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하는 쌍용차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엔 단종되었던 티볼리 에어를 부활시키면서까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인 모습이다. 곧 자사의 플래그십 SUV인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등장할 예정으로, 국내 여러 곳에서 테스트카가 포착되며 막바지 테스트에 한창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 인증센터에 업로드된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스펙 중 의아한 점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쌍용차에는 존재하지 않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것인데, 이 미션은 어느 회사에서 공급받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G4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 완료
출시가 머지않았다
지난 25일, 환경부 산하 기관인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전산시스템 kencis 전산에는 G4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인증정보가 업로드되었다. 올해 초부터 활발하게 테스트를 진행하던 새로운 렉스턴 데뷔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풀체인지가 아닌 페이스리프트이기 때문에 사실 이 차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시피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라이벌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모하비나 팰리세이드 같은 대형 SUV 들과 비교해보면 G4 렉스턴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장점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쌍용차는, G4 렉스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풀체인지급 변화를 감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고, 엔진과 미션까지 통째로 교체하는 등 기존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짐했다.
스티어링 휠 역시 낡은 유압식 대신 R 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휠을 적용하여 반자율 주행 관련 옵션들도 대거 탑재되며, 실내 인테리어와 옵션 사양들 역시 라이벌 현대기아차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탄탄해질 전망이다.
쌍용차엔 존재하지 않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화제다
그런데 소음인증정보에 업로드된 정보를 살펴보면 어딘가 의아한 점들이 존재해 주목받았다. 인증이 완료된 G4 렉스턴은 5인승 후륜구동과 4륜 구동, 7인승 후륜구동과 4륜 구동 4종류로 모두 2.2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다만, 출력이 기존 187마력에서 202마력으로 상승했고, 쌍용차에는 달린 적이 없었던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어 어느 회사의 변속기를 가져다 쓴 것인지 주목받게 되었다. 그간 쌍용차는 오랜 기간 벤츠에서 받아쓰는 7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했으나, 벤츠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그간 쌍용차에선
볼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8단 자동변속기가 등장했다
아이신 변속기는 티볼리에 적용을 시작으로 코란도, 코란도 스포츠 등 쌍용차 전 라인업에 두루 사용하게 되었다. 다만 G4 렉스턴엔 예외적으로 벤츠 7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다단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시점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변속기라는 생각이었던 것인지 G4 렉스턴 페이스리프트엔 그동안 쌍용차에서 볼 수 없었던 8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되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연스럽게 “아이신에서 공급하는 신형 8단 자동변속기 같다”라며 의견을 제시했다. 아이신은 오랜 기간 쌍용차가 사용했던 변속기 회사이며, G4 렉스턴 상품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침인 만큼 아이신을 사용했을 거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현대차에 손 벌렸네”
파워텍 8단 미션이
적용된다는 네티즌들 반응
그런데 일각에선 “이거 현대 파워텍 8단 변속기를 장착한 게 아니냐”라는 주장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현대 파워텍이 생산하는 8단 자동변속기라면 현재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현대기아차에 두루 적용되는 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와 동일한 유닛이다.
이러한 의문은 꽤나 디테일하게 제기되었다. 우선 현대차가 테스트 중인 것으로 보이는 G4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테스트카가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 주변에서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쌍용차 테스트카는 일반적으로 화성시장이 아닌 평택시장 번호판을 달고 있는데, 이 테스트카는 남양 연구소 주변을 서성이며 화성시장 번호판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보고 많은 네티즌들은 “현대 파워텍 미션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쌍용이 결국 현대 미션을 받아쓰는 날이 오게 됐다”라는 주장을 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쌍용차는 ZF나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ZF는 파워텍 변속기보다 단가가 평균 30%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이신 역시 파워텍 미션보다 높은 단가이기 때문에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쌍용차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동일한 출력까지
끌어올린 엔진도 주목받았다
변속기 뿐만 아니라 엔진 출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G4 렉스턴 2.2 디젤은 최대출력이 187마력이었기 때문에 라이벌 팰리세이드의 2.2 디젤 엔진 대비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새로운 렉스턴은 팰리세이드와 동일한 202마력 세팅을 마쳐 이것 역시 라이벌 모델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매번 파워트레인과 옵션 사양 모든 면에서 현대기아차보다 열세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G4 렉스턴인 만큼 이번엔 무조건 현대기아와 동일하거나 그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상품성을 확보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쌍용차는 무조건 이 차를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기술을 선도하긴커녕
라이벌들을 빠르게
뒤쫓아 가야 하는 상황이다
90년대 국산 SUV의 자존심이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탄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던 쌍용차는 2020년 현재, 브랜드 존폐 위기를 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제는 쌍용차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며, 라이벌 제조사들을 뒤따라가도 모자랄 수준이 되었으니 향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만약 현대 파워텍 8단 미션이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벤츠에서 가져다 쓸 게 없으니 이제는 결국 현대차그룹에게 손을 벌리게 된 상황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다. 자생하지 못하는 수준이 되어버린 쌍용차. 이러니 회사 미래가 어둡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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