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는 국내 시장에서 오토바이 제조 회사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시장에선 토요타의 자회사인 다이하츠와 함께 경차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할 정도로 저력 있는 제조사다. 우리에겐 낯선 제조사인 스즈키가 낯선 시장인 중남미 시장에 신형 짐니를 출시했고,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스즈키 짐니에 대한 이야기 대신, 쌍용차를 소환하여 오히려 쌍용차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짐니를 본 소비자들이 쌍용차를 소환한 이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혁 에디터
스즈키 짐니는
어떤 차인가?
스즈키 짐니는 스즈키에서 1961년부터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경형 프레임 SUV 모델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20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친 4세대 모델이다. 둥글게 변경되었던 3세대 모델의 디자인과는 달리 각지고 투박했던 2세대 디자인을 다시 살려서 최근 전 세계적인 추세인 레트로 디자인을 적극 적용했다.
짐니의 크기는 길이 3,645mm, 너비 1,645mm, 높이 1,725mm, 휠베이스 2,250mm로 국산차 레이보다 길이와 너비는 크고 휠베이스는 더 짧다. 파워 트레인은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춘 660cc 엔진과 기존 1,300cc 엔진이 1,500cc 엔진으로 대체되었다.
짐니가 순식간에 완판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스즈키 짐니는 최근 멕시코 시장에 출시되었다. 멕시코 시장엔 초도 물량 1,000대를 배정했는데 이 물량이 계약 개시 시간 72시간 만에 모두 완판되었다. 짐니는 유럽시장에서 출고한 대기 물량이 워낙 예약량이 높아서 1년간 대기한 후 계약이 이루어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였다.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 멕시코 시장으로 출시한 것인데, 이마저도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시장엔 일본 내수형 엔진인 660cc의 엔진이 아닌 1,500cc의 엔진을 탑재하여 출력이 부족하지 않고, 일본차 특유의 단단한 내구성, 저렴한 유지 비용, 소형차보다 넓은 적재 공간, 레트로 디자인의 매력 등으로 인해 멕시코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로 인해 출시하자마자 높은 계약률로 이어졌다.
쌍용차는 짐니와 같은 디자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반응
유럽 시장과 중남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스즈키 짐니를 본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은 짐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쌍용차를 소환하여 쌍용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쌍용차에 대해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온 부분은 바로 “쌍용차는 짐니와 같은 디자인을 도입해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쌍용차 디자인팀이 전 세계 디자인팀 중 일을 제일 못하는 것 같다”, “짐니와 같은 각진 디자인을 도입하면 쌍용 판매량은 급상승할 듯”, “저런 레트로 디자인을 쌍용차에 도입해라” 등 쌍용차 디자인에 대한 지적과 짐니와 같은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쌍용차는 짐니와 같은 차종을
도입해야 한다는 반응
디자인과 더불어 쌍용차에 짐니와 같은 경형 SUV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쌍용에서 이런 디자인으로 소형 SUV를 만들면 좋겠다”, “쌍용차의 정체성을 찾기 가장 좋은 모델인 것 같다”, “티볼리로 성공했던 것처럼 이런 카테고리 없는 시장에 뛰어들면 되지 않나” 등의 반응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티볼리를 출시하여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쌍용차가 짐니와 같은 모델을 출시하여 경형 SUV 시장도 개척하길 바라는 반응이 많았다. 판매량이 저조한 경차 대신할 좋은 방안이라는 이야기다.
소볼리, 중볼리, 대볼리
정체성 없는 디자인
국내 소비자들이 스즈키 짐니를 보고 쌍용차에 대한 비판의 반응을 보인 것은 그간 쌍용차의 정체성에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티볼리를 출시한 쌍용차는, 티볼리의 성공에 힘입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어려웠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하지만 티볼리가 성공하자 상위 모델인 코란도에 티볼리의 디자인을 적용하는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이 선택은 쌍용차의 역사가 담겨있는 코란도의 정체성이 사라졌고, 판매량 또한 급감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최근 쌍용차 디자인은 소볼리, 중볼리, 대볼리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너무 늦은 시장 대응
소비자들의 의견을 역행하는 모습
디자인과 더불어 너무 늦은 시장 대응도 문제다. 티볼리의 판매량이 높아지자 롱보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출시했다. 이는 조금 더 큰 소형 SUV를 원했던 소비자들의 의견에 적절히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코란도와 판매 간섭이 생긴다는 이유로 티볼리 에어를 단종시켰다. 이후 코란도의 판매량이 저조해지자 티볼리 에어를 다시 부활시켰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다른 모델로 눈을 돌린지 오래다.
또한 친환경적인 추세에 따라 전기차로의 전환을 이룬 제조사들이 이미 많은 상황에서 쌍용차는 이제야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더불어 기존 모델들의 상품성과 단점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인포콘과 같은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도입했다. 재정난이 심각한 쌍용차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보단 선택과 집중을 통한 판매량 끌어올리기가 더 필요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차종의 개척
쌍용차가 짐니와 같은 모델을 출시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상해봤다. 첫 번째는 국내 자동차 시장엔 경형 SUV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차종의 개척할 수 있다. 티볼리를 출시하여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쌍용차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르고, 공간에 대한 제약이 심각한 경차를 대체할 수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이런 부분에 전혀 투자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혀 다른 행보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공간감으로 인해 사회 초년생들의 첫차로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원했던
레트로 디자인의 도입
최근 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의 추세는 레트로 디자인이다. 단순히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개선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조사의 정체성, 과거 자신들의 영광이었던 모델들을 계승할 수 있다.
스즈키 짐니뿐만 아니라 랜드로버 디펜더, 포드 브롱코, 혼다 e 등과 같은 모델들이 적절한 예시다. 이 모델들은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하여 출시하였고, 판매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많은 소비자들이 요구한 내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제조사의 이미지 개선과 현대기아차가 시도하지 않는 부분을 노릴 수 있다.
렉스턴이 반전의 발판을 만들었고
이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
쌍용차는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신형 렉스턴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세련되고 멋스러운 디자인과 개선된 파워 트레인으로 인해 사전계약 시작 24일 만에 5,000대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경영난, 재정난이 심각한 쌍용차가 렉스턴을 통해 반전의 발판을 만든 것이다.
반전의 발판을 만든 만큼, 밟고 올라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렉스턴을 뒤이을 후속 모델들이다. 과거의 실수들을 재발하지 않고, 쌍용차만의 길을 가야 한다. 실수가 계속되면 실수가 아닌 실력인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