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브랜드는 없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각종 품질 및 결함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테슬라는 품질 생각하면 못 타는 차”라고 언급될 정도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이렇게 많이 판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피해를 호소하는 차주들이 많음에도 제조사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차주들의 불만이 심화되어가는 테슬라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이젠 지방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팔렸다
요즘은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테슬라를 꽤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형마트나 새로 지어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선 전기차 충전시설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들을 만나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브랜드는 테슬라다. 내연기관을 포함한 수입차 전체 판매 비율을 살펴봐도 5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 실적을 종합해보면 테슬라는 1만 1,601대를 판매해 수입차 5위를 기록했다.
합리적인 가격,
오토파일럿 등 뛰어난 사양
모델 3가 효자였다
테슬라 판매량을 이렇게 단숨에 수입차 상위권으로 견인한 것은 모델 3 덕분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모델은 10,866대로 사실상 모델 3가 테슬라 판매량의 90% 수준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슬라가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는 보조금을 적용받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컸다. 또한 타사 전기차들보다 뛰어난 주행 가능 거리, 오토파일럿 반자율 주행 시스템 등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양들이 대거 탑재되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을 일찌감치 접수하여 선도할 수 있었다.
단차, 조립 불량은 기본
바퀴 빠짐 결함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많이 팔린다고 해서 모든 게 좋았던 것은 아니다. 테슬라를 구매한 차주들 사이에선 품질과 결함에 관련된 불만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위상이 커져가고 있는 테슬라이지만,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테슬라를 출고한 차주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단차나 조립 불량이 없는 차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며, 어느 정도의 간단한 문제는 차주가 감수를 하고 타야 하는 정도라는 분위기다. 품질 문제뿐만 아니라 탑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함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해외에선 모델 S, X, 3를 가리지 않고 주행 중 바퀴가 빠져버리는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모델 S의 조수석 앞바퀴가 탈거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3일 동안 어떠한 연락이나 조치도 받지 못했다.
신차 출고 후 지붕이
통째로 뜯겨나간 모델 Y 차주 이야기
미국에선 테슬라 모델 Y를 구매한 차주가 신차를 인수한 뒤, 집으로 귀가하던 중 글라스 루프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황당한 사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짧은 2초짜리 영상을 업로드했으며, 글라스 루프나 통째로 날아간 뒤 주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황당한 사고를 겪은 해당 차주는 즉시 모델 Y를 판매 대리점에 돌려보냈고, 테슬라 측은 차를 무상수리해 주겠다고 했으나, 차주는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다른 차량을 구입할 것임을 밝히며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국내에 판매된 모델들도
예외는 없었다
테슬라의 품질 및 결함 문제는 해외에서만 이슈가 된 것이 아니다. 테슬라 또는 전기차 동호회를 살펴보면 테슬라를 타다가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호소하는 차주들을 매우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엔 테슬라가 마음에 들어 모델 S, X, 3까지 3대를 구매한 차주가 신차 구매 후 결함 증상을 호소했지만, 센터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는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차주의 모델 3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시동 꺼짐 현상이 발견되며, 차를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일명 벽돌 상태로 변하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한국 서비스센터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차를 구매한다면 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미국에선 11만 5천 대
서스펜션 결함 조사 착수
국내는 감감무소식
이렇게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테슬라 결함과 관련된 뉴스나, 이를 시정하는 리콜 소식은 접하기 어렵다. 간혹 해외에선 문제 조사에 착수했다든지, 리콜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하지만, 국내에선 온갖 문제들이 지적되는 현실에도 정부 기관이 주체가 되어 리콜을 실시하거나 시정 조치를 내렸다는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에선 지난달 27일, 도로교통안전국 NHTSA 주관으로 꾸준히 지적되던 프런트 서스펜션 안전 문제로 11만 5천 대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2017년 테슬라가 스스로 해당 문제를 시정했지만 이후에 생산된 차량들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렸다.
미국, 중국에선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으나
이 역시 국내에선 진행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에선 대규모 리콜도 이미 진행한 바 있다. 미국에선 지붕 부품과 볼트 조임에서 결함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2015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생산된 모델 X 9,136대 리콜을 실시했다. 중국에선 서스펜션 결함 문제로 모델 S와 X 3만 대가량을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했다.
리콜 대상 차량은 2013년 9월부터 2018년 1월 사이에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여 중국으로 수출한 전량이 회수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중국 당국은 성명문을 통해 “테슬라 두 모델에서 결함이 발견돼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라며 “테슬라가 해당 차량을 모두 리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 판매된 모델 S나 X 리콜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자동차 리콜센터
결함 신고 건수는 폭증
국토부도 주시하는 중
국내에서도 테슬라 차주들 사이에서 품질 및 결함 문제로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 역시 테슬라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자동차리콜센터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 판매량이 올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그만큼 결함 신고도 폭증하고 있다”라며 “테슬라 차량 품질 문제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는 중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후 직접적인 시정 조치나 차주들의 불만을 해소해 줄만한 어떠한 액션은 아직까지 취해진 것이 전혀 없다. 테슬라 차주들은 품질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대처하는 자세 역시 꾸준히 지적하고 있었다. 한 테슬라 차주는 “소통 자체가 없는 제조사”라며 “현 상황으로선 뽑기 잘못하면 해결하지도 못하고 소비자가 독박 쓰는 구조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월까지 존재했던
불공정 약관의 실체
테슬라 코리아는 지난 8월, 갑질이 담긴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공정거래 위원회가 ‘테슬라는 차량 결함 등 문제가 발생해도 최대 10만 원만 배상하고, 고객이 차를 늦게 인수하면 차가 파손돼도 배상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지적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조항이다.
그간 테슬라를 구매한 차주들은 이러한 매매 조항에 동의를 하고 차를 구매한 것이었다. 내용에 따르면 테슬라는 차에 어떠한 문제가 생겨도 현금 10만 원 이외엔 어떠한 책임조차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추가해 놓았다. 문제가 생겨도 제조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니, 일반적인 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렵다.
여전히 불만 가득한 소비자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제조사
면책조항 시정소식이 전해지자 테슬라 차주들의 분노 게이지가 높이 치솟았다. 한때 동호회에서는 “한국에서 배짱 장사하던 이유가 있었네”, “21세기에 저런 말도 안 되는 면책조항이 존재하다니”,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 보는 구조다”, “다음 차는 테슬라 살 일 없을 거 같다”라는 반응들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조항이 개선된 이후에도 제조사가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 서비스센터의 품질 만족도 등은 크게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많은 국내 테슬라 차주들은 품질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결함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마땅한 보상이나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차주들도 다수 존재한다. 소통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테슬라의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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