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이슈플러스 “한국인들은 허세 민족?” 분명 벤츠가 더 좋을텐데 왜 한국 부자들은 제네시스를 탈까?

“한국인들은 허세 민족?” 분명 벤츠가 더 좋을텐데 왜 한국 부자들은 제네시스를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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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80 CLUB | 무단 사용 금지)

BMW, 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벤틀리, 롤스로이스 같은 제조사도 존재한다. 그러나 자동차 애호가들은 ‘고급차’하면 대부분 벤츠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그만큼 벤츠라는 브랜드가 선사하는 가치는 대단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5년 동안 수입차 판매 1위 타이틀을 뺏기지 않을 정도로 벤츠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런데 철옹성 같던 벤츠를 판매량으로 누른 브랜드가 등장했으니 무려 현대차가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다. 여전히 “제네시스가 벤츠를 따라가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이 제네시스를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벤츠를 판매량으로 누른 브랜드 제네시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어르신들에겐 ‘벤스’로도 불리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징
메르세데스 벤츠
“벤츠”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입에 담아보았을 만한 브랜드다. 자동차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벤츠는 고급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세상에는 벤츠보다 화려하고 빠르며, 더 비싼 자동차들이 즐비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고급차의 중심은 벤츠였다. 그때 그 시절 어르신들의 입에선 하나같이 “차는 벤스가 최고여~”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벤츠의 이런 프리미엄 이미지는 꾸준히 유지되어왔다. 국내에 들여온 첫 수입차가 바로 벤츠다. 1987년 7월, 정부는 배기량 2000cc 이상인 수입차의 수입과 판매를 자유화했다. 이에 한성자동차가 처음으로 수입한 벤츠 10대가 대한민국 수입차 공식 통계의 시작이었다. 당시 수입차는 부의 상징과도 같았으며, 대중들에겐 비난과 질시의 대상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고급차 영역에선
독보적인 완성도와 기술을 자랑한다
벤츠가 단순히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자동차들을 제조한다. 특히 벤츠 기술의 표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가 공개될 땐 매번 세계 최초 기술들을 대거 공개하여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S클래스에 적용된 첨단 사양은 이후 E클래스와 C클래스가 물려받는 식이며, 다른 라이벌 제조사들은 벤츠를 견제하기 위해 신기술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벤츠의 위상은 굳건했다. 오늘날에도 벤츠는 고급차 영역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완성도와 기술력을 자랑한다.

“벤츠에 내민 과감한 도전장”
한국이 만들어낸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이런 철옹성 같은 벤츠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국산 브랜드는 제네시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무려 10년간 준비했다는 제네시스는 2015년 정식 출범하여 북미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성적은 나름 훌륭했다. 신생 브랜드임에도 과거 현대 에쿠스를 타던 고급차 수요층이 제네시스에서 만든 EQ900과 G80으로 넘어갔으며, 법인차 수요가 탄탄한 한국 고급차 시장이기에 매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국산차임에도 제네시스는 그간 메르세데스 벤츠 판매량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국산차가 국내에서 수입차에게 판매량으로 뒤진다는 것이 쉽게 보기 어려운 일인 만큼 벤츠의 저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바로 작년인 2019년 판매량만 살펴보더라도 벤츠는 한국에서 7만 8,113대를 판매했고, 제네시스는 5만 6,80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
전 세계가 인정하는 상품성
벤츠를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우리 모두는 그만큼 벤츠가 뛰어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전 세계가 인정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제 고작 5년 차에 접어든 제네시스가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라는 걸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제네시스가 출범 5년 만에 벤츠를 상품성으로 잡았다는 게 더 이상하다.

벤츠는 라인업도 매우 다양하다. 해외까지 눈을 돌리지 않고 당장 국내에 판매하는 차종만 보더라도 제네시스보다 훨씬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한다. 각각 차량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선택권도 다양한 벤츠를 제네시스가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옵션도 풍부해진 수입차
기본기 차이가 더욱 드러날 수밖에
그나마 과거엔 “상대적으로 수입차는 옵션이 부족해 이 부분만큼은 제네시스가 더 뛰어나다”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오르내렸다. 그러면서 제네시스의 상품성이 가성비로 포장된 것이다. 후발주자로썬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에서 가성비를 장점으로 내세운 것은 사실 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입차도 옵션이 국산차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사양을 갖춘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기본기 차이가 더욱 드러날 수밖에. 아직도 가격 대비 적용되는 옵션을 따지자면 제네시스가 우세하지만, 옛날만큼 수입차가 옵션으로 뒤떨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제네시스가 못해서가 아닌
수입차가 더 잘해서 그런 것
물론, 이것은 제네시스가 못해서가 아닌 수입차가 더 잘해서 그런 것이다. 제네시스도 2015년 출범 이후 5년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제네시스가 발전을 이룰 동안 벤츠를 포함한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그들은 여러 신기술을 선보였고, 후발주자인 제네시스는 이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 세계에선 후발주자가 선발대를 무너뜨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제네시스가 시장 판도를 뒤집기 위해선 그들을 앞설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갈피를 못 잡던 제네시스
올해 방향성 확립에 성공한 결과
그렇게 출범 이후 벤츠를 판매량으로 넘어서지 못하며 고전하던 제네시스가 올해 출시한 신차들이 연이어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벤츠를 꺾는데 성공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제네시스는 국내시장에서 9만 6,069대를 판매했고, 벤츠는 6만 7,333대를 판매했다.

제네시스가 벤츠 판매량을 꺾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년 만에 벤츠 꺾은 제네시스’와 같은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일각에선 “벤츠 대신 제네시스를 산다”라며 이제는 제네시스가 충분히 수입차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네시스가 올해 대박 행진을 이어간 이유는 신차들이 드디어 제대로 된 방향성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냉정하던 국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애정 섞인 쓴소리
제네시스는 올해 1월, 브랜드 최초로 선보이는 SUV GV80을 공개하며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 전략과 향후 방향성을 제시했다. 전면부에 크게 자리 잡은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로 표현되는 램프들은 제네시스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을 것임을 선언했고, 이후 출시된 G80이나 G70 페이스리프트, GV70에서도 같은 디자인 철학을 유지했다.

다행히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았다. GV80과 G80 디자인이 공개되자마자 소비자들은 “역대급이다”, “이 정도면 수입차에 꿀리지 않는다”, “제네시스가 사고 친 거 같다”라며 열띤 반응을 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일각에선 “그래도 아직 수입차 완성도 따라가긴 멀었다”, “디자인보단 상품성을 더 개선해야 할 것”, “국산차 응원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라며 애정 섞인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감 잡은 제네시스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해
국내에서 판매량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제네시스는 향후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당장 내년엔 제네시스 브랜드로 전기차가 출시되며, 북미 시장에 신차들을 출시하여 실패의 쓴맛을 본 과거에 대한 복수전을 계획하고 있다.

북미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시장에도 진출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제네시스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특히 북미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상품성이 뛰어난 차는
자연스레 많이 팔리는 법
그럼, 국내 소비자들이 벤츠가 아닌 제네시스를 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수입차를 포기해도 좋을 만큼 상품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가성비로만 평가받던 제네시스였지만, 이제는 수입차에 버금가는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품질 문제는 별개로 생각했을 때 말이다.

수입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디 오더 시스템을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신형 제네시스들은 기본 트림을 두고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는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간 트림별로 묶여있는 판매 구조 때문에 원치 않는 사양을 억지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런 점들을 해결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탈만한 국산차가 등장하면
언제든 넘어갈 준비가
되어있던 소비자들
그간 수입차를 타던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대체할 만한 국산차가 등장한다면, 언제든지 넘어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실제로 GV80과 신형 G80이 출시되자, 기존에 수입차를 타던 고객들이 넘어온 경우가 매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수입차를 5년 정도 타고 있던 많은 고객들은 AS의 불편함과 보증기간이 끝난 뒤 수입차 유지비에 부담을 느껴 제네시스를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수입차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국산차가 없었으나, 신형 제네시스들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다.

“수입차에서 넘어오면
100만 원 추가 할인해드려요”
현대차의 치밀한 마케팅전략
제네시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꽤 오래전부터 제네시스는 수입차를 타던 고객이 제네시스를 구매하게 되면 추가로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펼쳤다. 유입을 적극적으로 노린 것이다. 거기에 타던 수입 중고차를 트레이드인 하게 되면 매각을 도와주고 추가금을 지원해 주는 등의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트레이드인 정책은 주로 수입차 딜러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다. 수입차를 오랫동안 타던 고객들이 제네시스를 구매하게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물론 국산차를 타다가 제네시스로 넘어간 고객들 입장에선 조금 서운할 수 있지만.

“너 성공했구나”
한국에서만큼은 통하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
한국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이 탄다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 역시 한몫했다고 볼 수 있겠다. 과거엔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제네시스가 하고 있는 셈이다. 매월 1만 대씩 판매되는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이라고 하기엔 이제 너무 많이 팔린다.

해외에선 인지도가 없어 찬밥 신세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어느 정도 통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코리안 프리미엄”, “방구석 여포”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이제 국내 시장에선 어느 정도 안정적인 행보를 보임과 동시에 방향성에 대한 갈피를 잡은 만큼, 앞으로 해외에서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번에는 부디 ‘코리안 프리미엄’에 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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