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비하인드뉴스 전국 모든 차에 있는 옵션이 알고 보니 제조사 위한 꼼수였다

전국 모든 차에 있는 옵션이 알고 보니 제조사 위한 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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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뭘까? 결함으로 인한 사고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급발진 사고나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사고 이런 것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 경우 자동차가 운전자의 조작 범위를 벗어나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근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법원에서 인정된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단 한 건도 없었다. 이게 정말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없었기 때문일까?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최근 이례적인 판결이 하나 나왔다. 2년 전 발생한 BMW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소송에서 국내 최초로 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인정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심지어 오늘 내용에서 제일 중요한 말도 이 판결에서 나왔다. “급발진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려면 그 근거를 제조사가 제시해야 한다” 이 말은 오늘 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말이다.

(사진=SBS뉴스)

근데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2심에서 나온 판결이라서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은 상황이고, 배상 내용에 대한 비판도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유가족이 특별했기에 승소할 수 있었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연이은 화재 사고로 논란이 되었던 코나 일렉트릭에서 또 다른 결함이 발견됐다.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는 결함이 발견됐는데, 최근에는 이 결함 때문으로 의심되는 차량 전복 사고가 있기도 했다. 제조사 측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결함 때문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장치가 있다. EDR이다. 사고 전후 일정 시간 동안 자동차의 운행 정보를 저장하는 사고기록 장치다. 이를 분석해서 운전자가 사고 전에 어떤 조작을 했는지를 알 수 있고, 그 사고가 결함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운전 미숙으로 인한 것인지 쉽게 판단해낸다.

그런데 EDR이 제 역할을 하긴 하는 걸까? 그리고 만약 EDR이 진짜 사고기록 장치가 아니라면 어떨까? 오늘의 이야기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대한민국에서 결함 때문으로 인정된 사고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진짜 이유와 EDR의 진실, 그 씁쓸한 내막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글 이원섭 PD

(사진=SBS뉴스)

1심 판결 뒤엎고 유족 측 근거 인정
국내 최초로 급발진 인정한 사례

먼저 BMW 급발진 의심 사고다. 이 사고는 2년 전 호남고속도로에서 일어났다. 엄청난 속도로 고속도로 갓길을 달리던 BMW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박아 운전자 부부가 숨진 것이다. 사고 후에 유가족은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와 사고 장소의 CCTV 영상을 확인했는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고 전에 차량은 비상등을 점등하고 있었고, 갓길로 주행 중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짧은 거리도 아닌 300m가 넘는 거리를 엄청난 속도로 주행했다는 것인데, 유가족 측은 이걸 결함으로 인한 비상조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서 20여 미터 정도 진행한다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지만 300m가 넘는 거리를 진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페달을 오인할 리는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SBS뉴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가족 측은 1심에서 패소하게 된다. 법원이 “유가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가족이 제출한 증거가 대부분 당시 정황만 담은 증거들이어서 그 효력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2심에서는 유가족 측이 승소한다.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엎고 유가족 측의 근거를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빠른 속도로 주행한 것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운행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판단된다”라고 말했고, 이것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정된 사례다.

(사진=SBS뉴스)

그리고 여기서 굉장히 눈여겨볼 만한 표현이 등장한다. “급발진이 아니라면 그 근거를 제조사가 제시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오늘 내용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지금까지 소비자에게 던져졌던 결함의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게로 돌린 의미 있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이 판결이 2심 판결이라서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결국 아직 소송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심지어 2심 판결까지 오는 데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판결은 유가족 두 명에게 각 4,000만 원씩을 배상하라는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따로 있었다바로 이 소송을 진행한 것이 운전자 부부의 사위였다는 것이다. “유가족인 사위의 직업이 변호사였기 때문에 승소할 수 있었다”라고 보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유가족이 일반인이었다면 어땠을까이번 사례처럼 적절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을까쉽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이크 결함 의심 사고 발생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다”

그러면 이번에는 코나 일렉트릭의 전복 사고를 한 번 살펴보자이 사고는 최근에 경남 밀양에서 발생했다. 주행 중이던 코나 일렉트릭이 시속 150km/h로 벽을 들이받으면서 전복되는 사고였다그런데 운전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수차례 번갈아 밟아보기도 하고 브레이크를 바닥끝까지 밟았지만 제동이 전혀 되지 않았다

결국 이 사고의 원인이 브레이크 결함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그런데 코나의 브레이크 결함은 이전부터 대두되고 있었다무려 작년부터 말이다. 작년에 4올해에는 무려 15건의 결함 신고가 있었던 것이고, 내용도 모두 브레이크 작동 불가였다.

이중 코나 일렉트릭이 13건, 코나 하이브리드가 6건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전자식 브레이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고도 전자식 브레이크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을 확률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이미 지난 7월부터 코나의 브레이크 결함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술분석 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고에 결함을 의심할 만한 특이점이나 경향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실시한다”… 결국 브레이크 결함을 의심할 만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해가 가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결함을 의심할 만하고 심지어 그 결함이 브레이크와 같이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에 대한 결함이라면, 그리고 그 결함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면, 일단 관련 차종에 대해서 운행 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를 하는 게 옳은 방식이지 않을까? 결함을 의심할 만하다면서 해당 차량의 운행을 지속시키는 건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면 나올 수 있는 생각인 걸까?

심지어 이 조사,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봤더니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 중이다”…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현대차와 관련된 안전 문제인데 현대차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서 조사 중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용의자에게 직접 증거 찾아오라는 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절도 용의자가 하나 있다. 만약 이 용의자한테 “당신이 물건을 훔쳤다는 신고를 받았으니 증거를 가져와라” 이렇게 말한다면 순순히 증거를 가져올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걸 지금 자동차안전연구원이 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하는 걸까?

이 사고가 발생하고 차주는 사고기록 장치 분석을 요구했는데, 여기서 현대차의 단골 멘트가 나온다. “가속 페달만 밟았지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기록은 없다”… 근데 이 사고기록 장치의 조사를 누가 했을까? 현대차가 직접 했다. 이게 과연 믿을만한 결과일까?

(사진=시사저널)

결국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두 가지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자체적인 조사를 못하고 현대차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사고기록 장치의 분석을 현대차가 직접 하는 이유다.

그전에 EDR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미국에서 EDR 관련 법규가 제정되면서 국내에도 유사한 규정에 대한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2015년 12월부터 국내에도 EDR의 의무 공개 규정이 발효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발견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미국의 경우에는 EDR이 기록하는 항목 중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구체적인 항목을 지정했다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항목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장비를 봐도 이상하다미국의 경우에는 모든 차종에 적용될 수 있는 통용 장비를 지정했다이를 통해서 국가 기관 등 객관적인 단체에서 장비를 구입하여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이 장비가 제조사에게 있다따라서 국가 기관 등에서 관련 장비를 구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보여주기식 규정이라는 것인데, “의무 공개라고만 해놓고서는 공개해야 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분석도 제조사만이 할 수 있으니 객관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심지어 EDR은 엄밀히 말하자면 사고기록 장치가 아니다원래는 에어백을 제어하는 ACU 전자제어장치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로 제조사에서 에어백이 사출되는 과정을 보기 위한 기록 장치였다.

따라서 에어백이 사출되지 않거나안전벨트 프리텐셔너가 작동하지 않거나속도 변화 누계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브레이크의 작동 여부가 온오프로만 판단되는데,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나온다브레이크가 어느 정도 작동돼야 이고 어느 정도 작동되지 않아야 오프인지 확실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브레이크 신호가 으로 나오고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점등된 것을 본 목격자가 있더라도 제조사 측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덜 밟았다고 주장하거나 가속 페달과 동시에 밟았다고 주장하면서 운전자 과실로 몰고 가면 운전자는 이겨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실제로 우리 채널에서 다뤄드렸던 LF 쏘나타 급발진 의심 사고의 경우에도 현대차가 이런 주장을 했었다비슷한 사례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서 다른 제조사들도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사진=동아일보)

소비자가 직접 결함 밝혀내야 하는 나라
“과도한 책임은 기업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

또 다른 문제는 브레이크 센서마저 고장 나는 경우다이 경우 운전자가 아무리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도 장치에는 오프로 기록된다는 것이다결국 코나 일렉트릭처럼 전자식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차량에서 전자제어장치가 고장 나게 되면 전기신호가 제대로 보내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EDR에는 브레이크 오프로 기록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EDR이 있어도 자동차안전연구원이나 국과수 등 국가 기관에는 이를 분석할 장치가 없고, EDR이 있어도 제조사 측에서 운전자의 과실로 몰고 가기가 쉽다는 것이다결국 EDR은 소비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름만 그럴싸한 장치인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차량 결함을 소비자가 직접 조사해서 밝혀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나라가 됐고,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고기록 장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결론적으로 선진국이니 뭐니 암만 떠들어봤자 시민들의 안전 하나 보장해 주지 못하는 초라한 나라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심지어 레몬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여 결함의 입증 책임을 제조사로 돌리려고 하면 각종 경제 단체가 난리가 난다그들은 과도한 책임 부담은 기업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라고 말한다. 결국 그들에게는 시민의 권리고 안전이고 상관없이 기업의 경제 활동이 우선인 것이다.

BMW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 소송의 1심 판결문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유가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EDR 분석 자료도 제조사에게 있고, 국가 기관도 유가족을 돕지 못한다.

그러면 도대체 유가족은 어디서 증거를 찾아야 하는 건가? 특히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 유가족이라면? 코나 일렉트릭의 브레이크 결함 의심 사고와 LF 쏘나타 급발진 의심 사고를 봐도 그렇다. 제조사는 그냥 딱 한 마디만 하면 된다.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보인다”

이래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인가? “안전한 차를 만들어 달라”, “결함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책임져 달라” 이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그리고 결함으로 인해 피해를 본 차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한마디 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법과 제도가 바뀌고, 제조사가 변화하기를 소비자들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래서 결국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나?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후진국 대한민국. 법과 제도를 바꾸고, 제조사를 변화시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 이제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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