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많은 신차들 중 기아차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차는 K7이다. 2세대 모델인 YG가 2016년에 등장했기에 “4년 만에 풀체인지 소식이 들려오는 건 너무 빠른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러나 현대 그랜저에게 판매량으로 완전히 눌려버린 K7이기에 기아차 입장에선 풀체인지를 앞당겨 정면승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신형 K7은 그간 기아차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새로운 요소들이 대거 적용된다. 신규 기아 로고 적용이 확정됐으며, 최근엔 이름까지 K7이 아닌 K8로 변경하겠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기존 모델보다 차급을 더 높인 고급화 전략으로 현대 그랜저를 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신형 K7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2009년 KND-5 콘셉트카부터
K7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난 2006년 기아차는 폭스바겐-아우디에서 일하던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부문 총괄(CDO) 겸 부사장 직책을 부여했다. 이후 2009년, 기아차는 코드네임 VG로 알려진 KND-5 콘셉트카를 세상에 공개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차는 그해 곧바로 K7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됐으며, 이는 기아차 K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전체적인 스타일이 아우디와 유사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디자인 손길이 닿은 피터 슈라이어가 폭스바겐-아우디에서 일하던 디자이너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렇게 세상에 등장한 K7은 드라마 아이리스에도 등장하며 유명세를 이어갔다. 한때 국산 준대형 세단 중 판매량 1위를 6개월째 차지하기도 했다.
2016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은
1세대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2016년에 등장한 2세대 K7 YG를 발표하며 기아차는 “1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디자인으로 지적받았던 점을 되새기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더욱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확실히 이전 모델보다는 조금 더 날이 서있는 스타일을 가지긴 했으나, 신형 디자인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고, 특히 후면부 디자인은 준대형급에 어울리지 않아 차가 왜소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디자인 호불호가 판매 전선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며, 마세라티를 닮았다는 평까지 들은 2세대 K7은 무난한 판매량을 이어갔다. 라이벌 모델은 항상 현대 그랜저였는데 그랜저보다 휠베이스가 길어 더 넓은 실내공간을 가졌었으나, 판매량은 그랜저를 뛰어넘지 못했다.
2019년 등장한 페이스리프트
2020년 테스트 중인 풀체인지 모델
그랜저에 꾸준히 밀리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기아차는 출시 후 3년 정도가 지난 작년 6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K7 프리미어를 공개했다. 플랫폼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지만, 디자인은 큰 폭의 변화를 겪었고, 세월의 흔적이 다소 묻어난다는 인테리어는 최신형 고급 세단에 걸맞는 수준의 변화를 맞이했다.
출시 초기 당시엔 그랜저 IG 판매량을 꺾으면서 흥행에 성공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유효했을 뿐, 올해 K7 프리미어 판매량은 그랜저와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에 기아차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랜저를 견제하기 위한 풀체인지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신차 교체주기 너무 빠르다”
불만 토로하는 소비자들
K7 프리미어를 출시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풀체인지 소식이 들려오자 많은 소비자들은 “페리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신형을 만드나”, “K7 프리미어 산 사람들 대놓고 호구 만든다”, “현대기아차는 신차가 너무 빨리 나온다”라며 불평을 이어가기도 했다.
신형 3세대 K7 테스트카는 지난 5월 국내서 최초로 포착됐으며, 이후 꾸준히 테스트를 진행해 왔고, 최근엔 양산형에 가까운 P2 단계를 넘어선 테스트카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4~5월 정도에 신형 K7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 엠블럼 적용뿐만 아니라
이름도 K8로 변경된다
신형 K7은 기아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단순히 풀체인지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모든 걸 다 바꾼다고 봐도 될 정도다. 먼저 새로운 기아차 엠블럼이 K7에 최초로 적용된다. 2019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이매진 바이 기아 콘셉트카에 적용됐던 기아 신규 엠블럼이 양산형으로 변형을 마친 뒤 적용되는 것이다.
신규 로고가 적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K7의 차급을 한 단계 높여 이름도 K8 변경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최근 기아차 내부에선 현대 그랜저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이전보다 한 단계 진화한 상품성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K7 이름을 변경한다는 것이 거의 확정됐다고 한다. 현재 최고위직 최종 결재만이 남은 상황이다.
“차 값 올리려는 수작이다”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K7의 이름을 K8로 바꾼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보단 부정적인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반응 몇 가지를 살펴보면 “저런다고 그랜저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따라 할 게 없어서 SM5 SM6 이름 바꾼 걸 따라 하나”, “이미 K7 이름으로 풀체인지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K8이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차 값 올리려는 수작으로 밖에 안 보인다”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어차피 출시되고 나면 그랜저와 비교될 게 뻔한데 상품성 고급화를 빌미로 이름을 바꾸어 가격을 기존보다 훨씬 올리려는 기아차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제 겨우 K7 헤리티지 10년 쌓아가나 했더니 이름 또 바꾼다니”라며 K7이라는 이름을 버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한 네티즌도 존재했다.
모델 체인지 때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그랜저와의 악연을 끊기 위해
기아차가 K7의 이름을 변경하면서까지 상품성을 강화하는 이유는 그랜저와의 악연을 완전히 끊고 싶은 의지일 수도 있다. 항상 동급 준대형 세단으로 비교를 당하던 두 자동차이기에 K7의 신형 모델이 출시되더라도 그랜저와 경쟁 모델 관계가 유지된다면, 서로 판매 간섭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그랜저 판매량이 떨어진다면 결과적으론 같은 집안인 현대기아차가 제살 깎아먹기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K7 프리미어가 출시되고 난 뒤 그랜저를 판매량으로 꺾었던 것을 생각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신형 K7이 출시되고 난 뒤 흥행을 이어가다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이 등장한다면 또다시 풀이 꺾일게 뻔하다. 그러면 K7 프리미어 같은 상황이 또다시 재연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아차 측은 이러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K7의 차급을 한 단계 높여 K8로 이름을 변경하여 그랜저와 수요층이 겹치지 않게 만들려는 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르노삼성이 먼저 했던
SM5 ⇢ SM6, QM5 ⇢ QM6와
동일한 전략이다
기아 K7이 상품성을 고급화하여 K8로 차명을 바꾸는 것은 과거 르노삼성이 SM5를 SM6로 변경하면서 먼저 실행에 옮겼던 이력이 존재한다. 기존 모델보다 한 단계 급이 높은 프리미엄 세단임을 강조한 SM6는 출시 초기 이러한 전략이 잘 먹혀들었고, 한때 쏘나타를 위협할 정도의 판매량을 자랑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 이후엔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쳐 지금은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K7 역시 SM6처럼 같은 방식의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신형 K7은 기존보다 차급을 높이면서 길이도 5m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간 차급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이유로 5m는 마의 영역으로 남아있었지만 차급을 높임으로 인해 전륜구동급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될 정도의 제원을 자랑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고급화를 거쳐 그랜저와 판매 간섭을 없애겠다는 K8이 승부수를 걸만한 특별한 사양은 무엇이 존재할까? 우선 파워트레인은 기존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과 3.0 람다 2 LPI 엔진이 유지된다. 가솔린 엔진이 신형 카니발에 적용된 3.5리터로 변경된다는 소식도 전해지지만 아직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역시 기존 2.4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1.6 감마 터보로 변경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K8은 그랜저를 넘어서는 역대급 세단이 될 수 있을까?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며, 4~5월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름을 바꿔도 “어차피 출시되고 나면 그랜저와 비교될 게 뻔하다”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는 어떤 파격적인 사양을 적용시킬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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