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공개된 신차 때문에 국산차가 욕 먹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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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허머’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군용차인 험비를 민수화한 모델로, 다른 차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큰 크기와 각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도 생각보다 꽤 많은 양이 판매되었지만 2010년 수익성 악화로 GM이 허머 브랜드를 폐기했다.

최근 GM의 계열사인 GMC가 허머 EV를 공개했다. 브랜드가 폐기된 지 10년 만이다. 과거 허머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기존 SUV에서 픽업트럭으로 성격이 변경되었다. 허머가 10년 만에 다시 부활하자 네티즌들은 쌍용차를 향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10년 만에 부활한 허머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험비를 바탕으로
민수화한 모델
우선 허머가 어떤 차량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허머는 미국의 군용차로 활약한 험비를 민수화하여 1992년에 출시했다. 군용 장비를 뺀 것 외에는 험비랑 스펙이 거의 동일해 오프로드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기술이 많이 발전한 지금도 허머를 뛰어넘는 오프로드 성능을 가진 SUV는 존재하지 않는다.

크기가 매우 크다. 전장은 4,686mm, 전폭 2,197mm, 전고 1,956mm, 휠베이스 3,302mm다. 전장은 아반떼보다 조금 긴 수준이지만 전폭과 전고, 휠베이스가 매우 긴 편이다. 특히 전폭은 무려 2,2미터에 달하는데, 국내에서 주차하면 민폐라고 불리는 풀사이즈 SUV보다 더 넓다. 참고로 서버번 신형의 전폭이 2,059mm이다. 싼타페가 옆에 서있으면 경차로 보일 정도다.

크기가 큰 만큼 엔진 배기량이 매우 높은데, 험비에 장착되던 6.2리터 디트로이트 디젤엔진과 GM의 여러 자동차에 사용된 5.8리터 V8 볼텍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와 추후에 6.5리터 디젤 터보 엔진으로 변경되었다. 가솔린 엔진은 판매량 저조와 대기환경법의 제한으로 인해 사라졌다. H1은 2006년까지 생산되었다.

2002년, AM 제너널이 허머를 GM에 매각하면서 브랜드화되었고, 차량 이름은 H1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실버라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H1보다 한 체급 작은 H2를 출시했다. 한 체급 작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풀사이즈 픽업트럭 기반이다 보니 국내 기준으로 크기는 여전히 크다.

2005년에는 콜로라도를 기반으로 한 H3를 출시했다. 크기 제원상으로는 싼타페 DM과 비슷하지만 각진 외관 때문에 크기가 매우 커 보인다. 크기가 작아진 만큼 엔진 배기량도 3.5, 3.7, 5.3으로 줄어들었다. 국내에서도 허머 입문용으로 어느 정도 판매되긴 했지만 실내가 매우 좁아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실 주행 연비도 H2랑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픽업트럭 모델인 H3T도 출시되었다.

H3까지 내놓긴 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그리 좋지 않았고, 타호나 유콘, 에스컬레이드와 비교해 이점이 없었으며, 변화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GM이 2010년, 허머 브랜드 자체를 폐기했다. 하지만 마니아들이 워낙 많았기에 중고차 가격은 지금도 꽤 높은 편이다.

과거 허머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GMC가 공개한 허머 EV의 외관을 살펴보면 옛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다. 특유의 각진 외관과 높은 차고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전면 범퍼 디자인도 H2나 H3를 많이 닮았다. 범퍼에 있는 견인고리 2개도 기존과 동일한 위치에 존재한다.

지프와 닮은 듯한 7 슬롯 세로형 그릴은 전기차로 변경되면서 사라지고 대신 LED 램프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LED 중앙에는 허머 영문 레터링이 존재한다. 보닛을 열면 수납공간이 존재하는데, 전기모터나 배터리가 차체 아래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측면 역시 기존 허머의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 보닛과 루프, 필러, 휠 하우스 등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가 각진 모습이다. 다른 점이라면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2열 뒤쪽이 짐칸으로 변형된 점이다. 또한 차체가 다른 픽업트럭과 달리 승객 공간과 적재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일체형으로 이어져 있다.

루프는 글래디에이터처럼 탈착이 가능하다. 즉 필요에 따라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타이어는 35인치 굿이어 MT(머드 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되어 험한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뒷모습은 허머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픽업트럭에 맞게 변형되었다. 테일 램프는 입체감 있게 디자인되었으며, LED를 사용하여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하게 했다. 보조 등도 루프에 존재한다.

테일게이트는 다른 픽업트럭과 동일하게 아래로 내리는 형태로 설계되었고, 중앙에 조그마한 테일게이트를 하나 더 설치해 이 부분만 열 수도 있다. 둘 다 열면 테일게이트에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계단으로 변신할 수 있다. 범퍼 디자인은 기존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견인고리는 양쪽에 하나씩 존재한다. 다만 정통 SUV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어타이어는 기존과 달리 테일게이트에 장착되지 않았다.

투박한 모습과
하이테크의 조화를 이룬 실내
실내는 정통 SUV의 투박한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시보드나 센터 콘솔, 도어트림 등 대부분의 요소가 직선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상당히 각져 있어 강인한 모습을 극대화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상당히 세련되게 디자인되었다.

각진 디자인 사이에 첨단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중앙 디스플레이도 13.4인치로 상당히 크다. 센터 콘솔에는 전자식 변속기가 적용되었으며, 버튼식이나 다이얼식이 아닌 레버식으로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다기능 버튼이 배치되어 있으며, 12시 방향에는 홍채 추적 카메라가 장착되어 운전자의 시선을 인식한다.

1,000마력의 강력한 힘
주행 가능 거리는 563km 정도
허머 EV에는 3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되어 있어 최고출력 1,000마력, 최대토크 1,591kg.m을 발휘한다. 절대 오타가 아니다.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강력한 출력 덕분에 제로백 가속성능은 3초 정도라고 한다.

또한 최신 기술이 적용된 800V 얼티엄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350마일(563km)을 주행할 수 있으며, 10분 충전으로 100마일(160km)을 달릴 수 있는 350kW 고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과거의 기름 먹는 하마에서 강력한 성능과 효율까지 갖춘 차세대 전기차로 다시 태어났다.

각종 첨단 기술이
집약되었다
허머 EV에는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GM 최신 기술의 결정체다. 세그먼트 중 유일하게 적용된 크랩워크 4륜 스티어링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험로에서 전륜과 후륜의 조향각을 같게 하여 대각선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다. 또한 서스펜션 높이를 약 6인치(149mm) 가량 들어 올려 극단적인 험지 상황에서도 극복 가능한 엑스트랙모드 기능 기반 에어 서스펜션도 갖췄다.

35인치 다목적 MT 타이어는 450mm 높이의 지형물과 600mm 깊이의 하천을 도강할 수 있다. 극한의 지형 조건에서도 배터리 및 차체를 보호하는 견고한 언더 보디 아머와 처단 가상 탐지 기능이 적용된 전면 및 하부 카메라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손쉽게 장애물을 탐지할 수 있게 지원하는 울트라 비전이 적용되었다. 오프로드 위젯은 토크 출력값, 디퍼렌셜 로커 체결, 타이어 공기압, 피치 및 롤링 각도, 드리프트 게이지, 토크 벡터링 등 다양한 정보를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준다. 허머 EV는 2021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고 하며, 사전계약 10분 만에 완판되는 저력을 보였다.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출시하지 않는 쌍용차
강인함의 상징이었던 허머 EV가 화려하게 부활하자 네티즌들은 쌍용차를 향해 질타하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반응을 살펴보면 “우리가 쌍용한테 기대하는 것이 허머나 브롱코같은 스타일인데 쌍용만 모르고 있다”, “디자인을 저것의 반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면 성공한다”, “기술력도 충분히 있는데 왜 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등이 있다.

실제로 요즘 들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차들을 다시 부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랜드로버는 디펜더를, 포드는 브롱코를, 지프는 왜고니어와 글래디에이터를 부활했다. 모두 과거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한 채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최첨단 기술들을 적용해 미래 지향적인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1969년부터 생산한 코란도가 존재한다. 구형 코란도와 코란도 훼미리는 지금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특히 코란도 훼미리는 국산 SUV의 조상이라고 불리며, SUV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차량이다.

하지만 2011년 코란도를 부활할 때 정통 SUV에서 도심형 SUV로 장르가 변경되었으며, 작년에 출시한 뷰티풀 코란도는 티볼리 디자인을 따라가며 정체성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판매량이라도 많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프 코란도 출시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등
새로운 수요를 놓치고 있다
쌍용차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성공시킨 적이 있었다. 무쏘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무쏘 스포츠’를 출시했으며, 이후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를 거쳐 현재 렉스턴 스포츠까지 진화했다. 국내 어느 브랜드에서 출시하지 않던 픽업트럭 시장에 과감히 도전해 수요를 독점하고 있으며, 수입 픽업트럭이 출시된 지금도 가성비로 각광받고 있다. 쌍용차 매출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효자 모델이다.

또한 소형 SUV 시장이 작았을 때, 쌍용차는 티볼리 개발에 집중하면서 괜찮은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호평받아 크게 성공해 소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모델로 평가받았다. 잠깐이지만 흑자를 가져다준 적도 있었다.

현재 국내에는 정통 SUV라고 할 만한 차가 없는 상태다. 모하비와 렉스턴이 보디 온 프레임을 사용하긴 했지만 정통 SUV로 보기에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쌍용차가 코란도를 지프 스타일로 부활하거나 아예 새로운 정통 SUV를 개발해 출시한다면 해당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통 SUV는 수요가 한정적이라서 판매량이 많지 않다”, “쌍용차는 지금 신모델 개발 여력이 안된다”라며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쌍용차는 오히려 지금이 정통 SUV를 출시하기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디펜더나 브롱코 등 출시로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어차피 지금 뷰티풀 코란도도 판매량이 좋지 않은 데다 신형 투싼 출시로 경쟁력이 떨어졌으며, 다른 체급의 SUV 역시 경쟁 국산 모델들이 이미 안착하고 있어 경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장보다는 차라리 정통 SUV로 눈을 돌려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만약 다른 국산 브랜드가 정통 SUV를 출시한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현재 쌍용차는 부도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차 개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며, 지금도 열심히 신차 개발을 하고 있다. 만약 위기를 벗어난다면 쌍용차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쌍용차가 망설이고 있는 지금도 정통 SUV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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