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음주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과속으로 주행하던 20대 만취 운전자가 앞서가던 차를 추돌하고 도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포스트에서는 지난 9월, 피해자 아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사고 직후, 가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으며, 경찰의 초동수사 또한 미흡한 모습을 보여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쏘나타 음주 뺑소니 사고로 본 국내 음주사고의 현실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에디터
음주 상태에서
고속 주행 중 추돌한 사건
우선 해당 사건에 대해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평택파주고속도로 동시흥분기점 인근에서 쏘나타를 운전하던 20대 만취 운전자가 앞서가던 스파크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스파크에 타고 있던 운전자 A씨가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고, A씨의 아내 B씨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를 낸 쏘나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으며, 사고 당시 무려 190km/h 정도로 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새벽이라 주변에 다니는 차들이 없어 2차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km 도주 후 정차
사건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 가해자
원래 다른 차와 추돌사고가 발생할 시 즉시 차를 멈추고 피해자 구호 등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음주운전자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1km 가량을 도주한 후 3차선에 정차했다. 추돌 직후 전면부 파손이 심한 것으로 보아 엔진이 고장 나 멀리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90km/h가 넘는 고속으로 사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으며, 사고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만취 상태로 비틀거리며 사고 장소로 돌아왔다.
음주 사실은 인정했지만
뺑소니는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가해자가 보인 태도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가해자는 음주 사실에 대한 것은 인정했지만 뺑소니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브레이크가 고장 나 바로 멈출 수 없었으며,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고 조치를 하기 위해 현장에 다시 돌아왔다”라며 도주 사실을 부인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 다시 돌아와 경찰에 직접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CCTV 영상을 살펴보면 충돌과 동시에 브레이크등이 들어왔으며, 그 이후에도 브레이크등이 한차례 들어왔다. 즉 사고 이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아니며, 차를 즉시 멈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은 것이다. 즉 뺑소니에 해당된다.
“반자율주행 미작동으로 사고났다”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그 외에도 차에 존재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발언을 해 가해자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이는 어불성설이다.
가해자가 운전한 쏘나타 차량에는 전방충돌방지보조 등 반자율 주행기능이 탑재되어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보조해 주는 기능에 불과하며, 운전과 관련된 모든 것은 운전자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현대차는 물론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설명서에 이를 명시하고 있다.
이 사고는 가해자의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난 것이기 때문에 반자율 주행과는 더욱더 관계가 없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조울증 진단서를 제출해 자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성은 커녕 형을 줄이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를 현장에서 귀가 조치
현장 CCTV조차 조사하지 않은 경찰
피해자의 태도도 문제였지만 경찰의 초동수사 역시 미흡한 모습을 보여 큰 논란이 되었다. 가해자가 음주 사망 사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귀가 조치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가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를 받으러 왔다고 한다.
사고 조사는 가해자의 진술과 블랙박스를 토대로만 진행되었으며. 음주 사고는 구속수사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로 진행되고 있었다. 조사관에 의하면 구속영장은 판사에게 가지도 못하고 검사가 기각했다고 한다. 참고인 조사 후 피해자의 아들이 졸음운전 여부를 묻자 경찰이 음주운전이라는 말을 하면서 “가해자의 과실이 100% 확인되었으니 처벌은 걱정 말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관은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는 커녕 피해 차량 위치조차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피해자 아들이 차량 상태와 블랙박스 확보를 요청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이 못 미더웠던 피해자 아들은 직접 폐차장에서 블랙박스를 확보했으며, 이를 수차례 돌려본 결과 현장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담당 조사관에게 CCTV 확보를 요청했다.
며칠 후 조사관은 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추가적으로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CCTV 영상에 사고 후 도주 장면은 물론 피해자가 다시 사고 장소로 돌아온 것까지 모두 찍혀 있었다. 만약 피해자의 아들이 나서지 않았으면 뺑소니 사실이 그대로 묻힐 뻔했다.
뺑소니 사실 확인 이후
추가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아닌 피해자 아들이 직접 증거를 찾으러 나선 것도 황당한데, 뺑소니 사실을 확인한 지 한 달이 넘도록 가해자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조사관에게 몇 번이나 가해자 조사를 하였냐고 물었으나 “이번 주에 할 예정이다, 곧 진행할 예정이다”라는 대답만 몇 차례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현장에 출동한 렉카 기사의 증언을 사고 두 달이 다 돼가는 8월에 확보했고, 그때 돼서야 경찰은 뒤늦게 도주 치사 혐의를 추가 적용해 이달 21일에 구속 송치했다고 한다.
국민 청원까지 올라간 사건
수사 관련자는 징계 예정
그 외에도 현장에 가해 차량이 없었다는 것을 경찰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황 조사서에는 가해 차량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약도에 표시되는 등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부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피해자 아들은 결국 음주 뺑소니 가해자와 초동수사 미흡한 경찰을 엄중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27만 4,628명의 동의를 받았으며, 송민헌 경찰청 차장이 “가해자는 윤창호법에 특가법상 도주치사죄를 추가로 적용해 구속 송치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미흡한 부분에 대해 관련자들을 감찰 조사한 결과, 업무 소홀 등이 확인되어 징계위원회 회부 등 합당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음주 사망사고 가해자 처벌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도 많아
지난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처벌은 약하다. 이번 사건처럼 음주운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징역형부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처벌 강도는 약하며, 오히려 집행유예 비율이 52%에서 76%로 급증했다. 음주운전 집행유예 전과 2건이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되었으며,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대법원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판결 6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한다. 재범률도 44% 정도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음주운전을 매우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살인범과 동일하게 처벌하며, 중국은 음주사고를 일으키지 않아도 최대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음주운전자는 물론 술을 권한 사람과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까지 모두 처벌하며, 뉴질랜드는 음주운전자의 차를 매각하고 벌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돌려주며, 1년간 차량 등록을 금지시킨다.
해당 사건은 아직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은 상태로, 아직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다. 피해자 아들은 이전 사례들처럼 가해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을까 두렵다고 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음주운전,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일 필요가 있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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