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사전계약을 실시한지 이틀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정부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친환경차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아차는 이를 두고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다”라고 밝혀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행정 예고문엔 친환경차 기준이 개편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주목받았다. 공문을 살펴보니 내년부터 친환경차 기준이 완전히 개편되어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이제는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직원 실수로 벌어진 일이 법이 바뀌면서 해결된 쏘렌토 하이브리드 인증 사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12월 1일 자로 등록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입법예고 공고문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행정예고 페이지에는 공고 제2020-674호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행정 예고문이 올라왔다. 고시를 개정함에 있어, 이를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수렴하고자 개정 이유와 주요 내용을 알린 것이다.
오랫동안 변함이 없었던 자동차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개선한다는 소식인데, 이번에 공고가 올라왔으니 내년부터는 해당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출시되는 신차들은 개편되는 새 기준에 맞추어서 차를 판매해야 한다.
2011년 이후 변화가 없었던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을
전면 개정한다
친환경차의 에너지소비효율 기준 및 기술적 세부사항에 관한 요건은 2011년 이후 개정이 없었기에 현실의 기술 수준과는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따라 “일반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변별력이 저하됐다고 판단하여 법 개정을 시행한다”라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차 인증 제도는 에너지소비효율 및 기술적 세부사항을 확인하여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친환경차 기준치에 충족된다면 해당 차량은 신차로 판매할 때 세제혜택을 받아 조금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배기량으로 구분되던 친환경차 기준
이제는 차량 크기 및
배기량으로 기준을 세분화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큰 변화가 존재했다. 그간 배기량으로 구분되던 친환경차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이 차량 크기 및 배기량으로 세분화된 것이다. 기존엔 ‘1,000cc 미만’, ‘1,000cc 이상 1,600cc 미만’, ‘1,600cc 이상 2,000cc 미만’, ‘2,000cc 이상’ 이렇게 네 가지 조건으로 나누어 휘발유, 경유, LPG 연료에 따라 기준 연비를 제시해 친환경차 인증을 진행했다.
그러나 개정되는 새로운 법안을 살펴보면 에너지 소비효율이 경형, 소형, 중형, 대형 4가지로 세분화되어 차량 크기 및 배기량별로 기준을 세분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배기량 기준에 자동차 크기를 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기준 연비 14.3km/L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초과
중형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
개정된 친환경차 중형 구간에 속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휘발유 기준 연비는 14.3km/L, 배기량 1,600cc 이상 2,000cc 미만 또는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초과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기존 조건은 1,000cc 이상 1,600cc 미만이라면 크기에 상관없이 15.8km/L 이상의 기준 연비를 충족시켜야 했지만, 크기에 대한 기준이 추가되면서 중형 이상급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에겐 규제가 완화된 셈이다.
0.5km/L가 모자랐던
쏘렌토 하이브리드
이제는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해 논란이 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배기량이 1,598cc이지만 크기 기준이 중형 조건에 충족하므로 중형으로 분류되며, 이에 따라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연비 기준이 14.3km/L를 넘겨야 하므로 사양에 따라 13.2km/L에서 13.7km/L를 기록한 4륜 구동 모델은 기준치를 여전히 충족하지 못한다.
전륜구동 모델은 사양에 따라 14.3km/L에서 15.3km/L를 충족하므로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정부의 기준인 14.3km/L에 쏘렌토 하이브리드 전륜구동 모델의 연비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직원 실수로 벌어진 일”
이라고 해명한 기아차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던 소비자들
기아차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인증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직원 실수로 벌어진 일이다”라고 해명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단순한 직원 한 명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출시 전에 이런 것도 검토하지 않는다니 말도 안 된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준조차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냐”, “이건 기아차의 역대급 실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걸 직원 실수로 몰다니 정말 무책임하다”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바꾼 것”
법이 바뀌어 문제가 해결됐지만
소비자들은 강한 비판을 이어가
그렇게 해프닝으로 지나간 쏘렌토 하이브리드 인증 사태가 결국, 산업통상자원부의 법 개정으로 인해 문제가 해결됐다. 4륜 구동 모델은 여전히 기준치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친환경차 법안이 개선된다는 소식에 많은 네티즌들은 “현대기아차에게 유리하게 법을 바꾼 게 아니냐”라며 의심을 제기하고 있었다.
해당 소식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법을 바꿔서 해결했다”, “예상 시나리오대로 기술 개발보단 법 개정이 빠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이러니 현토부 소리 듣는 거다”, “기술이 안돼서 조건을 충족 시키지 못했는데 친절히 법이 개정됐다”, “기업에 유리한 법안 개정은 정말 빠르네”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어차피 기술로는
극복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쏘렌토 하이브리드
법 개정으로 친환경차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된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기아차를 향한 네티즌들의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는 다음과 같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첫 출시 당시 논란이 불거진 뒤,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이어졌는데,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어차피 기술로는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렵다”라며 “차라리 법을 개정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는 의견들을 쏟아냈다.
이런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 막 신규 파워트레인을 개발하여 출시했는데, 갑자기 연비를 끌어올릴 방법은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4륜 구동 모델의 연비는 13.2km/L인데 기준치인 15.8km/L를 넘기려면 최소 2.6km/L가 올라가야 한다. 단기간에 기술적으로 연비를 이렇게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1년 만에 바뀐 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차가
쏘렌토 하이브리드라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11년 만에 바뀐 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차가 쏘렌토 하이브리드라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기도 하다. 더군다나, 쏘렌토 하이브리드 전륜구동 모델의 최저 공인연비가 정부의 새로운 기준치인 14.3km/L에 정확히 걸친 점 역시 이러한 의심에 무게를 더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전히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는 4륜 구동 모델을 기아차는 계속 판매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기준치가 바뀜에 따라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내년엔 국내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 싼타페는 쏘렌토에게 판매량으로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 어떻게든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신차 출시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쏘렌토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차 기준 충족이 어렵기 때문에 출시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법 개정이 완료되고 나면 싼타페 하이브리드 역시 출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존 차주들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할 전망
그럼, 올해 7월부터 다시 판매가 이루어진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구매한 기존 고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직 기아차의 공식 입장은 나온 게 없지만, 별다른 보상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친환경차 인증 제도 자체가 차를 구매할 때 세금을 감면받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아차가 이미 차를 구매한 기존 고객들에게 세금 감면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해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사전계약을 실시한 뒤 이틀 동안 하이브리드를 계약한 소비자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본 셈이다. 그들은 개별소비세 인하분과 친환경차 혜택으로 감면받는 세제혜택을 모두 제조사가 보상했기 때문이다. 바뀐 법으로 인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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