 엔진이 적용된다. 배기량은 2,157cc이며 자동 7단 변속기가 적용되어 최대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kg.m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0.1~10.5km/L다.
팰리세이드 역시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디젤 엔진이 적용된다. 배기량은 2,199cc이며 자동 8단 변속기가 적용되어 최대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2.0~12.4km/L다. 같은 2.2리터 디젤엔진이지만 팰리세이드가 출력과 연비 모두 우세하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V6 싱글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배기량은 2,959cc이며 자동 8단 변속기가 적용되어 최대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9.3~9.4km/L로 G4 렉스턴보다 낮다. G4 렉스턴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할 때마다 V6 디젤엔진의 부재가 손꼽히기 때문에 이는 명확한 약점이다.
편의 사양과 첨단 사양도
G4 렉스턴이 열세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라지만 대체적으로 G4 렉스턴보단 팰리세이드와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하비 더 마스터의 인테리어가 더 고급스럽다는 의견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이는 렉스턴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첨단 사양 측면에서도 G4 렉스턴이 열세다. G4 렉스턴에선 선택할 수 없는 8인승이 팰리세이드에 존재하며 모하비는 6인승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렉스턴은 유압식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고 있어 아직도 차로 유지 보조 같은 반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지 않다.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반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상품성 개선이 이뤄져야 할 전망이다.
유일한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G4 렉스턴이 유일하게 우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팰리세이드, 모하비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렉스턴은 기본 사양이 3,440만 원부터 시작하며 일시불 구매 시 5% 할인이 적용되어 실구매가격도 3,484만 원에 불과하다. 준대형 SUV를 3천만 원 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는 건 가성비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최고 사양 역시 실구매가가 5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팰리세이드는 기본 사양 실구매가가 3,962만 원, 최고 사양 실구매가가 6,232만 원 수준으로 기본 사양 기준으로는 G4 렉스턴과 470만 원가량 차이가 나며 최고 사양은 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모하비는 기본 사양 실구매 가격도 5천만 원 수준이며 최고 사양은 6천만 원을 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차급이 다른 수준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G4 렉스턴은 모하비보단 기아 쏘렌토 가격대와 겹친다.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예고에도
시큰둥한 소비자들 반응
G4 렉스턴이 시장에서 도태된 이유는 당연히 라이벌들 대비 상품성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월 800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쌍용차를 지지하는 두터운 마니아층들의 수요라고 볼 수 있겠다.
쌍용차는 렉스턴 페이스리프트를 준비하며 기존 모델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반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고 여러 사양들을 대거 추가하여 심기일전한다는 입장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소비자들은 이차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떨어져 있다. 쌍용차를 응원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먼 길을 걸어와버린 것이 아닐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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