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는 자동차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 브랜드들 판매량은 수직 하락세를 맞이했고, 이를 버텨보기 위해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했지만 불매운동의 여파를 제대로 극복해낸 일본차 브랜드는 단 한곳도 없었다.
당시 일본차를 사려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국산차를 샀다는 차주들도 꽤 많이 존재했는데 최근에 들어선 이들이 당시 애국심에 국산차를 산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그 이유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애국심에 국산차를 구매했다 후회하는 차주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경제 보복으로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은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일본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에 분노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본 불매운동을 벌이며 일본산 제품들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인천에선 일본 차를 일부러 파손한 뒤 길거리에 전시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었다.
당시 퍼포먼스에 참가한 시민은 “적반하장으로 경제 보복을 하는 아베를 규탄한다”라며 “300만 인천 시민과 15만 자영업자는 일본이 경제 보복을 철회할 때까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하겠다”라고 밝혔었다.
지난해 8월 불매운동 이후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일본차 제조사들
당시 자발적으로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은 자동차 업계로도 번져, 국내에서 일본차를 판매하던 수입차 제조사들은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았다. 불매운동이 불거지기 이전 시점인 2019년 1분기, 월 4,000대가량 판매하던 렉서스는 불매운동 이후 월 1,500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월평균 3,000대 정도 판매하던 토요타 역시 1,200대 수준으로 반토막이 나버렸다.
혼다와 닛산, 인피니티 역시 판매량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갔고, 결국 지난 5월, 한국닛산은 글로벌 경영악화로 인해 한국 시장을 철수한다는 선언을 한 채 인피니티와 함께 대한민국을 떠났다. 당시 철수전 파격적인 최종 할인을 진행하며 닛산과 인피니티 판매량이 반짝 하긴 했지만 이는 잠깐에 그쳤다.
불매운동 여파가 잠잠해진 걸까?
2개월 연속 판매량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이 진행된 지 1년 정도가 흘러 이제는 어느 정도 잠잠해졌고, 일본차 판매량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라며 최근 지속적으로 일본차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 제조사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렉서스는 최근 별다른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전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토요타나 혼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다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고객 유치에 힘써 닛산에 이어 혼다도 국내 철수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지만, 혼다코리아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한국 시장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난
올해 일본차 판매량
하지만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일본차 판매량이 회복세에 접어들긴 했지만, 작년, 재작년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2018년 국내 시장에서 1만 6,774대를 판매한 토요타는 2019년 1만 2,241대로 판매량이 줄었으며, 올해 1월부터 9월까진 4,268대를 판매해 연말까지 판매량을 합치더라도 지난해의 절반 수치에 가까운 판매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다른 일본차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렉서스가 선방하여 9월까지 지난해 판매량의 절반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으나, 혼다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닛산과 인피니티는 국내시장 철수를 선언했으니 더 이상 판매량을 집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형만 한 아우 있다’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이렇게 일본차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주목받은 제조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최근 지속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과는 다르게, 라이벌 제조사인 기아차에게 판매량을 바짝 추격당하거나, 해외에선 판매량을 추월당하는 등 기존에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형만 한 아우는 없다”라는 이야기가 공식처럼 통했으나, 이제는 판도가 조금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국내 승용차 시장도 살펴보면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쏘나타와 K5는 K5가 매월 쏘나타 판매량의 2배에 가까운 수치로 판매되고 있으며, 싼타페와 쏘렌토 역시 쏘렌토가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현대차 위기설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현대 신차 사기 불안하다”
잦은 품질 논란에
불안함 토로하는 소비자들
현대차가 최근 기아차에게 판매량을 따라잡힐 정도로 부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현대차 디자인” 탓으로 지적했으나 일각에선 “내놓는 신차들마다 품질 및 결함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하락한 상태”임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실제로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출시한 신차들을 살펴보면 예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모든 신차에서 크고 작은 결함 및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대중 브랜드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한 제네시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품질 논란은 이미지에 매우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애국심에 일본차 사려다
국산차 샀는데…”
후회하고 있는 차주들
일부 차주들은 신차를 구매하는 시기가 일본 불매운동 시점과 맞물려 “일본차 사려다 애국심에 한국차를 샀다”라는 소비자들도 등장했다. 실제로 혼다 어코드를 구매하려고 시승까지 했으나, 일본차라는 이유 때문에 애국하자는 생각으로 기아 K7 프리미어를 구매한 한 차주는 신차 출고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오일 감소 문제가 발생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비슷한 문제를 겪은 차주들은 “애국심에 국산차를 구매했는데 매우 후회한다”라며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욕을 먹더라도 그냥 일본차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들의 차량에선 연이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제조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제네시스 신차를 구매해
문제를 겪은 차주들은
수입차로 넘어가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제네시스 신차를 구매했다가 결함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차주들은 “꾸준히 수입차를 타다가 이번에 제네시스가 잘 나온 거 같아 구매했는데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라며 “수입차 고객들을 제네시스로 끌고 오려면 현대차는 더 나은 품질과 성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실제 제네시스 동호회 분위기를 살펴보면 많은 차주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품질 상태와 문제가 생겼을 때 제조사의 대처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들이 마음을 돌려 다시 수입차를 구매하게 될 경우, 제네시스에겐 분명 잠재적인 손실이 생기는 것이다.
“현대 불매운동해야 할 판”
기회를 스스로 날린 꼴이 되어버렸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 불매운동은 무슨 현대 불매운동해야 한다”라며 제조사의 거만한 태도를 바꾸고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선 차를 팔아주면 안 된다는 주장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이 와중에 현대차와 경쟁하는 일본차 브랜드들은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량이 줄어들었던 지난해와 비교할 시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지난 9월 일본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렉서스는 49.5%, 토요타는 36%, 혼다는 47%가 상승했다. 현대차에게 일본차 불매운동은 민심을 얻을 더없이 좋은 기회였으나, 이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위기 속의 현대차, 이대로 괜찮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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