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하나 터졌다. 바로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디젤 게이트’ 사건이다. 이로 인해 항상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던 폭스바겐 그룹은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은 물론, 판매 정지까지 당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제대로 차를 팔지 못했던 폭스바겐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티구안, 투아렉과 같은 베스트셀링 모델을 차례대로 등장시키면서 정상궤도로 올라가려는 노력을 했고, 제타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뜨거운 인기를 보이며 드디어 부활에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판매하는 신차들이 결국 단종 직전의 재고 모델이라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폭스바겐의 재고 모델 논란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혁 에디터
디젤 게이트 이후
떨어졌던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렸다
디젤 게이트가 발생했던 2015년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량은 3만 5,778대다. 이후 판매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2016년엔 1만 3,178대로 반 토막 나고 말았다. 2017년엔 판매 정지로 인해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았다.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빠진 자리엔 일본차와 미국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18년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량은 1만 5,390대를 기록하며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2019년엔 8,508대로 다시 하락했지만,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량에서 1만 2,209대로 다시 상승하면서 다시 원래의 모습이었던 독일 3사가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제타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디젤 게이트로 인해 인증 문제, 판매 정지 문제로 인해 라인업이 턱없이 부족했다. 과거 차종마다 모델들을 보유했던 것과는 달리, 아테온 한 대만 판매할 정도로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후 과거에 국내 시장에서도 잘 팔렸던 티구안과 투아렉을 등장시켰다. 폭스바겐은 티구안과 투아렉에 다른 제조사 대비 높은 프로모션을 진행하여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제타였다. 제타는 기본 가격 정책도 공격적이었고, 사전계약과 동시에 진행한 프로모션으로 인해 국산 경쟁 모델과 동일한 가격으로 등장했고, 이는 대란이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완전히 정상궤도로 돌아온 폭스바겐이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잘 팔렸던 폭스바겐 세단
제타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폭스바겐은 파사트라는 카드를 꺼냈다. 티구안과 골프 다음으로 국내 시장에서 가장 잘 팔렸던 폭스바겐의 세단이다. 아테온이 그 기록을 갈아치우기 전까지 베스트셀링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모델이기도 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2,200만 대 이상 판매된 모델이기도 하다.
디젤 게이트 이후 2018년에 판매를 개시하는 폭스바겐이 가장 먼저 등장시키려 했던 모델 또한 파사트였다. 파사트 GT는 인증 문제로 인해 2020년이 끝나가는 현재까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연말 국내 시장에
다시 등장하는 파사트
2020년 12월, 다시 파사트 GT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12월 중순에 계약을 시작하고, 본격적인 차량 인도는 2021년 초에 이루어진다. 제타와 달리 한정 판매되지 않으며, 2.0L TDI 모델이 출시된다.
파사트 GT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 램프 디자인이 변경되었고, LED 주간 주행등은 헤드 램프 상단으로 변경되었다. 모든 트림에 LED 헤드 램프가 기본 적용된다. 후면부의 리어램프는 그래픽이 변경되었고, 범퍼 하단에 일체형 듀얼 머플러가 적용되었다.
실내엔 새로운 스티어링 휠과 디지털 계기판, 3세대 MIB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포함된 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음성 제어 기능을 지원한다. 기존 모델의 아날로그 시계는 사라졌다.
또한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방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통합된 트래블 어시스트가 트림에 따라 기본 적용된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제타에서 보인 행보로 인해 파사트 GT 또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 CEO가
파사트와 아테온이 단종된다고 밝혔다
파사트 GT의 국내 시장 출시 소식이 전해진 지 며칠 뒤, 폭스바겐 CEO인 랄프 브란드슈테터가 “미국형 파사트의 후속 모델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아테온 또한 단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모델의 빈자리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ID가 내놓은 ID.3와 ID.4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로 채울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차들의 출시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저조한 디젤 모델 판매량
넘치는 재고를 국내 시장에 풀고 있다
국내 시장 출시 소식 다음에 바로 단종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이에 ‘국내 시장에 신차로 위장한 다음, 넘치는 재고를 처리하는 것’이라는 재고 털이 논란이 발생했다. 특히 우리나라에 출시되는 모델들은 모두 디젤 모델이다.
유럽 시장에선 이미 디젤 엔진에 대한 규제가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북미 시장에선 휘발유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디젤 엔진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디젤 모델이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자 디젤이 여전히 인기 모델인 국내 시장에 출시한 것이라는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공격적인 프로모션은
단순히 판매를 위한 수단이었던 것인가
더불어 폭스바겐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시와 동시에 시작되었던 공격적인 프로모션 또한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현재 폭스바겐이 판매 중인 모델 또한 모두 디젤 모델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제타가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인해 국산차와 정확히 겹치는 가격대를 보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고 물량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할인이라는 미끼로 유혹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호구였구나”
라는 반응이다
파사트가 국내 시장 출시와 동시에 북미 시장 단종된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결국 우리나라는 호구였구나”, “어제 나온 신차처럼 내놓고 거기에 엄청난 할인까지 붙여가며 한국에 기를 쓰고 판매하려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래서 프로모션을 강하게 했구나” 등 폭스바겐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아테온은 출시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단종시키나?”, “아테온 디자인 괜찮았는데…”, “아테온 디자인도 이쁘고, 프로모션도 강력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아테온 할인 많이 하더니 결국 재고 처리였구나” 등 아테온 단종 소식에 대한 반응도 이어졌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부터 현재 국내 시장 재고 털이 논란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 폭스바겐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디젤 게이트 논란 당시, 다른 나라 대비 적은 과징금으로 인해 봐주기 논란까지 발생했을 정도였다.
이런 논란들이 계속 발생하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폭스바겐은 확실한 의견을 전달해야 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꼼꼼히 알아보고 구매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이는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갖춰야 할 자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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