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혜성처럼 등장하여 단숨에 국내 소형 SUV 시장 부흥을 일으킨 주인공은 쌍용 티볼리다. 당시 국내 소형 SUV 시장은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말고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대다수는 준중형급인 스포티지나 투싼을 선택했기에 소형 SUV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았다.
그런데 티볼리가 출시된 이후 대 흥행에 성공하여, 결과적으론 다른 브랜드들까지 경쟁에 뛰어들게 만드는 업적을 이루어 냈다. 물론 2020년 현재는 수많은 라이벌 모델들에게 밀려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국내 소형 SUV 시장을 키운 티볼리의 업적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수 있겠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쌍용 티볼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티볼리의 시작은 2011년 등장한
XIV-1 콘셉트카였다
쌍용 티볼리의 시작은 2011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2012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XIV-1과 XIV-2 콘셉트카에서 시작됐다. XIV-1은 지금 살펴보면 전체적인 틀을 잡았으나 양산형 티볼리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모습이며, XIV-2 가 되어서야 양산형 모델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헤드램프와 전면부 그릴, 필러 디자인과 휀더의 볼륨은 모두 양산차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 부분이다. 이후 2014년 렌더링 이미지와 정식 명칭이 결정되었으며 12월에 사전계약을 실시한 뒤 2015년 1월에 정식 출시했다.
출시 당시 라이벌은
트랙스, QM3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초기형 티볼리는 1.6 e-XGI160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만 판매가 됐다. 초기형 모델에 적용된 가솔린 엔진은 출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으나 개성 있는 스타일링 덕분에 2030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쌍용차는 티볼리를 출시하며 동급 최대 적재공간 423L와 동급 최대 전폭, 다양한 편의 사양을 갖춘 점을 매력 포인트로 언급했고, 디젤 모델과 4륜 구동 사양까지 추가되면서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당시 라이벌 모델로 지목되던 차량들이 르노삼성 QM3나 쉐보레 트랙스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티볼리의 상품성이 더욱 돋보였다.
티볼리 에어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에 더 불이 붙었다
그렇게 흥행을 이어가던 티볼리는 2016년 길이를 늘린 에어 버전도 출시해 판매량엔 더욱 불이 붙었다. 휠베이스와 디자인, 적용된 편의 사양이 거의 동일하지만, 트렁크 쪽을 일반 티볼리보다 더 늘렸기에 소형 SUV 중 가장 넉넉한 적재공간을 자랑하는 자동차로 인기를 누렸다.
다만 플랫폼을 개량하거나 휠베이스를 조정한 것이 아닌 단순히 뒤쪽을 조금 더 늘려놓은 형태였기 때문에 주행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해외에서 실시한 무스 테스트에서 최악의 결과를 기록해 한때 티볼리의 기본기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2017년 현대차는 코나를
기아차는 스토닉을 출시했다
그렇게 티볼리가 소형 SUV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흥행을 이어가자, 이를 지켜보던 현대기아차는 2017년 코나와 스토닉을 출시하며 티볼리 견제에 나섰다.
코나는 티볼리보다 실내 공간이 좁았지만, 티볼리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운동성능을 말끔하게 해결해서 탄탄한 주행감각을 자랑했다. 디자인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지만, 그래도 “현대차가 내놓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코나는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9년 기아차가 출시한
셀토스는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기아차는 코나보다도 조금 더 작은 스토닉을 공개했다. 코나와 동일한 포지션을 가지면 판매 간섭이 생겨 양사에게 모두 좋지 않으니 스토닉은 조금 더 저렴하고 작은 크기로 출시됐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현대차의 승리다. 스토닉은 결국 인기를 끌지 못했고,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다가 지난 9월 국내 시장에서 단종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그러나 작년엔 기아차가 셀토스를 출시하면서 리벤지전에서 대승리를 거두었다. 인도 전략형 모델로 개발된 셀토스는 콘셉트카 공개 당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워낙 좋았고, 결국 출시가 됐다. 이후 불티나게 팔리며 단숨에 소형 SUV 시장을 접수했고, 흥행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출시한지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
티볼리는 2015년에 출시된 자동차이고 코나와 스토닉은 2017년에 공개됐으니 당연히 상품성이나 완성도 측면에선 티볼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티볼리가 라이벌 모델들보다 우세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시간이 점점 흐르며 기세가 꺾여 어느새 코나에게 판매량을 추월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쌍용차는 지난해 6월, 티볼리를 출시한지 약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베리 뉴 티볼리를 공개했다. 기존 모델에서 부족한 출력으로 지적받던 가솔린 엔진을 1.5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교체했고, 이로 인해 심장병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냈다.
실내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신형 코란도처럼 변했다. 센터패시아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메인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타입으로 변경됐다. 이전보다 모던하고 심플하게 변경됐고, 소재들도 더 좋아졌다.
또한 기존 모델에서는 선택사양으로도 존재하지 않았던 디지털 클러스터, 반자율 주행 시스템 등 첨단 사양들이 대거 탑재됐다. 확실한 상품성 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판매량은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하지만 베리 뉴 티볼리는 출시 이후 그렇게 인상적인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다.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국산 소형 SUV 판매량을 집계해보면 셀토스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셀토스의 기세는 앞으로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셀토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출시된 르노삼성 XM3가 선방하면서 티볼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출시 4년 차인 현대 코나보다도 판매량에서 뒤처진 모습이다.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 중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나란히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젠 진부한 느낌이다”
모델 수명이 다했다는 평이 이어진다
티볼리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선하다고 호평받았던 디자인은 2015년에 등장하여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틀은 동일하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티볼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다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상품성을 개선했지만 기본적으로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자동차이기 때문에 이제는 부분변경이 아닌 풀체인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모델 상품성이 수명을 다했다는 이야기다.
단종됐던 티볼리 에어를
재출시하여 반등을 노린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쌍용차는 신형 티볼리를 개발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환경규제 및 코란도와의 판매 간섭을 이유로 단종됐던 티볼리 에어를 최근 부활시켰다. 현실적으로 신차를 출시하기 어려운 쌍용차로썬 티볼리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에어를 다시 출시하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다시 출시된 티볼리 에어는 1,898만 원부터 시작하며 풀옵션 모델은 세금을 포함하더라도 2,966만 원에 구매할 수 있어 가성비가 나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네티즌은 “패밀리 SUV를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상품”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티볼리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각에선 “티볼리가 죽다 살아났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올 뉴 렉스턴이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티볼리에게도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쌍용차가 티볼리로 터트린 대박신화를 잊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티볼리 패밀리룩 디자인을 적용했다가 결국 폭망한 코란도를 콕 집은 말이다. 차후 출시될 2세대 티볼리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설렘을 안겨줄지 기대해보자.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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