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장한 재밌고도 슬픈 별명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현대차 공화국”으로 현대차그룹의 국산차 점유율이 무려 83.4%에 달하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르쌍쉐”로 불리는 나머지 국산차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20%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그중에서도 쉐보레는 “인터넷 슈퍼카”로 불릴 정도로 인터넷상에서의 반응은 좋지만 정작 판매량은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쉐보레는 한국에서 차를 팔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소비자들은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째서 이런 반응들이 나온 걸까? 쉐보레의 판매 전략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쉐보레의 판매 전략이 비판받고 있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트레일블레이저
잘 팔린다는데 글쎄…
그동안 노사 협상으로 골머리를 앓던 한국지엠이 최근 노사협상을 마무리 짓고 흑자 전환에 도전했다. 경영 정상화를 이끌 모델로는 올 1월 선보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꼽힌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해외에서 형제 차종인 뷰익 앙코르 GX와 함께 지금까지 총 13만 대 이상 수출된 인기 차종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다른 모델에 비해 판매량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실제로 소형 SUV 판매량을 봐도 그렇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기아 셀토스는 4만 7,165대를 팔매 1위를 기록했다. 점유율 무려 22.6%에 이른다. 셀토스의 뒤를 잇는 모델로는 르노삼성 XM3, 현대차 코나, 기아차 니로, 쌍용차 티볼리가 있다. 이에 비해 트레일블레이저는 고작 1만 8,974대 팔며 셀토스의 절반도 안 되는 점유율 8.9%를 차지하는 데에 그쳤다.
쉐보레가 신차 출시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다
쉐보레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네티즌은 “인터넷 슈퍼카 또 등장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슈퍼카”는 “차는 좋다는데 막상 출시하면 안 팔리는 모델”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인터넷상에서는 좋게 평가받지만, 실제 판매량은 처참하다는 것이다. 특히 말리부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반응이기도 하다.
실제로 판매량을 살펴보자.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기아차 신형 K5는 7만 4,497대가 판매되면서 점유율 44.8%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같은 차급의 말리부는 5,997대 판매에 그치면서 고작 3.6%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에 머물렀다. 올해 유독 안 팔렸다는 현대차 쏘나타조차도 4만 5,120대 판매되면서 점유율 27.1% 달성한 것에 비하면, 말리부의 판매량은 처참할 따름이다.
뭐가 문제일까?
소비자 의견을 들어보자
뭇 소비자는 쉐보레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신차 출시 타이밍 등을 꼽는다. 미국에서 출시하는 신차를 국내에 너무 나중에 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티즌 사이에서 “기대한 날짜에 안 나오고 2년 이상 늦게 출시되면서 기대감이 줄어든다”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다시 말해, 처참한 점유율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도 모자랄 판에 쉐보레의 신차 출시가 너무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몇몇 네티즌은 국내 출시되는 쉐보레 모델을 두고 “한국형이라고 하면서 옵션이 하향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비싸게 나온다”라며 국내 출시 가격이 미국에 비해 비싸다는 점을 꼬집는 소비자도 있었다. 더불어 “실내 디자인이 별로다”라며 한국인 감성에 맞지 않는 실내 디자인이 아쉽다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산차야? 수입차야?
늘 불거지는 문제
사실 쉐보레는 ‘국산차’ 이미지를 포기하고 ‘수입차’로써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지려고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저 톨레도 부사장은 “수입차협회 가입으로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의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져 브랜드 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쉐보레는 유독 한국에서 ‘국산차냐’, ‘수입차냐’를 두고 논쟁이 많은 브랜드다. 쉐보레를 온전한 미국 브랜드로 인식하는 소비자와 지엠대우로부터 이어진 국산 자동차 브랜드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털사이트는 쉐보레를 국산차로 분류하고,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협회들도 쉐보레를 국산차로 취급한다. 때문에 쉐보레는 항상 이도 저도 가지 못하고 여러모로 애매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왜 이런 썰전이 벌어질까?
GM대우 그리고 한국 공장
현재 자동차를 구매하는 주요 고객층들은 대부분 옛날 대우자동차부터 시작해 GM대우, 그리고 한국GM 쉐보레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봤다. 그들에겐 ‘쉐보레=미국차’라는 인식보다 ‘쉐보레=대우차’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박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국에 있는 공장에서 자동차가 생산되는 것도 “쉐보레=국산차”라는 인식에 한몫을 더했다. 여기에 GM대우 시절부터 이어져온 ‘쉐보레=국산차’ 인식이 더해지면서 국산차 이미지가 더욱 단단하게 굳어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 군산 공장이 문을 닫은 것과 더불어 곧 쉐보레 내에서 수입 차종이 더 많아질 거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건 무슨 일일까?
지역 경제를 뒤흔든
군산 공장 폐쇄 사건
지난 2018년, 한국GM은 군산 공장 폐쇄로 큰 위기를 맞이했던 전력이 있다. 이때 군산 전체 지역 경제가 흔들리기도 했다. 당시 판매 대수가 2013년 15만 대, 2014년 8만 대, 2016년 4만대로 줄더니 2017년 3만 대에 그쳤다. 군산 공장가동률은 2016년부터 20%대로 떨어졌고 생산직 근무일이 한 달에 1주일도 안 됐다.
판매는 부진한데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면서 4년간 적자 규모가 최대 3조에 달했다. 여기에 수출량이 줄어 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져갔다. 당시 GM이 한국을 철수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사태 3개월 만에 정부와 GM 본사가 7조 7천억 원 규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최종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수입 차종을 확대
수입차로 이미지 굳힌다
한국GM은 앞으로 수입 차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노사 갈등을 이유로 국내 공장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군산 공장이 문을 닫았으니 부평과 창원 공장이 남았고, 이 공장들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등 4종이다.
그러나 한국GM이 국내에서 쉐보레 브랜드 차 9종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4종을 제외한 나머지 볼트, 카마로, 이쿼녹스와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5개 모델은 미국 GM 본사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미 수입하는 차량이 국내 생산 차량을 뛰어넘은 상태다.
그동안 몇몇 네티즌 사이에선 “쉐보레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게 문제”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어떻게 보면 이제 쉐보레를 평가하거나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을 바꿀 필요도 있어 보인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국내에서 ‘만년 꼴찌’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그건 쉐보레를 국산차에 포함시켜서 나온 결과가 아니냐?”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고 한다. 정식적으로 수입차로써 발돋움하는 것은 응원하지만 결국 제품을 구매하는 건 소비자인데, 소비자 사이에서 “쉐보레는 국내에서 차 팔 마음이 없어 보인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판매량 혹은 마케팅 방식을 살펴보면 쉐보레 측이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수입차에 속하든지, 국산차에 속하든지 판매량을 올려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 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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