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쌍용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차는 아마 코란도(훼미리 포함), 무쏘, 체어맨 중 하나일 것이다. 코란도와 무쏘는 마초적인 성격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으며, 체어맨은 에쿠스와 더불어 국산차의 자존심이였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칼리스타라는 비운의 명차를 선보인 적도 있었다. 클래식한 외모를 가진 스포츠카로 시간이 꽤 지난 현재,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모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쌍용차가 남긴 명차 중 하나인 칼리스타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에디터
영국에서 개발되어
한국에 오기까지
외형만 봐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칼리스타는 국내에서 개발된 차는 아니다. 영국의 자동차 업체인 팬더 웨스트윈즈(이하 팬더)에서 2인승 클래식 로드스터의 부활이라는 콘셉트로 개발되었다. 1976년에 출시되었으며, 당시 이름은 리마였다.
디자인은 재규어의 시작을 알린 SS시리즈를 모티브로 했다. 실제로 둘을 비교해보면 세로로 길쭉한 보닛, 원형 헤드램프, 곡선으로 쭉 이어진 특유의 휀더, 로드스터 형태 등 많은 부분이 닮았다.
이후 1980년에 자동차 애호가로 유명한 김영철 진도모피그룹 사장이 팬더를 인수했고, 디자인을 약간 변경해 판매했다. 이때 이름도 칼리스타로 변경했다. 당시 엔진은 1.6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3.0리터 V6, 3.0리터 V6 엔진을 얹었다. 모두 포드 사의 엔진이였다.
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1987년 쌍용차(당시 동아자동차)에 칼리스타를 매각했다. 쌍용차가 인수하긴 했지만 스포츠카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스포츠카라는 개념조차 희박할 때였기 때문에 생산을 5년간 미뤘다. 이후 1992년에 평택 공장에 조립 라인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기대가 높았던 쌍용차
판매량 저조로 2년만에 단종
쌍용 칼리스타는 클래식한 외모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쌍용차 내에서도 기대가 큰 모델이였다. 수제 스포츠카인 만큼 목표는 높게 잡지 않았으며, 연간 내수 100대, 수출 200대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쌍용차의 기대와는 달리 높은 가격 때문에 판매량이 많지 많았다. 3,300만원에서 3,800만원 정도로 당시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던 그랜저 2세대 3.0 모델(2,490~3,490만원)보다 비쌌다. 수제작인데다가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비쌀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출시 2년만인 1994년에 판매를 중단했다. 목표 생산량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연간 내수 100대는 커녕 단종될때까지 총 78대밖에 생산되지 않았다.
칼리스타의 디자인부터
사양까지 살펴보자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칼리스타의 디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연 클래식한 외모가 독보적이다. 전면은 세로로 긴 보닛을 중심으로 좌우에 커다란 원형 헤드램프 한쌍과 작은 원형 헤드램프 한쌍이 위치해 있다.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된 길다란 철제 범퍼가 그릴에 장착되어 있으며, 범퍼 좌우에 안개등과 방향지시등으로 보이는 램프가 존재한다. 가장자리에 요즘 차에는 순정으로는 보기 어려운 오버휀더가 존재한다.
측면은 스포츠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버휀더로 맨 앞에서부터 맨 뒤까지 곡선 형태로 이어져 있으며, 도어가 있는 부분은 발판 기능을 겸하고 있다.
루프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여닫을 수 있으며, 열어놨을 때 더욱 멋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휠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으로 무수히 많은 얇은 스포크로 이루어져 있다.
후면은 트렁크 부분이 기울어 져 있으며, 디펜더나 G바겐, 랭글러 등의 정통 SUV처럼 예비 타이어를 트렁크에 장착되어 있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후면에도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된 길다란 철제 범퍼가 존재하며, 그 아래에 테일램프가 존재한다.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 후진등이 사각형 형태로 구분되어 있다.
크기는 상당히 작다. 전장 3,930mm, 전폭 1,740mm, 전고 1,300mm, 휠베이스 2,550mm이다. 팬더 리마 시절보다 크기가 약간 커졌다. 길이는 모닝과 프라이드 사이에 있으며, 전폭은 프라이드보다 조금 넓다. 전고는 상당히 낮다.
공차중량은 1,030kg으로 상당히 가볍다. 크기가 작은 데다가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량 스포츠카의 대표모델인 로터스 엘리스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다
쌍용에서 생산된 칼리스타는 자사의 2.0 가솔린 엔진과 포드의 2.9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4기통 2.0엔진은 최대출력 119마력, 최대토크 17.5kg.m을 발휘했다. 6기통 2.9리터 엔진은 145마력, 22.7kg.m을 발휘했다.
2.0 모델에는 4단 자동변속기와 5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되었으며, 2.9 모델에는 4단 자동변속기만 탑재되었다. 2.9 모델 기준으로 최고속도 208km, 제로백 8.45초를 기록했다.
대부분 해외로 반출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희귀차
칼리스타는 단 78대만 생산된 매우 희귀한 차다. 게다가 해외 클래식카 수집가들에게도 인기가 좋아서 생산된 물량들도 대부분 해외로 반출되고 현재 국내에는 10대 미만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특히 주행이 가능한 차는 더더욱 보기 어렵다. 도로주행하는 칼리스타를 보면 로또사러 가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귀한 만큼 중고 가격도 높다. 2019년 2.0리터 4단 자동변속기, 주행거리 1만 7천km인 모델이 매물로 나온적이 있었는데, 가격이 무려 6,900만원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멋스러운 클래식카
다시 출시된다면?
요즘 해외에서는 클래식카를 기반으로 한 뉴트로 전기차를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다. 뉴트로는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뜻으로, 이를 통해 중장년층들은 추억과 향수에 빠져든다. 현재 미니쿠퍼와 비틀, DB6, E-타입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전기차로 선보였다.
이런 사례처럼 칼리스타도 한정판으로나마 옛모습 그대로 전기차로 출시된다면 그 시절 추억이 있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쌍용차는 SUV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고, 사정이 어려운 탓에 당연히 출시 가능성은 낮다. 전기차 회사 설립을 꿈꾸는 누군가가 있다면 칼리스타를 베이스로 한 전기차를 만들어보는것은 어떨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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