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9월부터 중국 시장에 팰리세이드를 수출하기 시작한다. 그간 중국에 판매하는 현대차는 중국 북경기차(BAIC)와 현대차가 합작한 브랜드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현지생산 방식으로 판매했지만, 중국에 출시하는 팰리세이드는 전량 울산공장에서 생산하여 수출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팰리세이드는 베이징현대와는 전혀 별개로 현대차 중국 투자유한공사가 직접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그런데 중국에 판매하는 팰리세이드는 한국에선 선택할 수 없는 옵션들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 팰리세이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대형 SUV 팰리세이드
2018년 12월 출시된 현대 팰리세이드는 맥스크루즈의 후속 역할을 하게 된 현대차 그룹의 대형 SUV다. 사실상 싼타페를 늘려놓은 롱바디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맥스크루즈와는 다르게 팰리세이드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신차로 탈바꿈하여 출시되었고, 싼타페나 쏘렌토보다 큰 대형 SUV를 원했던 한국의 수많은 고객들은 이차에 열광했다.
팰리세이드는 국내 시장 출시와 동시에 어마 무시한 판매고를 올렸으며 계약을 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한때 팰리세이드의 대기 기간은 1년에 가까웠던 적도 있어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출시된 지 2년 정도가 지난
지금도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신차를 출고 받을 수 있을 정도다
6개월이 넘는 대기 기간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기다리다 지쳐 결국 팰리세이드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현대차는 시장 수요분석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엔 결국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는 발표까지 시행했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의 출고기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여름부터 북미시장 판매를 시작했고 이에 따라 라인은 증설되었지만 수출길에 오른 차량들을 추가로 생산해야 했기에 결과적으로 국내 생산분 물량은 기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2020년 연식변경을 거친 뒤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는 지금도 팰리세이드를 출고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독자 브랜드로 판매 예정”
팰리세이드 중국 판매를 선언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는 북미시장이 아닌 중국 시장에도 팰리세이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 현대차의 실적을 견인한 팰리세이드가 중국에 출시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보도가 된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현대차의 중국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가 아닌 현대차 단독 브랜드로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현대차 그룹의 중국 지주회사인 현대차 중국 투자유한공사가 한국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수출형 팰리세이드 물량을 직접 수입해서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13.5% 관세를
지불하면서도 독자 법인으로
판매하려는 이유
그간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현대차는 합작사인 베이징현대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지화를 거친 모델들은 국내에 판매하는 사양들과 조금씩 차이를 보였고, 최근 출시한 쏘나타는 한국보다 차도 더 길고 실내 인테리어나 옵션들이 내수형보다 더 뛰어나 차별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런데 팰리세이드는 예외적으로 베이징 현대 공장에서 생산하여 현지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 현대차 중국 법인이 직접 수입하여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겠다고 발표해 그 이유가 주목된다. 사실 현대차 입장에선 중국에 수입차로 팰리세이드를 판매하면 불리한 입장이다. 수입차이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 13.5%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세와 수입차로 분류되는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현대차가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팰리세이드를 팔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독자 브랜드로 재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며 “과거 제네시스와 싼타페를 수출해 현대차 브랜드로 판매했다가 실패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팰리세이드를 통해 시장 반응을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차후 중국 시장 론칭을 할 계획인 제네시스 브랜드와도 연관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북미시장에 나가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큰 차를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도 잘 맞는 팰리세이드로 테스트를 해보려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수출은 논란 적은 MPI 엔진
내수는 논란 많은 GDI 엔진”
그런데 국내에서 생산하여 중국으로 수출하는 팰리세이드에 적용되는 옵션과 사양이 공개되자 또다시 내수 수출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내수형에서는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중국 수출형 팰리세이드에는 탑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으로 수출되는 팰리세이드는 내수형과 파워트레인에서 차이를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2.2리터 디젤 엔진과 3.8리터 가솔린 엔진 두 가지 라인업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형 수출 모델은 3.5리터 가솔린 엔진 단일 모델만 판매할 예정이다. 3.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3.7kg.m을 발휘한다.
문제는 중국에 판매하는 엔진은 MPI, 한국에 판매하는 엔진은 GDI였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 출시한 신형 카니발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었는데 내수 시장에 판매하는 가솔린 엔진은 3.5리터 GDI 형식이지만 북미에 판매하는 가솔린 엔진은 같은 배기량임에도 MPI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내구성 논란이 많은 GDI 엔진을 내수형에 적용하고 비교적 문제가 덜한 MPI 엔진을 수출형에 적용한다”라는 주장을 했다. 이번 팰리세이드 역시 국내에 판매하는 3.8리터 가솔린 엔진은 GDI 타입이지만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3.5리터 엔진은 MPI 방식이라 또다시 논란이 재점화 될 전망이다.
내수형에선 선택할 수 없는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된다
엔진은 시장성을 반영한 차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북미형 팰리세이드가 출시될 때도 논란이 되었던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중국형에도 장착된다는 소식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국내에 판매하는 팰리세이드에는 크렐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다. 크렐 오디오보다는 하만카돈 오디오가 훨씬 상위 등급이지만 국내에선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사양이었기 때문에 북미형 팰리세이드가 출시될 당시 많은 논란이 되었었다. 그런데 중국형 팰리세이드에도 하만카돈 시스템이 장착된다고 하니 국내 소비자들은 “이러면서 내수 차별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냐”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최근 출시한 쏘나타와
K5 중국형 모델도
내수 수출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언뜻 보면 미세한 차이인 거 같지만 알게 모르게 내수 사양과 차별을 두었다는 논란이 있었던 다른 현대기아차들도 존재했다. 최근 공개된 중국형 K5와 쏘나타에는 내수형 모델에선 볼 수 없었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이다.
또한 K5는 센터패시아 주변부의 공조기 컨트롤러가 터치식으로 완성되었으며 전반적으로 내수형 모델보다 고급스럽게 실내를 마감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역시 내수 고객들만 호구된 셈이다”라며 논란이 불거졌다.
내수 수출 차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매번 제조사는 “시장성을 반영한 차이지 차별이 아니다”, “각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법적 규제로 인한 차이”라고 주장하며 “차의 안전이나 성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소위 말하는 차별은 없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규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차별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번 팰리세이드처럼 오디오 시스템에 차이를 둔다든지, 신형 카니발의 후석 모니터링 시스템이 수출형에만 들어간다는 건 규제 차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를 보일 조짐은 전혀 없어 앞으로도 내수 수출 차별 논란은 반복될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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