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보고 “아우디에서 출시한 신차인가보다”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조금 더 자세히 사진을 보자. 일자로 쭉 이어지는 테일램프가 포르쉐 느낌도 나는 거 같으면서 어딘가 폭스바겐 그룹의 냄새도 난다. 이 차의 정체는 아우디가 아닌 중국 동풍소콘에서 만든 펜곤 IX5라는 차량이다.
중국 시장에는 2018년 하반기 출시되었으며, 한국에도 신원 CK 모터스에서 공식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출시할 때부터 여러 브랜드 자동차를 섞어놓은 듯한 외모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 차. 오늘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는 동풍소콘 펜곤 IX5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약 10년 전엔 노골적으로
다른 자동차 디자인을 베꼈다
‘중국차’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름 아닌 ‘짝퉁차’일 것이다. 요즘은 그나마 덜해졌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민망할 정도로 다른 자동차 디자인들을 노골적으로 베껴서 차를 만들어 왔다.
첫 번째 사진은 누가 봐도 기아 스포티지의 앞모습, 두 번째 사진은 현대 싼타페 CM, 세 번째 사진은 미니쿠퍼, 네 번째 사진은 마티즈가 단박에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자동차들은 모두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생산한 모델들이다.
요즘은 독자적인 차도
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는 중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빠른 발전을 이루었고, 이제는 다양한 독자 개발 자동차들을 선보이고 있다. 여전히 타 브랜드를 의식하고 카피한듯한 이미지를 지우기 쉽지 않은 차량들이 매우 많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높게 올라온 차량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때 롤스로이스를 그대로 베꼈다며 조롱당하던 홍치는 이제 제대로 된 고급 세단까지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화려한 크롬 장식을 더한 플래그십 세단 H9은 2열 독립식 시트를 갖췄으며, 요즘 차에 두루 적용되는 차선 유지 보조 및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경고, 후측방 경고 시스템, 교통 표지판 인식 등 레벨 2 수준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까지 갖추기도 했다. 물론 H9 역시 “중국이 어설프게 따라 한 롤스로이스”라며 다른 차와 비교되고 있는 건 여전하다.
아우디 엠블럼을 달고 있는
동풍소콘 펜곤 IX5 포착
그런 중국차가 이제는 대한민국에도 정식으로 수입되어 도로에서 가끔씩 만나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문제는 여전히 이것저것 다양한 자동차를 섞어놓은 듯한 디자인 때문에 원래 제조사가 아닌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엠블럼을 붙이고 있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포착된 한 동풍소콘 펜곤 IX5는 동풍소콘 엠블럼을 떼어버리고 트렁크 중앙엔 아우디 엠블럼을, 좌측엔 S7, 우측엔 45TFSI 레터링을 붙이고 있었다. 붙어있는 엠블럼과 레터링으로만 판단하자면 아우디 S7 45 TFSI 가솔린 모델이어야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구매할 수 있다
당연히 이차는 아우디가 아니다. “중국이 만든 2,500만 원짜리 카이엔”이라는 별명을 가진 동풍소콘 펜곤 펜곤 IX5다. 해당 차량은 중국에서 생산되어 국내로 수입한 뒤 정식 판매하는 자동차로 신원 CK 모터스가 공식 딜러사를 담당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신원 CK 모터스 전시장을 통해 사전계약을 실시했고, 이후 10월 10일엔 국내 시장에 정식 론칭 후 판매에 돌입했다. 당시 신원 모터스 측은 “IX5의 초도 물량 100대가 모두 완판됐다”고 밝혔다. 중국차가 국내에서 초도 물량이 완판되었다니 꽤나 솔깃한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정식 출시 이후 펜곤 IX5는 시승차와 실제로 출고된 차량들이 전국 각지에서 포착되고 있다. 2,500만 원이라는 나름 저렴한 가격임에도 디자인은 나름 중국차치고 훌륭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출시 당시엔 이 가격대로 살 수 있는 쿠페형 SUV가 없다는 점 역시 좋은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크기는 투싼보다도 조금 더 큰 편에 속한다. 길이 4,685mm, 너비 1,865mm, 높이 1,645mm, 휠베이스 2,790mm로 휠베이스는 싼타페보다도 25mm가 더 긴 것이 눈에 띈다. 제원 수치만 놓고 보자면 4인 가족이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도 적당한 수준이다.
가성비만 놓고 보자면
나름 괜찮은 수입차가 될 수도 있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적용된 사양들도 꽤나 화려하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모두 풀 LED이며 방향지시등은 무빙타입인 시퀀셜 램프다. 트렁크도 전동 스위치 방식이며 계기판은 풀 LCD 클러스터,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트 역시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고 크루즈 컨트롤과 전후방 충돌 경고도 갖추고 있다. 차로 유지 보조 같은 본격적인 ADAS 시스템은 없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2,500만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은 1.5 가솔린 터보 엔진 단일 라인업으로 MPI와 GDI 두 가지 타입이 있지만 국내에 들여오는 모델은 MPI 버전이다. 최대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2.4kg.m을 발휘하며 이는 CVT 무단변속기와 조합을 이룬다. 구동 방식은 전륜구동이며 복합연비는 9.8km/L로 무난한 수준이다.
전국에 22개 판매 대리점이 존재하며, 서비스가 가능한 정비소도 전국 68개가 등록되어 있어 중국차 치곤 유지 보수 역시 수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마감이나 달리기 성능 같은 부분들은 중국차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나름 가성비는 괜찮은 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두 가지다. 아우디 엠블럼을 달고 있는 IX5 사진이 포착되자 네티즌들은 “진짜 저러면 차 모르는 사람은 아우디랑 헷갈리겠다”, “저는 아우디인 줄 알았네요”, “자연스럽네”, “그럴싸하다”, “디자인은 현대차보다 더 나은 거 같다”라며 나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2020년에도 베끼기에 급급한 중국차”, “저렇게 엠블럼 바꿔타고 다니면 나는 부끄러울 거 같다”, “아우디를 타고 싶었던 중국차 차주”, “없어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차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듯하다. 이러나저러나 중국차의 발전 속도가 어마 무시한 것은 사실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펜곤 IX5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나눠 주셔도 좋다.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