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다던 차가 돌연 국내 출시를 선언한다면 어떨까? 그중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 출시를 매우 간절하게 원하던 차라면 어떨까? 아마 전시장에 줄을 서서 계약하는 장면과 함께 6개월 대기는 기본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차들이 몇 종류 있다. 텔루라이드나 I30 N 같은 차는 이미 너무 많이 다뤘고, 이들과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되는 차는 다름 아닌 현대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다. 현대차가 “북미 현지 전략형 모델”이라고 선을 그어놨기 때문에 국내 출시가 희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싼타크루즈가 국내에 출시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 싼타크루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그릴, 헤드램프, 테일램프 등
양산형 부품을 장착한
싼타크루즈 테스트카 포착
현대차가 개발하여 북미 시장에 최초로 출시할 예정인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는 출시를 앞둔 덕에 점점 양산형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 헤드램프와 휠, 테일램프도 온전한 양산형 버전이 장착되어 있는 테스트카가 도로 위를 활보하고 있다.
앞모습은 최근 투싼 풀체인지가 완전히 공개되면서 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실루엣이 드러난 유출 사진들이 많아서 이 차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이라면 확인해 보았을 것이다.
최근엔 뒷모습도 새로 포착됐다. 그중에서도 테일램프가 점등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옆으로 누운 굵은 T자 형태의 테일램프가 싼타크루즈 후면에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아반떼처럼 양쪽 테일램프가 연결되어 납작한 H형상을 그려내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아반떼처럼 가운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닌 걸로 확인되었다.
옆으로 누워있는 T자 모양 테일램프를 확인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뒷모습은 전혀 예측이 안 된다”, “테일램프가 마치 볼보의 토르 망치처럼 생겼다”, “크기 키운 아반떼처럼 나오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들을 이어갔다.
포니 이후로 처음 등장하는
픽업트럭이기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포니 픽업 이후 최초로 한국산 픽업트럭이 부활한다는 소식에 국내외 많은 소비자들은 싼타크루즈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5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가 공개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예상도와 정보성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2021년 북미시장 출시가 확정된 싼타크루즈는 최근에서야 그 퍼즐이 점점 맞춰지고 있는데 퍼즐이 맞춰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싼타크루즈가 북미 시장에선 결국 폭망할 수밖에 없다”라며 비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많은 소비자들은 싼타크루즈가 공략하는 시장이 ‘북미’라는 점을 꼬집는 쪽이 꽤 많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통 픽업트럭이 강세인
북미 픽업 시장에서
싼타크루즈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북미 자동차 시장은 픽업트럭의 성지라 불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매년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는 세단도, SUV도 아닌 픽업트럭 포드 F 시리즈다. F시리즈 말고도 쉐보레 실버라도, 램 픽업트럭들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 픽업트럭들도 치열하게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특히나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픽업트럭은 미드사이즈 이상급인데 신형 투싼 차체로 개발된 싼타크루즈는 이들보다 훨씬 작은 차체 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니보디 픽업트럭은
이미 실패한 사례가 존재한다
또한 다용도로 활용하게 되는 픽업트럭은 무엇보다 차체가 중요한데, 싼타크루즈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이 아닌 유니보디 차체를 사용했기에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들과 직접적인 경쟁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북미시장에선 유니보디의 장점을 활용하여 출시한 혼다 릿지라인이 존재하지만 이 차량은 북미 픽업트럭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패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기에 싼타크루즈의 미래는 더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릿지라인은 유니보디 차체와 휠 하우스를 최소화한 적재함 덕에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것이 큰 특징이었다. 하지만 유니보디 차체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 문제였다. 프레임 차체 수준의 강성 확보를 위해 많은 보강을 이뤘음에도 비교적 완성도가 떨어졌던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평가도 좋지 못했다. 휠 하우스와의 간섭을 없애기 위해 설계됐다는 적재함은 바닥이 높이 솟아있어 불편했고, 뒷좌석 역시 다른 픽업트럭들과 비교하면 비좁았다. 또한 릿지라인은 다의 SUV인 파일럿의 뒤를 잘라놓은 차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싼타크루즈도 자칫 잘못하면 투싼의 뒤를 잘라놓은 차라는 별명이 붙을 수도 있겠다.
북미 전략형 모델임에도
한국 시장에 더 어울린다는 입김들
북미 시장을 공략한 현지 전략형 모델이지만 난항이 예상되는 싼타크루즈는, 어쨌든 한국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픽업트럭인 만큼 북미시장에서의 큰 성공을 바라고 있지만,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는 시장임이 분명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왕 진입하는 시장인데 제대로 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자칫 삐끗하면 릿지라인 처럼 시장에서 소외되어 폭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소비자들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차후 북미시장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미에서의 전망은 이러한데, 만약 한국에 출시된다면 어떨까? 사실 싼타크루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운 상황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초로 스파이샷이 등장했을 때부터 “조선 픽업트럭이다”, “나오면 바로 산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며, 사실 북미보단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들까지 이어지고 있다.
싼타크루즈는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선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트럭이기 때문에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로 분류되고, 이 때문에 세금도 화물차 기준으로 부과가 된다. 지금 팔리고 있는 렉스턴 스포츠 같은 차들도 이러한 혜택 때문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상당하다.
세제혜택을 적용받기 어려운 구조
출시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
마치 카니발이 북미에서는 꼴찌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버스전용차로를 비롯한 세제 혜택 때문에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것처럼 싼타크루즈도 비슷한 맥락으로 팔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싼타크루즈는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싼타크루즈는 렉스턴 스포츠처럼 짐칸과 승객석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법상 세제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 싼타크루즈를 트럭으로 출시하려면 카니발이 국내 법규에 맞춰 9인승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법규에 맞춰 수정 작업을 거쳐서 생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북미 성적이 부진하다면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2021년 하반기 출시될 것이라는 것 외엔 아직 디테일한 정보들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싼타크루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갑론을박은 매우 뜨거운 상황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국산차인만큼 북미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소비자들도 많다는 것을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싼타크루즈가 “북미 픽업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기보단 크로스오버 개념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과연 싼타크루즈는 북미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또한 북미시장에서의 성적이 부진하다면, 소비자들의 바람대로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도 짙어질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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