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우리가 지킨다!” 최악의 결함 죄다 눈감아준 국토부의 소름 돋는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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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화재 가능성으로만 다섯 번의 리콜을 진행했습니다. 그 대상도 총 11종 200만 대에 달했죠. 그런데 국내에서 같은 이유로 진행된 리콜은 단 한 건이었습니다. 두 종의 차량 50만 대를 리콜한 것이 전부였는데요. 횟수로 따지면 80%, 차량 대수로 따지면 75%의 확률로 국내에서는 리콜을 시행하지 않은 셈인 거죠.

최근 현대차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수치라고 볼 수 있는데요. 품질 및 결함 문제는 물론이고 작업자의 태도 문제까지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서비스 센터의 실태도 속속 밝혀지고 있죠. 리콜을 비롯한 관련 대처는 정말로 부적절한데요. 미국에서는 또 이런 문제에 정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보이니 결국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죠.

그런데 최근 현대차만큼 많은 비판을 받는 정부 기관이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 기관과 현대차의 카르텔, 다시 말해 유착 관계에 대한 의심마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름 그대로 국토와 교통에 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 국토교통부가 그 주인공이죠.

현대차가 논란이 될 때마다 국토부도 함께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현대차와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심이 왜 매번 등장할까요?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국토부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는 이유와 국토부와 현대차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이원섭 PD

(사진=오토포스트 독자 ‘김민혁’님 제공)

“결함이나 이로 인한 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는다?”

지난 6월에 발생했던 그랜저 화재 사고, 아마 저희 독자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차주에 따르면 고속도로 주행 중 갑자기 차량 앞쪽에서 무언가가 갈리는 소리가 나더니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출고한 지 6개월이 지났고 누적 주행 거리는 4,800km 정도였으니 차주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죠.

여기서 국토부로 시선을 한 번 돌려볼까요?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주행 중에 갑자기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화재의 원인을 파악해야 할 텐데요. 사고 발생 후 약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화재의 원인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아예 조사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시작할 마음도 없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죠.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별하고
국산차 밀어주기에 힘쓴다?”

BMW와 현대차의 공통점이 뭘까요? 두 제조사 모두 국내에서 차량 화재 사고로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죠. 여기서 국토부의 대처를 한 번 보겠습니다. 일단 BMW 화재 사고 논란을 살펴보자면 BMW 측에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국토부가 정밀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EGR뿐만 아니라 흡기 다기관에도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이로 인해 리콜의 내용이 ‘EGR 교체 및 흡기 다기관 점검’이었습니다. 이후 흡기 다기관에서 문제가 파악되면 교체를 진행하는 식이었죠. 제조사가 파악한 결함의 원인이 진실인지, 또 다른 원인은 없는지 면밀하게 조사한 것이 실제 리콜 내용으로도 이어졌던 좋은 사례였습니다.

(사진=소방청)

그런데 이번에 논란이 되었던 코나 일렉트릭의 연이은 화재 사고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첫 화재가 발생한 것이 작년 7월이었고 1년이 넘은 지금까지 국토부가 파악한 화재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리콜 발표 때는 현대차가 주장한 ‘배터리 셀 분리막 손상’이라는 원인을 확인도 없이 원인으로 확정한 것처럼 보였죠.

국토부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화재 발생 가능성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좀 이상하죠? 현대차의 희망사항을 국토부가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마치 현대차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국토부에 대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현토부’라는 별명까지 붙었죠.

리콜을 심사하는 위원의
자녀가 해당 제조사에 재직 중?

국토부에서 차량 리콜을 결정하는 과정이 어떻게 될까요? 소비자들로부터 결함 신고가 접수되거나 결함의 가능성이 발견되면 국토부가 자동차안전연구원에 결함 조사 지시를 내립니다. 이후 조사 결과가 나오면 또 다른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이들이 바로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였죠. 이들은 리콜 심평위라고도 불립니다.

이 심평위를 구성하는 위원들은 대부분 자동차 전문가로서 대학교 자동차 공학과 교수들입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강제 리콜 판정을 내려도 심평위가 괜찮다고 하면 강제 리콜 진행이 어려운데요. 만약에 심평위의 자녀가 제조사 계열사에 취업한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공정성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죠.

한 언론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그랜저 HG 배출가스 결함 건을 심사했던 한 위원의 자녀가 현대차 계열사에 재직 중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이어서 지난 BMW 화재에 민관합동조사단으로 나서기로 한 위원의 자녀도 BMW에 재직 중이었습니다. 자녀가 재직 중인 회사를 부모가 조사하게 된 건데 공정한 조사가 가능할까요?

말뿐인 개편 진행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민관합동조사단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 위원의 자녀가 BMW에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국토부장관은 지난 2018년 8월 해당 위원을 사임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를 2019년 1월부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는데요. 인사검증체계를 강화하여 객관적으로 공정한 인사로 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 중 현대차 공식 서비스 센터인 ‘블루핸즈’의 공업사 대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심지어 이 위원은 지난 5월 현대차 쏘나타를 대상으로 한 중재위원회에 참가했는데요. 일반 심의 위원도 아닌 중재 위원장으로 참가했습니다. 국토부가 아직도 공정한 인사 구성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레몬법 시행 2년째
교환 또는 환불은 0건

이제 레몬법을 볼까요? 레몬법은 자동차 교환 및 환불에 대해서 소비자가 구제를 받기 위해 도입된 제도죠.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니까 이제 2년째가 지나가고 있는데요. 그동안 레몬법 적용으로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교환과 환불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인데 교환과 환불이 단 한 건도 없었다니 레몬법 중재 접수가 그만큼 적었던 걸까요? 아닙니다. 중재 접수는 지난 8월까지 총 466건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레몬법을 제대로 시행할 생각조차 없다”, “소비자 달래기 식으로 이름만 만들어 놓은 것이 레몬법이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죠.

국토부와 도로교통안전국을
비교하면 결과가 이해된다

국내에서 국토교통부가 있다면 미국에는 도로교통안전국이 있는데요. 이 둘을 비교해보면 현대차가 유독 국내에서 결함 해결에 소극적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안전국은 “도로교통안전국이 존재하는 한 웬만한 결함은 전부 리콜 사항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한 레몬법이 그 힘의 원천이 되고 있죠.

미국의 레몬법은 어떤 경우에도 “결함이 없다”라는 것을 제조사가 직접 증명해야지만 교환이나 환불을 피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국내는 반대입니다. 국내에서는 “결함이 있다”라는 것을 소비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죠. 심지어 미국의 레몬법은 법적인 강제성을 지닌 반면 국내 레몬법은 단순 권고 사항이니 있으나 마나인 셈입니다.

(사진=민중의소리)

미국에서 진행된 리콜이 국내에서도 진행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글의 시작과 함께 말씀드렸는데요. 반대는 어떨까요? 국내에서 진행된 리콜이 미국에서도 진행된 경우 말입니다. 이는 이번 코나 일렉트릭 리콜 사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죠.

국내 리콜은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사고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면서 논란이 되자 가까스로 진행되었는데요. 미국에서는 국내 리콜이 진행된 지 3일 만에 자발적으로 진행됩니다. 미국에서는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요.

법과 제도와 제조사는 요지부동
결국 소비자의 변화만 남았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며 악순환을 구성하는 이유는 소비자, 제조사, 그리고 관련 법안과 관련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인데요. “내 차는 멀쩡한데 왜 호들갑이냐”, “뽑기만 잘하면 된다”라고 하는 소비자들이 상당히 많고 대부분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죠.

결국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니 관련 법안을 바뀔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으니까요. 관련 법안이 바뀌지 않고 빈틈투성이로 남으니 제조사는 지금처럼 이익만 추구하면 되는 것이죠.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서 악의 삼각형을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악의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세 개의 요인 중 하나라도 변화하는 것입니다. 세 요인 중 하나라도 변화한다면 삼각형은 무너져 내릴 테니까요. 그런데 제조사는 변화하려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죠. 논의조차 되지 않거나 발의가 되더라도 금세 기각되곤 합니다.

결국 변화해야 하는 것,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뿐이겠죠. 국내 자동차 시장의 올바른 변화는 소비자들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될 겁니다. 오늘은 미국의 유명 작가 앤서니 로빈스의 말로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습니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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