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디자인으로 잘 나간다는 기아차에게도 뼈아픈 함정 같은 모델이 존재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차가 기아차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럭셔리 세단이다. 2012년 출시된 1세대 K9은 오피러스 후속 모델로 개발되어 기아차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플래그십 세단이었다.
그러나 호불호가 매우 심하게 갈리는 디자인 때문에 실패작으로 남았으며, 이후 2018년 4월에 등장한 2세대 모델 역시 1세대보단 덜했지만 여전히 디자인이 애매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 K9은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고, 출시된 지 이제 2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 페이스리프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 오토포스트 스파이샷 플러스는 국내에서 포착된 신형 K9 테스트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너무 이른 건 아닐까
출시한지 2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테스트카가 포착됐다
최근 국내 도로에서 기아 K9 페이스리프트 테스트카가 포착됐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2세대 K9은 2018년 4월에 출시된 모델이기 때문에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페이스리프트를 하는 건가”라는 말이 자연스레 머릿속을 맴돈다.
페이스리프트 테스트카가 최초로 포착된 건 지난 8월이었다. 당시 흐릿한 후면부 사진 한 장만이 공개되어 K9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의심되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번엔 위장막을 둘러쓴 전면부까지 공개가 되어 어떤 변화를 거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 변화는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에 가깝다
먼저 전면부 디자인이 매우 큰 폭의 변화를 맞이할 예정이다. 아직 두터운 위장막을 둘러쓰고 있어 자세한 모습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위장막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을 통해 기존 K9과는 완전히 다른 전면부 스타일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걸 예상해볼 수 있다.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전면부 그릴은 최근 기아차가 두루 사용하고 있는 호랑이 코 그릴로 변경된다. 그릴의 패턴 역시 기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며, 헤드램프와 범퍼 하단 공기흡입구 부분도 변화를 거쳐 기존 모델보다 한층 스포티한 외관 분위기를 자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후면부는 전면부보다 위장막을 더 두껍게 두르고 있었기에 자세한 디자인을 확인할 순 없지만, 트렁크에 있었던 번호판이 범퍼 쪽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머플러는 기존 모델보다 끝부분에 살짝 각을 주었다. 테일램프도 변화를 맞이하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어떤 디자인으로 탄생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범퍼 아래쪽으로 번호판이 이동하게 됨에 따라 후면부 디자인 느낌은 기존 모델과 완전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 G70과 EQ900이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모두 번호판을 아래로 내렸고,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생각해 보면 K9도 비슷한 노선을 걸을 전망이다.
플래그십 모델치곤
변화 주기가 빠른 편이다
2세대 K9은 2018년 4월에 출시되었으니 이제 2년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아직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페이스리프트 테스트카가 돌아다닌다는 소식에 많은 네티즌들은 “현대기아차는 페이스리프트, 풀체인지를 너무 빨리 진행한다”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신형 K9은 내년 1분기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예정대로 흘러간다면 기아차는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K9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플래그십 세단치고는 모델 체인지 주기가 꽤나 빠른 편이다.
1세대부터 꾸준히
신통치 않았던 판매량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K9이 이렇게 빠르게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판매량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K9의 패인을 분석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애매한 차급이다. 기아차는 K9을 출시하며 E세그먼트 세단들을 라이벌로 칭했지만 K9은 그들보다 훨씬 클뿐더러 기아차 내에서는 최상위에 위치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세그먼트 세단들을 라이벌로 지목했기 때문에 E세그먼트와 F세그먼트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자동차가 되어버린 것이다. 국내에선 제네시스 G80과 G90 사이에 있는 자동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가격이나 적용되는 사양을 보더라도 이 말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수준이다. 좋게 보면 E세그먼트 가격으로 플래그십에 가까운 차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도 저도 아니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두 번째는 브랜드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K9은 국산차 기준으론 나름 잘 만든 플래그십 세단이라는데는 크게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잘 만든 차가 잘 안 팔리는 이유는 기아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K9은 5미터가 넘는 거구를 가졌음에도 E세그먼트 세단들과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어 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이야기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하지만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오히려 브랜드 가치는 떨어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아차라는 점이 가장 크게 걸린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별도로 론칭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K9이 왜 안 팔리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현대 G80, G90이었다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이미지는 K9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디자인, 포지셔닝,
상품성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론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디자인’이다. 요즘 기아차가 출시하는 신차들은 하나같이 “디자인은 현대차보다 낫다”, “기아차가 디자인은 정말 잘한다”, “역대급 디자인이다”라며 칭찬을 받고 있지만 K9은 그렇지 못했다. 1세대는 특히 호불호가 매우 심하게 갈렸고, 2세대는 1세대보단 덜했지만 여전히 플래그십 세단의 웅장함과 고급스러움이 부족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기아차가 아직 고급차 디자인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K5, 스팅어 같은 스포티한 이미지를 가진 자동차는 디자인을 잘 해내지만 고급차 영역에선 최근 역대급이라고 불릴만한 디자인을 내놓은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는 신형 K9은 디자인을 대폭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엠블럼, 사명까지 바꾸며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재도전한다
신형 제네시스들에게 밀려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된 K9은 현재 제네시스 G90보다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디자인이 문제점으로 자주 지적된 만큼 기아차는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감행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디자인 변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최신 사양들을 대거 탑재해서 승부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아차는 내년 1월 새로운 사명과 엠블럼을 공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K9 역시 새로운 엠블럼을 달고 출시될 것이다. 예전부터 꾸준히 들려오던 전용 엠블럼을 장착할 가능성도 있다.
G80, G90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포지셔닝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신형 모델이 역대급 변화를 맞이한다고 해도 여전히 포지션이 애매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겠다. 신차가 출시되더라도 K9은 제네시스 G80과 G90 사이에 위치하게 될 것이며, 가격이 기존 모델보다 더 상승한다면 소비자들 마음을 홀리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내년 하반기엔 G90 풀체인지가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첨단 사양 측면에선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에 또 한층 뒤지게 될 것이 뻔하다. 이대로라면 기아차에게 K9이라는 존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거리로 전략할 수도 있겠다. 매번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K9이 이번엔 어떤 무기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스파이샷 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