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시장에서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기아차에 초비상이 걸렸다. 내수시장은 흥행했으나, 해외시장 판매량이 폭락에 가까운 수준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올해 판매 목표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첫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시장에선 그렇게 잘 나간다는 현대차가 해외에서 이렇게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다른 브랜드들도 현대차처럼 폭락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건 아니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내수시장 호황에도 웃을 수 없는 현대기아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언론에선 매번
역대급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우리가 매번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사들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우 흥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사전계약으로만 2만 대를 넘겼다는 제네시스 GV80 소식도 그렇고, 북미 시장에서 BMW 3시리즈와 비교되며 올해의 차 수상 경력까지 보유한 제네시스 G70은 외신들의 평이 매우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기아 K5 GT가 BMW 330i를 성능으로 압도했다는 미국 테스트 결과까지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JD 파워가 실시한 신차 품질조사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상위권에 랭크되었으며, 실제 현지 소비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들을 쉽게 접해보았을 것이다.
경기 불황에도
없어서 못 판다는
텔루라이드가 대표적이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가장 흥행한 국산차를 꼽아보자면 경기 불황에도 없어서 못 판다는 기아 텔루라이드가 대표적이다. 철저하게 북미시장을 위해 개발된 현지 전략형 모델 텔루라이드는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미국 조지아 공장은 텔루라이드 증산에 합의하기도 했으며, 한때 텔루라이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경매로 입찰하는 모습까지 포착이 되기도 했다.
국산차가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 이어 뛰어난 판매량을 기록한다면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본차 판매량이 매우 높은 편인 북미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점유율을 높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조금 더 힘내라”, “더 많이 팔자”라며 응원하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목표 판매량의 절반 수치에도
미치지 못한 해외 실적
그런데 최근, 11월까지의 해외 판매 실적이 집계되자 현대기아차 내부는 초비상인 분위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월, 공시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총 628만 4,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론 현대차가 384만 4,000대, 기아차가 244만 대다. 그런데 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현대기아차가 북미시장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를 모두 합해도 162만 대에 그쳤다. 북미 시장에선 110만 1,606대를 판매했고 중국 시장에선 52만 7,570대를 판매했다.
북미에서 잘 나간다는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점유율은 3%대에 불과해
북미 시장에서 잘 나간다는 현대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는 판매량으로 나름 선방했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라이벌 제조사들 대비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북미 미드사이즈 SUV 시장 판매량을 살펴보면 1위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16만 209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9.1%를 차지했으며, 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15만 2,856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8.7%를 차지했다.
현대 팰리세이드는 5만 9,827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3.4%를 기록했고, 기아 텔루라이드는 4만 6,615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2.7%를 기록했다. 동급 SUV들 대비 판매량이 그렇게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쏘나타와 K5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북미시장 판매량을 살펴보면 토요타 캠리가 20만 4,945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17.3%를 차지했으며, 혼다 어코드는 14만 5,291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12.3%를 차지했다. 한국에선 철수를 선언한 닛산 알티마도 9만 7,082대가 판매됐다.
현대 쏘나타는 5만 3,126대가 판매되어 시장 점유율 4.5%를 기록했고, 기아 옵티마(K5)는 4만 8,101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4.1%를 기록했다. 기아 옵티마는 한국에 판매하던 구형 K5다.
북미 전년대비 25% 감소
중국 전년대비 47% 감소
현대차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북미 시장과 중국 시장 판매율 감소는 5년 치 자료를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대차는 2016년 북미 시장에서 77만 5,005대를 판매했고, 2017년 68만 5,555대를 판매했다. 2018년엔 67만 7,946대를 판매했고, 2019년엔 71만 7대를 판매했다.
그런데 올해 11월까진 56만 9,265대에 그쳐 20%가 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당장 12월에 15만 대 이상이 판매되어야 전년 기록과 비슷해지는 수준인데 현실적으론 불가능해 보이는 수치다.
중국 시장 역시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6년 100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던 현대차는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국차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어 판매량이 추락했다. 2017년 78만 5,006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2018년 79만 177대를, 2019년엔 65만 123대를 판매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10월까진 전년대비 절반 수치인 34만 1,74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북미보다 중국 시장에서의 올해 하락률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30만 대를 판매해야 전년 수치와 비슷해지는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9만 대 더 팔았다
역대급 내수 판매량
기록한 현대기아차
하지만, 올해 내수시장에서의 현대기아차는 금강불괴 수준이었다. 2019년과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제네시스 판매량을 모두 합친 집계 결과 내수시장에서 지난해보다 무려 9만 대가량을 더 판매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올해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에 출시한 신차들은 실패한 차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어마 무시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아차와 제네시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더 뉴 싼타페를 제외한다면 그랜저와 아반떼, 신형 투싼과 팰리세이드가 모두 흥행가도를 달리는 모습이다.
최소 -12%부터 최대 -46%까지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컸다
현대차 해외 판매량이 올해 유독 폭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겠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올해 코로나 여파로 인해 판매량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현대차는 올해 북미시장에서 4월엔 전년 동월 대비 46.6%가 감소했고 5월엔 29.5%, 6월엔 26.9% 감소해 다른 제조사들 대비 낙폭이 큰 편이었다. 주력 모델 판매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니 현대차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당분간 해외시장에서의 좋지 못한 성적이 계속해서 유지될 전망이다.
현대차 디자인은 해외에서도
평이 그리 좋지 못했다
내부적으로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디자인이 문제라는 지적들이 가장 많이 이어졌다. 특히 국내에서 디자인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쏘나타는 북미 시장 소비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형 쏘나타를 야심 차게 북미 시장에 출시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파격적인 스타일이 먹혀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되레 역풍을 맞은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내 생에 최악의 자동차가 바로 여기 있다”,”이번 쏘나타 디자인은 너무 과했던 거 같다”,”캠리나 어코드를 견제하려면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다”라는 평을 이어갔기에 판매량은 불 보듯 뻔했다.
중국 시장에선 현대기아차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
중국 시장에선 현대기아차의 경쟁력 자체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2017년 이후 줄곧 판매량 내리막을 걷고 있는 이유로는 주로 사드 사태가 언급되는데, 이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신차 공세가 거센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중국차는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어왔으나, 급속도로 발전한 중국차는 최근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현대기아차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가 되니 중국 내수시장에선 주력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중국차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차 내실 다지기에
실패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종합적으로는, 신차 내실 다지기에 실패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패인으로 언급되는 디자인이나 상품성 부족, 모든 건 결국 내실 다지기가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지 전략형 모델로 개발한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계속해서 신차를 출시함에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판매량을 극복해 내기 위한 뾰족한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
E-GMP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다양한 전기차들
현대기아차는 판매량 회복을 위한 돌파구로 전기차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 것임을 선언했다. 그간 현대차가 개발하여 출시한 순수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플랫폼을 공유하여 만들어졌지만, 최근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유하며, 앞으로 출시될 순수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을 사용해 많은 이점을 보일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은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차세대 전기차 개발에 매진하여 2025년까지 전기차를 100만 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하여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내년에 현대차 브랜드를 단 전기차 3종과 제네시스 전기차도 출시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 기술 대거 탑재
향후 행보 기대된다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에 E-GMP 플랫폼을 적용하며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5초 미만, 최고 속도는 260km/h에 달하며, 최대출력은 600마력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여태 현대차가 생산한 그 어떤 내연기관 자동차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성능이다.
또한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500km 수준이며, 충전 속도를 높여주는 800V 고전압 시스템 및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기술을 적용했다. 내연기관으론 수입차를 넘을 수 없었던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선 인상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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