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차급도 대체로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다. 우리가 흔히 대형 SUV라고 부르는 차종들은 미국에서 미드사이즈 SUV로 불리며, 풀 사이즈로 불리는 차종이 미국에서 대형 SUV로 불린다. 대표적으로 쉐보레 서버번,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이 있다.
지프는 왜고니어 단종 후 한동안 풀사이즈 SUV를 생산하지 않았다가 최근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려 30년 만이다. 사실 부활 소식은 3년 전부터 나왔었다. 이후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가 최근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달 3일에 글로벌 출시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지프 왜고니어 부활 소식에 국내 소비자 반응으로 쌍용차가 많이 언급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지프 왜고니어 부활과 쌍용차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에디터
가족을 위한
고급 SUV를 표방한 차
한국전쟁이 끝나자 수요가 줄어든 윌리스(지프의 전신)는 수익 창출을 위해 대중 브랜드로 변화를 모색했다. 당시 주력으로 밀고 있었던 지프 스테이션 왜건은 군용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너무 투박했고 승차감도 좋지 않았다. 윌리스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오프로드 능력과 승차감을 모두 확보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1962년에 출시했는데, 이것이 바로 왜고니어다.
출시 직후 윌리스는 대중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브랜드명을 카이저 지프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당시 군용차스러운 투박한 SUV가 대부분이었던 상황에서 세련된 디자인의 고급 SUV 왜고니어는 미국인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당시 왜고니어의 크기는 전장 4,735mm, 전폭 1,900mm, 전고 1,687mm, 휠베이스 2,794mm로 당시 기준으로 풀사이즈 SUV로 분류되었다. 엔진은 I6와 V8 두 종류가 있었으며, 변속기는 3단 수동과 4단 수동, 3단 자동변속기가 있었다.
왜고니어는 가족을 위한 고급 SUV를 표방한 만큼 파트타임 4륜 구동 시스템, 전륜 독립 현가장치, 3단 자동변속기, 안전벨트, 라디오, 에어컨 등 당시 최고 수준의 옵션 사양을 마련했다. 왜고니어의 인기에 힘입은 카이저 지프는 1996년, 상위 모델인 슈퍼 왜고니어를 출시했다. 왜고니어의 성공은 다른 브랜드에도 영향을 줬다. 쉐보레는 타호의 전신모델인 K5 블레이저를 출시해 맞불을 놨고,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를 출시했다.
AMC가 인수한 후
더욱 빛을 발한 왜고니어
1970년, AMC는 카이저 지프를 인수합병한 이후에도 왜고니어는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후 K5 블레이저와 레인지로버 등 경쟁 모델이 등장하자 왜고니어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는데,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파워 윈도, 스티어링 휠 틸팅, 전륜 디스크 브레이크, 크루즈 컨트롤 등 최신 사양들을 탑재해 고급감을 높였다.
이후 오일 쇼크로 인해 경제 위기가 닥치자 AMC는 일부 옵션 사양을 제외한 저가형 트림을 출시했다. 그 덕분에 다른 대형차들이 판매량 감소 혹은 단종을 맞이하는 가운데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후 경제 회복기를 맞이하고 롱보디 모델인 그랜드 왜고니어를 출시해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급격한 유가상승과
안전 기준 미달로 단종되었다
1987년, 지프는 크라이슬러에 인수되었다. 처음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인기가 좋았지만 1990년에 급격한 유가상승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유가상승으로 크라이슬러는 소형 및 중형 SUV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으며, 안전 규제가 확립되기 시작하면서 기준에 미달한 왜고니어는 결국 1991년에 단종을 맞이했다.
왜고니어는 풀체인지 없이 30년 가까이 판매되어 미국 자동차 중 세 번째로 오래 팔린 모델로 기록되었다. 단종 이후 왜고니어 후속 모델로 그랜드 체로키가 출시되었으며, 4차례 풀체인지를 거쳐 현재에 이른다.
데뷔 날짜는
9월 3일로 확정
지프는 미국을 대표는 자동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풀사이즈 SUV 라인업이 없다. 쉐보레는 타호/서버번, GMC은 유콘,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 링컨은 내비게이터, 포드는 익스페디션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SUV 전문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플래그십 SUV 분야에서는 타 브랜드 대비 경쟁력이 밀렸다.
2017년, 지프는 플래그십 SUV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왜고니어 부활 소식을 알렸다. 프레임 보디를 활용한 풀사이즈 SUV 크기로 내놓을 것을 예고했으며, 그랜드 체로키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지프는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거대한 차량 실루엣 안에는 미국의 야경 사진이 존재하며, 중앙에는 돌아왔다는 뜻의 영단어 RETURNS가 적혀 있다. 지프의 어떤 모델이 부활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사진이다.
다른 사진을 살펴보면 지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위에 WAG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이를 통해 왜고니어(WAGONEER)의 부활을 암시할 수 있다. 옆에 있는 사진은 실내 모습으로 추정된다. 뒤쪽으로 보이는 흐릿한 배경은 센터패시아, 우측의 원형 물체는 조그서클 혹은 다이얼식 변속기로 보이며, 좌측은 스위치 혹은 수납함 손잡이로 보인다.
테스트카로 살펴본
새로운 왜고니어의 보습
해외에서 왜고니어의 테스트카가 포착되었지만 위장막에 흰색 천을 덧씌워 거의 전체를 가린 상태다. 지프 내부에서도 고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가리긴 했지만 전면 그릴은 지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7분할 세로형 디자인이 적용될 것이며, 이는 티저 사진에서 일부가 공개되었다. 그릴 양쪽으로 헤드 램프가 배치될 예정인데, 전체적인 형태는 그랜드 체로키와 비슷하고 내부에 LED 램프 여러개가 적용되어 있다. 예전에 유출 사진에서 살짝 공개된 적 있었다.
측면 실루엣은 전형적인 미국 풀사이즈 SUV의 형태를 띠고 있다. A필러 부분은 곡선이 많이 들어갔지만 루프나 D필러 부분은 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열 뒤쪽 부분의 길이가 꽤 긴 편이다. 3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음을 예상할 수 있다.
후면도 테일램프 일부분과 번호판을 제외하고 유리창까지 모두 가렸다. 테일램프는 그랜드 체로키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보이며, 미등, 브레이크등은 물론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후면이 직각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머플러는 히든 타입으로 되어 있다. 물론 테스트카이기 때문에 실제 모습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쌍용차는 뭐하고 있나”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지프 왜고니어 부활 소식에 네티즌들은 쌍용차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 반응을 살펴보면 “이런 차가 나올 때마다 생각나는 쌍용차”, “쌍용차가 지프의 반의반만이라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무쏘, 코란도 훼미리가 오늘따라 유독 생각난다”, “쌍용이 지프처럼 하면 대박 난다”, “쌍용차는 단 한 번도 트렌드를 읽어낸 적이 없다”등이 있다.
이처럼 네티즌들이 쌍용차를 언급하고 있는 이유가 지프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한때 합작해 신진 지프를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적이 있었으며, SUV 전문 브랜드, 정통 SUV로 명성을 쌓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행보는 서로 반대되는데, 지프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들을 내놓는 반면, 쌍용차는 그렇지 못한 편이다.
지프 코란도 안된다더니…
정통 SUV가 생각보다 잘 팔린다
네티즌들은 쌍용차에 지속적으로 지프 코란도의 부활을 요구했지만 쌍용차는 공장 가동률이 낮고,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으며,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쌍용차는 코란도 풀체인지 모델을 ‘뷰티풀 코란도’라는 이름으로 2019년 출시했다.
그러나 쌍용차의 판단과는 달리 정통 SUV는 생각보다 많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 G63은 2억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고 있으며, 랜드로버 디펜더는 사전 판매 10일 만에 300대가 계약되어 예상보다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프 랭글러는 정통 SUV의 상징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포드 브롱코는 미국에서 사전예약 3주 만에 16만 건을 돌파했다.
추억의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출시
랜드로버 디펜더와 포드 브롱코, 지프 왜고니어는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출시한 까닭에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도 지프 코란도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만약 지프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출시했었더라면 시장 반응이 더 좋았을 것이다. 추억의 힘은 생각보다 위대하다.
소비자들을
특색 있는 쌍용차를 원했다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쌍용차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현대차그룹은 세단부터 SUV, 고급차까지 잘 팔리는 분야를 장악하고 있으며, 쉐보레와 르노삼성은 해외 판매 모델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특색 있는 차를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는 쌍용차밖에 없다.
쌍용차는 무쏘 스포츠부터 지금의 렉스턴 스포츠까지 다른 국산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았던 픽업트럭 분야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시켜 명맥을 이어왔다. 이처럼 쌍용차가 다른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았던, 즉 틈새시장을 잘 공략하면 재기할 가능성이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