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역시 벤츠다”, “벤츠가 만들면 다르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브랜드 신뢰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대변해 주는 말이다. 어떤 세그먼트이던 벤츠가 만들면 그래도 기본 이상을 할 정도로 차를 잘 만들어 왔기에 생겨난 이야기다.
하지만 요즘 벤츠는 이런 명성에 금이 가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휩싸였으며, 라이벌 제조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와중에 벤츠가 출시하는 신차들 중 일부는 경쟁 모델들 대비 장점이나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오늘 주인공인 ‘GLE’ 역시 국내 출시 초기 핵심 사양들이 대거 빠진 채로 출고되어 논란이 되었던 주인공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벤츠 GLE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고급차의 상징으로
통하던 벤츠였지만…
요즘은 그렇지만도 않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래전부터 고급차의 상징으로 통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메르세데스 하면 ‘고급차’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그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은 다른 제조사들이 감히 넘보지 못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벤츠가 벤츠 답지 못하다”라는 이야기들이 꽤 자주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벌 브랜드로 불리던 다른 제조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일부 세그먼트에선 이미 “벤츠를 추월했다”라는 평가를 받는 자동차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론과 상관없이
판매량은 매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벤츠는 사실 이런 분위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강력한 라이벌 모델들이 등장해도 항상 판매량 1위는 벤츠였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 역시 메르세데스 벤츠를 따라잡을 판매량을 보이는 수입차 제조사는 없었으며, 그나마 벤츠를 견제하는 BMW가 한때 잠깐 벤츠를 추월하는 정도의 활약을 보였을 뿐이다.
최근 벤츠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판매량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고, 지금도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그간 쌓아온 벤츠의 명성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브랜드 철수까지 거론되던 폭스바겐 그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던
벤츠의 깡통 옵션 논란
차가 워낙 잘 팔려서 그런걸까? 벤츠는 오래전부터 주력으로 판매하는 차량들이 타사대비 옵션이 많이 빠진채로 출고된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벤츠인 E클래스는 염가형 트림인 E300 아방가르드가 한때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지금은 E250으로 이름을 변경하여 엔트리 트림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라이벌로 지목되는 BMW 520I나 아우디 A6 대비 옵션이나 주행 기본기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굳건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부족한 옵션으로 대충 내놔도 많이 팔리니 벤츠가 배짱 장사를 하는 것”이라며 불평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저렇게 내놔도 줄지어서 사고 있으니 계속 그러는 거다”라며 “앞으로도 벤츠 판매량이 유지된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작년 9월 국내에 선보인
GLE는 옵션 부족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오늘의 주인공인 벤츠의 중형 SUV GLE 역시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된 신형 GLE는 벤츠가 글로벌 시장에 신형 GLE를 론칭하며 자랑했던 핵심 사양들을 모두 빼고 들어와 논란이 되었다. 당시 GLE를 기다리고 있던 차주들은 “한국 시장을 호구로 본다”, “깡통 GLE를 1억 가까운 금액으로 구매하라니 정말 너무했다”, “아무리 벤츠라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차주들은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며 라이벌 모델인 BMW X5로 갈아타는 차주들까지 등장했다. 라이벌인 X5는 6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했지만 GLE는 4기통을 장착한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지적되며 “X5보다 크게 나을 게 없는 차를 살 이유가 없다”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지난해 판매되었던 론칭 초기 GLE에 적용된 옵션들을 살펴보면 왜 소비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벤츠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서스펜션”이라며 자랑하던 ‘E 액티브 보디 컨트롤’이 빠졌고 반자율 주행 시스템과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헤드업 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사양들이 모두 빠져있었다.
국산 준중형 차에도 적용되는 편의 사양들이 독일산 프리미엄 중형 SUV에 모두 빠져있었으며, 라이벌로 언급되는 수입산 프리미엄 SUV에는 대부분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GLE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연식변경으로 죄다 추가한 옵션에
분통 터트리는 기존 구매자들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벤츠 코리아는 최근 연식변경을 거치며 빠져있던 옵션들을 모두 탑재하는 결정을 감행했다. 2020년형 GLE를 새롭게 선보이며 초기 물량에 선택조차 할 수 없었던 ‘E 액티브 바디 컨트롤’ 역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프리 드라이빙 어시스트’ 시스템 역시 이제는 제공된다. 뒤늦게 핵심 사양을 추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로 인해 초기에 GLE를 출고한 차주들은 “핵심 사양이 빠진 반쪽짜리 GLE를 타게 되었다”라며 불평불만을 털어냈다.
작년에 GLE를 출고한 한 차주는 “벤츠 코리아가 장사가 잘 되니 이젠 옵션으로 장난질을 친다”라며 “기존 차주들만 바보가 된 상황”이라는 말을 남겼다.
수입차가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옵션을 변경하는 사례는 기존에도 많이 볼 수 있었으나 GLE 같은 경우는 초기 물량에 핵심 사양들이 죄다 빠진 상태로 출고되었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개선형 모델이 출시되니 기존 차주들은 당연히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요즘 메르세데스 벤츠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오던 옵션 부재 논란과 함께 최근엔 배출가스를 조작하여 차를 판매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며 “벤츠도 결국 소비자들을 기만해왔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또한 재투자와 관련해서도 벤츠는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 매출 대비 재투자 비율이 낮은 브랜드에 속해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고 소비자는 기만하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요즘은 벤츠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많다”라며 배짱 장사하는 벤츠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기존 차주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불만사항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순간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