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품은 엔진과 변속기라고 할 수 있다. 차를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꼭 존재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기차가 출시되어 전기 모터가 이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럼 차를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품은 무엇일까? 모든 자동차에 필수로 적용되는 타이어다. 자동차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엔 대부분 타이어를 생산하는 이름난 회사들이 존재한다. 국내에선 한국, 금호, 넥센 타이어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빅 3로 불리는 국내 타이어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세 회사가 모두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일부 회사는 영업이익이 적자전환 국면에 맞이했다. 올해 합산 매출 추정액 역시 지난해 대비 1조 원 가까이 줄어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 국내 타이어 업계는 그야말로 어두운 상황이다. 이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내 타이어 회사들의 어두운 근황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28.5%부터 -97%까지
큰 하락세에 접어든
올해 상반기 타이어 3사 실적
올해 상반기 국산 타이어 3사의 실적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가장 큰 국내 타이어 제조사인 한국타이어는 영업이익 1,76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8.5%가 감소했다. 금호타이어는 영업이익에서 538억 원 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기록했다.
넥센 타이어는 영업이익이 고작 29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7%의 증감률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올해 상반기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의 실적은 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합산 매출 추정액은
1조 원가량 증발할 전망
3사의 올해 합산 매출 추정액 역시 작년과 비교해보면 매우 저조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3사의 올해 합산 매출 추정액은 10조 3,158억 원 규모로 작년의 11조 2,748억 원과 비교해보면 매출만 1조 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영업이익 역시 작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6,482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는 올해 매출 추정액이 6조 4,524억 원이며 수익성은 5,812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감률로 따지자면 매출은 줄었지만 다행히 수익성은 소폭 증가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넥센타이어는 수익성이 -80.6%를 기록해 올해 그 누구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공장 셧다운 사태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줬다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이 이렇게 실적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수출시장 문이 닫혀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한국, 금호, 넥센 타이어는 4월 한 달간 해외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했고, 그 이후로도 일시적인 셧다운과 생산량 조정이 반복됐다.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되어 해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용 OE 타이어 수요가 소폭 회복됐다. 그러나 내수시장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큰 해외시장에서 상반기 내내 제대로 타이어를 팔지 못했으니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내수시장 점유율
수입 타이어에게 밀리는 국산 타이어
그러나 해외 시장이 아닌 내수시장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한국, 금호, 넥센 타이어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해가 갈수록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국산 타이어가 내어준 점유율은 고스란히 수입 타이어 제조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타이어는 총 9억 4,300만 달러 규모로 2018년 대비 15.8%나 증가했다. 2015년 5억 1,100만 달러 규모에 불과했던 타이어 수입액이 최근 꾸준히 증가해 4년 만에 84%나 급증한 것이다. 특히 전체 타이어 수입의 68%가량을 차지하는 승용차용 타이어는 71.3%나 급증했다.
현대기아차가 국산 타이어를
외면하기 시작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렇게 수입 타이어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계속해서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내수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국산 타이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이후 신차 출고 타이어를 국산이 아닌 수입산으로 점차 교체하기 시작했고, 올해 출시된 여러 신차들엔 대부분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만 100만 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기아차가 국산 타이어를 외면하게 되니, 타이어 3사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쏘나타, 팰리세이드,
그랜저 같은 주요 차종들이
모두 외국 타이어를 사용한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외국 타이어 사용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국민차로 불리는 쏘나타에는 프랑스 타이어인 미쉐린, 이탈리아 타이어인 피렐리, 미국 타이어인 굿이어 제품을 사용한다. 그랜저는 미쉐린 타이어를, 팰리세이드에는 미쉐린과 일본 브릿지스톤 타이어를 출고용으로 장착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출시한 국산차 중 국산 타이어를 장착하는 차를 찾아보자면 아반떼 정도에 그친다. 현대자동차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주요 차종들이 출고 타이어로 수입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쏘렌토, 카니발 역시 마찬가지
기아차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아차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K7 프리미어엔 미쉐린 타이어가 적용되며, 스팅어에는 미쉐린과 브릿지스톤 타이어가 장착된다. 올해 중형 SUV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쏘렌토 역시 독일 콘티넨탈제 타이어를 사용한다.
국내에 판매된 미니밴 역사상 최다 사전계약 기록을 경신한 신형 카니발에도 신차 출고용 순정 타이어는 굿이어와 콘티넨탈을 사용하게 되면서 국내 타이어 3사와는 더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
올해 출고된 제네시스 신차들은
모두 수입 타이어를 사용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올해 출고된 모든 신차에 수입 타이어를 장착했다. GV80엔 피렐리와 미쉐린 타이어가 장착됐고, 이어 출시된 G80과 G70 페이스리프트, GV70 역시 마찬가지로 출고 타이어에서 한국, 금호, 넥센 타이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네시스는 꽤 오래전부터 출고용 OE 타이어로 수입산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제품의 고급화를 위한
제조사의 전략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멀쩡한 국산 타이어를 외면하고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업계에선 이를 제품의 고급화를 위한 제조사의 전략으로 해석했다. 수입 타이어는 국산보다 평균적으로 2~30% 정도 더 비싸다.
그럼에도 수입산 타이어를 고집하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 제고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 성능 문제도 있지만 고급차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수입 타이어를 채택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자동차들에도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여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제네시스 타이어 전량 교체”
꾸준히 품질 문제에
시달려왔던 국산 타이어들
또한 국산 타이어는 꾸준히 품질 문제가 지적되었다는 점 역시 제조사들이 수입 타이어로 갈아타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된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수입 타이어로 노선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2015년 한국타이어가 제네시스 전용으로 공급한 타이어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당시 현대차는 한국타이어를 장착한 제네시스 BH를 출시했는데, 타이어 편마모 현상에 따른 진동, 소음 문제가 발생하여 4만 3,000대 규모의 자발적 리콜을 시행했다. 이때부터 양사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실제로 리콜 사건 이후 출시한 제네시스 DH에는 한국타이어 대신 출고 타이어를 미쉐린으로 끼우는 등 수입 타이어를 본격적으로 장착했다.
2014년 현대차와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2014년 한국테크놀로지 그룹이 한라비스테온 인수에 참여하면서 현대차와 한국타이어 사이의 불신이 깊어졌다는 점 역시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가 돌아선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당시 현대차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한라비스테온을 인수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조현범 사장이 자동차 부품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결국 현대차와 한국타이어의 관계는 악화됐고, 이것이 현대차가 돌아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많았다.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친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국산보단
수입 타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역시 국산보단 수입 타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국산 타이어는 가격이 저렴한 것 빼고는 사실상 품질에서 더 나은 게 없다”라며 수입 타이어로 발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일부 고급차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입 타이어들이 대중적인 자동차들에도 두루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수입 타이어에 대해 가지는 부담감도 많이 줄어들었다”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만큼은
현대기아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산차 판매량을 집계해보면 현대차가 60만 2,953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41.5%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51만 2,911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35.3%를 차지했으며, 제네시스는 9만 6,069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6.6%를 차지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수시장 점유율 83.4%를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독과점 체제인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를 타이어 회사들이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해외에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내수시장에서만큼은 그 어떤 부품 제조사들도 현대기아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내수 실적을 회복하려면
OE 타이어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타이어 3사들이 내수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신차 출고용 OE 타이어 점유율을 높이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아니면 수출시장에 올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현대기아차 그룹과의 관계 회복과 더불어, 타이어 제조사들은 스스로 품질 확보 및 매력적인 신제품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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