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우수한 승차감으로 명성이 높은 브랜드다. 그중에서 S클래스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극강의 편안함을 선사하는데, 이 때문에 전 세계 많은 회장들 혹은 정상들이 S클래스를 애용한다. 요즘에는 경제력이 높은 일반인들도 S클래스를 많이 이용한다.
승차감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부품은 바로 서스펜션이다. 평평해 보이는 도로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미세한 요철들이 많은데, 여기서 발생하는 충격을 서스펜션이 줄여준다. S클래스가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데에는 서스펜션 중에서도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매직 바디 컨트롤(MBC) 덕분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벤츠가 자랑하는 매직 바디 컨트롤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에디터
공기압 대신 유압 활용
에어매틱에서 진화한 ABC
이제는 끝물 모델이 된 현행 S클래스에는 기본 서스펜션으로 에어매틱이, 옵션 사양으로 매직 바디 컨트롤이 적용된다. 에어매틱이란 말 그대로 공기 압력을 이용한 서스펜션이다. 다만 공기압만으로 차를 지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니, 실린더 안에 스프링이 보조해 준다.
공기압을 활용한 서스펜션이다 보니 사람이 많이 타거나 짐을 많이 싣더라도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주행 중에는 항상 수평을 유지하도록 4개의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공기압을 조절해 심한 요철에서도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해 준다.
매직 바디 컨트롤은 이 에어매틱에서 한 단계 진화한 서스펜션이다. 공기압 대신 유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흔히 알고 있는 에어 서스펜션의 일종은 아니다. 매직 바디 컨트롤은 1999년, S클래스의 쿠페 모델인 CL 클래스에서 처음 적용되었는데, 당시에는 액티브 바디 컨트롤(ABC)라는 이름을 썼었다.
이후 세단 모델인 S클래스 W220에 적용되면서 S클래스의 승차감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했다. 전자식 시스템을 활용해 차량의 상태를 초당 5번 감지한다. 유압식을 통해 수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태빌라이저가 없어도 되며, 고속 주행 시에는 지상고를 낮춰 공기저항을 감소시키고 코너링 성능을 높인다.
또한 강풍이 불 때에도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해 준다. 특히 높은 다리 위를 지날 때 횡풍이 부는데, 자칫하면 차가 휘청거려 위험할 수 있다. 이때 ABC가 횡풍을 감지해 순식간에 감쇠력 조절해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차가 주행하면서 발생하는 롤링, 피칭, 요잉을 안정적으로 잡아줘 편안함을 선사한다.
장점만 있던 ABC에도 단점은 있었다. 일반적인 에어 서스펜션보다 가격이 비쌌고, 초기형 ABC의 경우 고장도 잘 났다. 이 때문에 수리비가 많이 들어서 차주들 사이에서 골치 아픈 문제로 떠올랐다. 추후 개선품이 나오면서 내구성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초당 감지 횟수도 늘어났다.
더욱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시스템을 변경했고
이름도 MBC로 바꿨다
하지만 ABC의 작동 원리가 차량의 상태를 감지한 후 감쇠력을 조절하는 방식인데, 현재 지형 상태를 1000분의 1초 만에 감지해서 감쇠력을 조절한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보면 1000분의 1초만큼 늦게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ABC의 결정적인 한계였다.
따라서 더욱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서는 ABC의 한계를 극복해야 했는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필연적으로 지연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벤츠 기술진들은 지연시간을 없애기 위해 노면을 미리 읽는 방식을 고안했고, 이를 프리-스캔이라는 이름으로 2008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였다.
프리-스캔은 차에 카메라를 부착해 노면을 미리 읽어준다. 그리고 차량의 속도를 계산해 ‘몇 초 후 어느 정도의 요철을 지날 것이다’를 ABC에 전달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것이다. 즉 지형을 감지한 후 감쇠력을 조절하는 시스템에서 지형을 미리 감지하고 감쇠력을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연 시간을 사실상 0로 만들었다.
프리-스캔은 RSC(Road Surface Scan)이라는 이름으로 양산되었고, 이를 ABC와 통합한 새로운 서스펜션을 W222 S클래스에 적용해 선보였다. 벤츠는 새로운 서스펜션을 마치 마술과 같다고 해서 매직 바디 컨트롤(MBC)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S클래스에 적용된 MBC를 살펴보면 2개의 스테레오 카메라가 전방 15미터 노면 상태를 밀리초 단위로 분석해서 컨트롤 유닛에 전달해 감쇠력 조절을 미리 대비한다. 그리고 요철이 바퀴에 닿음과 동시에 감쇠력을 변화시켜 통과한다. 이를 통해 승차감을 크게 향상시켰다. 실내에 있는 탑승자는 요철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만큼 충격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단순히 요철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급차선 변경이나 경사로 주행, 급브레이크 등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요즘 세단도 AWD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S클래스는 MBC 하나만 보고 후륜구동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꽤 있다.
물론 MBC 역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가 전방의 노면을 읽고 분석하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 카메라가 가려지거나, 앞 차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야간에는 노면 정보를 제대로 읽지 못할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130km 이하에서만 정상적인 작동을 보장한다고 한다.
MBC는 S클래스 후륜 모델에만 적용된다. AWD 모델에는 여전히 에어매틱이 적용된다. 최고급 모델인 마이바흐도 동일하다. 마이바흐 S560은 AWD이기 때문에 에어매틱이 적용되지만 마이바흐 S650과 풀만은 후륜구동이기 때문에 MBC가 적용된다.
요즘에는 더욱 발전된
E- ABC로 진화했다
벤츠는 신형 GLE와 GLS에서 차세대 서스펜션인 E-액티브 바디 컨트롤(E-ABC)를 적용했다. 한때 신형 GLE가 춤추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적 있다. MBC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4륜 모두 독립적으로 감쇠력 제어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에어 서스펜션과 유압식 서스펜션을 결합한 것으로, 전방 카메라가 노면을 스캔해 스프링과 댐핑 압력을 개별적으로 제어한다. 지형이나 속도에 따라 차고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으며, 커브 틸팅 기능이 있어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감쇠력은 0에서 100까지 힘을 배분해 준다. E-ABC는 48V EQ-Boost 시스템에서 나오는 전력을 활용한다.
올해 공개한 S클래스 풀체인지 역시 E-ABC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더 향상된 승차감을 제공한다. 그 외에 S클래스에는 전기모터로 후륜을 조향하는 기능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코너링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새로운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는 레이더가 측면 충돌을 감지할 경우 E-ABC를 활용해 차체를 80mm까지 들어 올린다. 상대적으로 크럼블 존이 부족한 측면의 단점을 보완해 준다. 다만 MBC에서 지적된 단점들이 아직 개선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거기다가 GLE 기준으로 E-ABC 옵션 가격이 1,330만 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다른 제조사가 벤츠를 따라잡을 때
벤츠는 이미 한 단계 더 진화했다
2015년, 벤츠는 578개의 개별 혁신과 183개의 세계 최초 혁신으로 ‘지난 10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 상을 수상했다. 특히 마법의 양탄자라고 불리는 MBC는 많은 혁신 기술들 중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벤츠 외에도 여러 브랜드들이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GM은 2002년부터 적용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제네시스가 MBC와 원리가 유사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개발해 GV80과 G80에 적용했다. 하지만 다들 벤츠를 뛰어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다른 브랜드가 벤츠를 따라올 때, 벤츠는 E-ABC로 한 단계 더 진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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