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똑같은데…” 요즘 아빠들이 현대차 사려다가 기아차 계약서에 도장 찍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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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형제 관계인 제조사다. 원래 각자의 길을 걷던 제조사들이었지만, 1997년에 기아차가 경영 악화로 부도를 맞은 뒤, 1998년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국제 공개경쟁입찰로 확정되면서 현대차가 인수하게 되었다. 이후 서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고, 현대차에 계속 밀리는 행보를 보여주며 “서자는 서럽다”라는 반응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아차는 자신들만의 디자인을 강화하는 경영을 밀고 나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아차가 더 낫다”, “디자인은 기아다”라는 호평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형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RV 라인업의 강세가 기아차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기아차 RV 라인업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혁 에디터

현대차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기아차
올해 1월에만 하더라도 현대차의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내수와 수출로 판매되는 세단과 RV의 물량은 10만 8,565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8만 4,826대를 기록하며 현대차가 28%가량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올해 9월엔 현대차는 12만 4,372대를 기록했고, 기아차는 11만 8,643대로 4.6%까지 좁혀졌다.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된 후 계속 동생 취급만 받았던 기아차가 20년 만에 형을 바짝 따라잡은 것이다.

국내 판매 실적에선
현대차를 역전했다
생산 물량이 격차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판매 실적에선 기아차가 현대차를 넘어섰다. 올해 9월과 10월에 승합차를 제외한 승용차 기준의 판매 실적에서 기아차가 두 달 연속 이긴 것이다.

10월 기아차 국내 판매 실적은 4만 634대이고, 현대차의 국내 판매 실적은 3만 8,793대를 기록했다. 1,841대 차이를 내며 앞선 것이다. 9월 내수 판매 실적에서도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1,350대를 더 판매하며 1위를 차지했다. 몇몇 특정 모델들이 월별 성적에서 현대차 모델을 앞지른 적은 있었지만, 두 달 연속 국내 판매 실적에서 현대차를 제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보다 다양한
RV 라인업을 보유한 기아차
기아차가 이러한 상승세를 기록하는 것엔 RV 라인업의 강세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대비 다양한 RV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스토닉부터 쏘울, 니로, 셀토스,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와 카니발까지 8개의 모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와 팰리세이드까지 5개의 모델뿐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더불어 수출과 내수 물량을 합친 RV 비율은 기아차가 67.6%이고, 현대차는 59.4%다. 기아차가 8.2% 더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투싼과 팰리세이드를 제외한
모든 RV 차종에서 이기고 있다
RV 차종별 판매 실적에서도 소형 SUV는 셀토스가, 중형 SUV는 쏘렌토가, 미니밴은 카니발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투싼과 팰리세이드를 제외한 모든 기아차의 RV 모델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다.

투싼과 스포티지의 대결은 스포티지가 곧 신형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다면 바로 뒤집힐 수 있다. 팰리세이드는 모하비보다 많이 팔리고는 있지만, 출고 대기 기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판매 실적을 따라잡기 위한 상황엔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현대차 대비
더 좋은 디자인을 갖춘 기아차
기아차는 2000년 대부터 “디자인 기아”를 외치며 디자인 혁신을 이루기 위해 많은 투자와 많은 노력을 쏟았다. 피터 슈라이어, 카림 하비브, 강원규 디자이너 등 해외 제조사에서 활약하던 디자이너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변화를 주었다.

반대로 최근 현대차 디자인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다”, “디자인에 일관성이 없다” 등의 비판이 많았고, 현대차의 디자인 행보에 대한 불신이 많았던 소비자들은 현대차 대신 기아차를 선택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디자인에서 현대차보다 우위를 점한 것이다.

수익성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좋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아차에 수익성 개선은 당연한 이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다.

2020년 3분기와 4분기의 세타 엔진 충당금을 포함하지 않으면, 1조 원이 훌쩍 넘는 영업 이익을 낸다. 이로 인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게 된다. 더 이상 “서자는 서럽다”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기아차가 RV 라인업과 자신들만의 디자인으로 현대차 보다 앞서는 상황을 본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성능은 똑같지만, 디자인은 기아차가 훨씬 더 이쁘지”, “같은 가격이면 기아가 옵션이 더 좋던지, 옵션이 비슷하면 가격이 더 싸고”, “기아 SUV들 정말 이쁘다” 등 기아차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반대로 “형이 돼가지고 동생한테 지면 되나?”, “현대차는 진짜 디자인부터 어떻게 해봐라” 등 현대차의 최근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같은 회사인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둘 다 같은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인데?” 등 같은 회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흔한 말로 “물이 올랐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기아차의 디자인이다. 다만 이런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품질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기아차 또한 현대차처럼 출시 직후의 신차들에게서 많은 결함과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의선 신임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른 상황에서, 품질 경영을 외친 상황이다. 제조사 뿐만 아니라 노조, 하청 업체 등 한 몸이 되어서 이전보다 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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