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발전이 없지” 30년 전에 세계 최초로 자율 주행차 만들었던 한국인이 들었던 황당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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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뉴스)

테슬라의 양산형 전기차 개발로 인해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자율 주행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 양산형 전기차의 가능성을 확인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미래 사회를 겨냥한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혁신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애플까지 자율 주행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오늘날 미래 기술로 각광받는 자율 주행 기술이 이미 25년 전, 국내에서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게다가 당시 벤츠와 폭스바겐에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기까지 했다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시대를 앞섰지만, 국내 환경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한 국내 자율 주행 기술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사진=시사저널)

세계 최초로 도심을 주행한
자율 주행 자동차
전 세계에 자율 주행과 전기차 기술을 내세우며 혁신을 외치던 테슬라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자율 주행 기술을 선보인 사람이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한국에서 말이다. 바로 전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인 한민홍 교수이다.

한 교수는 1993년 6월, 아시아 자동차의 록스타를 개조해 만든 자율 주행 자동차로 서울 시내 시운전을 진행했다. 당시 약 17Km 정도의 구간을 자율 주행으로 무리 없이 주행하였으며, 자율 주행차가 시험 주행장이 아닌 공도를 주행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던
자율 주행 프로젝트
한 교수의 자율 주행 프로젝트는 초기, 군수 물자를 효과적으로 운반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군부 정권 직후로 군에 대한 반발심이 강했던 터라, 군을 위한 한 교수의 연구는 학생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심지어  개발이 진행 중인 차량이 일부 학생들에 의해 테러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이에 한 교수는 더 이상 연구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였고, 군수용으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의 방향을 민수용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사진=채널A)

세계에서도 한국의
자율 주행 기술을 주목했다
모교에서 우여곡절 해프닝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세계 최초 공도 주행이라는 업적을 세운 자율 주행 차량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에 첫 공도 주행 이후 2년 뒤인 1995년에는 국제 학회에 참석하여 자율 주행 기술에 대한 성과를 전 세계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기술을 접한 외국 제조사들은 한 교수의 자율 주행 프로젝트에 대해 “20년은 앞선 기술”이라며 입을 모았다.

독일의 벤츠와 폭스바겐에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 교수를 찾아올 정도였다고도 한다. 이후 한 교수는 드론의 원형 격인 미니 헬리콥터와, 지금의 내비게이션 격인 자동 주행 안내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선 한 교수의 기술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시만 해도 소극적이었던
기술 투자 환경
한 교수가 기술 상용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국제 학회에서 성과를 발표한 이후, 자율 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국내 정부에 산업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한 교수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외국과 달리, 당시 국내에서는 기술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한 교수에게 “기술이야 사 오면 되지, 왜 굳이 돈 들여 개발하려고 애를 쓰나?”라는 말까지 전했다고 한다. 정부의 투자가 좌절되었음에도 한 교수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이를 이루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세계 최초로 공도를 주행하고, 벤츠와 폭스바겐까지 주목하게 만들었던 국내 자율 주행 프로젝트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사진=채널A)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했다”
아쉬움을 표하는 네티즌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통탄했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했다”, “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나라가 발목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 투자에 너무 소극적이다” 등 국내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민홍 교수에 대해서도 “너무 일찍 태어나신 것 같다”, “기술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조금만 시대를 늦게 탔어도 한국의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있었다”, “시대를 잘못 만났다” 등 아쉬움을 나타내는 네티즌들을 주로 찾아볼 수 있었다.

꾸준히 대두되어 온
열악한 환경 문제
네티즌들의 반응처럼 열악한 국내 환경 탓에 재능 있는 개인이 역량을 펼치지 못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인 신석균 씨는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지금의 우유팩을 개발하였지만, 당시 한국이 전시 상황이었던 탓에 특허 등록을 하지 못했다.

쇼트트랙 올림픽 스타였던 안현수 선수가 열악한 환경 때문에 러시아로 귀화한 일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세간을 놀라게 만드는 수학 영재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천재성을 잃는 경우를 다분하게 접할 수 있다.

(사진=스포츠조선)

언제까지나
개천에서 용 나기만을
기대할 순 없다
대한민국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 등 세계를 놀라게 할 스포츠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이나 BTS 등 문화계에서도 세계적인 인재를 배출해내고 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성공한 스타들 덕분에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점차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빙상 환경 개선을 위해 수억 원을 쾌척한 김연아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개천에서 용이 나기만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까지도 용을 배출해내지 못한 분야는 열악한 환경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제2, 제3의 일론 머스크가 빛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개인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미리 환경을 조성해야만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SBS뉴스)

계속되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선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 속담 중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라는 말이 있다.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개인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난다는 말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심각한 인재 유출을 겪어왔다. 때문에 최근 들어 정부에서는 창업 지원, 인재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는 편협한 관점과 폐쇄적 사고방식 때문에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에 이름을 알리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제2의 한민홍 교수를 만들지 않으려면 개인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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