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르노삼성자동차는 2016년 출시 이후 4년 만에 SM6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출시 초기 당시엔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으나, 이후 강력한 라이벌 모델들의 등장에 시장에서 도태된 만큼, 소비자들은 SM6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환골탈태할 것을 기대했다.
신차 출시 초기엔 반응이 꽤 좋았다. 파워트레인도 변화를 맞이했고, 불편함으로 지적받던 S링크도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6 판매량은 몇 달째 영 신통치 않은 기록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음에도 왜 이렇게 판매량이 저조한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SM6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출시 초반 반짝 흥행 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국산 중형 세단 중 가장 말도 많도 탈도 많은 차는 르노삼성 SM6다. 2016년 출시 초반에는 쏘나타, K5를 위협할 정도로 뛰어난 인기를 누렸다. 출시 당시 동급 중형 차들 최초로 LED 방향지시등을 탑재하고 나파 가죽시트 적용, R-MDPS를 적용하여 스포티한 운동성능까지 갖추었다는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SM6는 논란의 후륜 서스펜션 토션빔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받으면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멀티링크를 사용하는 다른 라이벌 세단들과는 다르게 SM6엔 토션빔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었고, 2열 승차감이 너무 딱딱해 패밀리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이어진 것이다. 출시 이후 품질 문제도 불거졌으며, 중고차값 방어율 역시 신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4년 만에 등장한
페이스리프트 모델
혁신적인 변화보단
문제점 개선에 힘쓴 모습
이후 쏘나타와 K5가 풀체인지를 거칠 동안 별다른 큰 변화가 없었던 SM6는 최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2020년 현재 중형 세단 시장에서 SM6는 완전히 도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2016년 출시 때처럼 동급 중형 세단들을 압살하는 파격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는 대신, 기존 SM6에서 약점으로 지적받던 부분들을 개선하는데 집중했다. 디자인은 소소한 디테일에만 변화를 주었고, 논란의 후륜 서스펜션은 기존처럼 토션빔이 유지되지만, 모듈러 밸브 시스템(MVS)를 적용하였고,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로 보완하여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월 500대도 겨우 넘기는 수준
신차임에도 매우 저조한 판매량
그런데 그렇게 환골탈태했다는 신형 SM6의 판매량이 영 신통치 않다. 아니, 오히려 페이스리프트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엔 그래도 월 700대가량 판매되던 SM6가 이제는 월 500대도 겨우 채울까 말까 하는 수준이 되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11월까지 국산 중형 세단 판매량을 집계해보면 기아 K5가 3만 386대로 압도적인 1위, 현대 쏘나타가 1만 7,250대로 2위, 르노삼성 SM6가 2,348대로 3위, 쉐보레 말리부가 2,246대로 꼴찌를 차지했다. SM6 점유율은 5%대로 사실상 신형 모델도 시장에서 출시와 동시에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겠다.
지난 11월엔 중형 세단시장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당장 지난 11월 판매량만 살펴보아도 결과는 크게 변함이 없다. 점유율로 따지자면 K5가 60%를 차지했으며, 쏘나타가 31%를 차지해 두 차종이 국산 중형 세단 점유율 91%를 차지했다. 이러니 현대기아차가 독식하는 시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11월엔 심지어 쉐보레 말리부에게도 추월당해 SM6는 판매량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여 상품성을 강화하고 기존 약점들을 개선했음에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이 돈이면 그랜저 살 수 있다”
꾸준히 지적되던 가격 문제
첫 번째는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가격이다. SM6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기존 모델보다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1.3 가솔린 터보 모델은 제일 저렴한 트림이 2,450만 원, 최상위 트림이 3,265만 원이며 세금을 포함한 실구매 가격은 최저 2,616만 원부터 풀옵션은 3,961만 원까지 올라간다.
1.8 가솔린 터보 모델은 제일 저렴한 트림이 3,073만 원, 최상위 트림이 3,422만 원이며 세금을 포함한 실구매 가격은 최저 3,282만 원부터 풀옵션은 4,132만 원까지 올라간다. 이렇다 보니 많은 소비자들은 “중형 세단치고 너무 비싸다”, “SM6에 옵션 조금 넣다 보면 차라리 그랜저 사는 게 낫더라”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됐다.
2. “최상위 트림에도
차로 유지 보조는 옵션”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양들
타사 중형 세단들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옵션들 역시 SM6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특히 ADAS 기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라이벌 모델인 쏘나타와 K5는 기본 사양인 최하위 트림에도 차로 유지 보조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지만, SM6는 최상위 트림인 3,265만 원짜리 프리미에르에서도 94만 원짜리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를 추가해야 사각지대 경보와 차선 유지 보조, 360′ 카메라가 적용된다.
중간급인 LE를 선택한다면 2,896만 원 트림 기본 가격에 옵션 사양을 조금 추가해야 타사 중형 세단들과 비슷한 수준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3천만 원이 훌쩍 넘어버리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3. “토션빔 한계는 어쩔 수 없어”
여전히 불만 가득한 승차감
모듈러 밸브 시스템(MVS)를 적용함과 더불어,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로 승차감을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실제 차주들 사이에선 SM6 승차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기존 모델보다는 딱딱함이 덜해졌다는 평가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토션빔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었다”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SM6를 구매하려고 시승을 해본 여러 고객들 마저도 “소문 듣고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시승을 해봤는데 2열 승차감은 다른게 티가 확 나더라”는 후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4. “1년 타고 반값 됐어요”
타사 대비 심한 중고차 감가
매우 높은 중고차 감가 역시 르노삼성차를 선택할 때 망설이게 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소비자들은 “어마 무시한 중고차 감가 때문에 르노삼성 신차는 사기가 꺼려진다”라며 기피 요인으로 손꼽기도 한다.
실제로 SM6는 이제 고작 1년 정도가 지난 2019년식 SM6 매물들이 신차가 기준으론 40% 정도 감가가 이뤄진 2천만 원 초반대로 거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년이 넘어선 매물들은 천만 원 후반대로도 수두룩한 걸 볼 수 있다. 신차 출고 후 1년 만에 절반에 가까운 감가가 이뤄진다면 중고로 차를 팔려는 차주 입장에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5 “에어컨 필터 갈기도 어려워”
최악에 가까운 정비성
실제로 르노삼성차를 타는 차주들 사이에선 정비성 역시 자주 언급되는 불편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출시된 XM3의 경우엔 크게 개선이 되었지만, 그간 르노삼성차는 에어컨 필터 하나를 가는데도 내장재를 탈거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섣불리 도전하기 힘들 정도의 정비 편의성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현직 정비사들 사이에서도 르노삼성 자동차의 정비성은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부품값 역시 현대기아차 대비 비싼 편에 속하기 때문에 보증 기간이 끝나고 난 뒤엔 유지 보수 비용으로도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 역시 단점에 속한다.
소비자들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결과물
또한 많은 소비자들은 “페이스리프트로 개선한 여러 가지 사항들은 2016년 출시 후 1년 만에 모두 개선했어야 하는 것들이다”, “그동안 쏘나타, K5는 몇 번이나 바뀌었냐”라며 너무 뒤늦은 개선을 진행했기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는 평을 이어갔다.
특히 가장 크게 논란이 된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에 대한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멀티링크가 차체 구조상 변경하기 어렵다면 그에 따른 대책을 빠르게 내놨어야 했는데 4년 동안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으로 보건대, SM6의 고전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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